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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 불가? 고음 가능!

“좋은 가수란 탄생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겁니다. 오늘 여기 모인 모든 분에게 좋은 가수가 될 수 있는 DNA가 있어요.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한때 유행했던 TV 드라마의 입시 코치를 방불케 하는 트레이너의 당찬 말에 5인방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난다. 호기롭게 도전 의사를 밝힌 이들은 바로 동두천수도지사 유수율제고팀 정한직 대리, 관망관리팀 최준영 대리, 설비운영팀 심재형 대리, 고객지원팀 최예린 대리, 그리고 누구보다 보컬 레슨이 간절했던 공정관리팀 김형욱 대리다. 오늘 보컬 레슨은 원데이 레슨인만큼 발성부터 노래까지,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는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1세대 보컬 트레이너로 잘 알려진 가수 박선주에게 사사한 조현빈 트레이너가 이들의 목소리 조련사를 자처했다.
첫 번째 도전자로 나선 이는 정한직 대리. 언젠가 결혼식을 하게 되면 신부 입장부터 마이크를 놓지 않을 것이라는 남다른 포부의 주인공이다. 뮤지컬 같은 결혼식을 꿈꾸는 정한직 대리가 선택한 노래는 패닉의 ‘정류장’. 자리에서 일어나 마이크 대신 물병을 쥔 ‘퍼스트 펭귄’의 도전에 동료들의 박수가 쏟아진다. 안정적인 톤으로 노래를 이어가던 그의 음정은 조금씩 불안정해지더니 클라이맥스에 이르면서 균형을 잃고 무너져 내린다. 트레이너의 조언이 이어진다. “소리가 목에 갇혀 있어서 그래요. 소리를 목에서 놓아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소리를 놓는다는 건, 익숙한 습관으로부터 나를 놓는 일이다. ‘소리를 놓아주는’ 부단한 연습 끝에 정한직 대리의 소리가 비로소 한계를 뚫는다.
* 선구자 또는 도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관용어로, 펭귄 한 마리가 먼저 용기를 내 뛰어들면 무리가 따라서 바다로 들어간다는 데에서 유래된 말.

오랫동안 안 쓴 내 안의 소리를 꺼내 쓰는 연습

두 번째 주자로 나선 이는 정한직 대리의 보컬 레슨을 숨죽여 지켜보던 최준영 대리다.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에 나온 최준영 대리는 ‘선물’이라는 곡을 선곡했다.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떨리는 소리에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트레이너의 처방은 먼저, ‘목을 쓰는 법’을 알라는 것. “지금은 목을 닫고 부르셨어요. 목을 열고 부르면 소리가 훨씬 자연스럽게 나올 거예요.” 최준영 대리를 둘러싼 동료들의 박수가 이어진다. 응원과 격려 덕분인지 긴장을 덜어낸 두 번째 시도는 첫 번째 시도보다 한결 자연스럽다. 우려했던 고음부도 부드럽게 흘러간다. “오, 잘하는데요? 저도 최준영 대리님만큼은 해야 될 텐데 큰일이네요.” 바통을 이어받은 심재형 대리는 평소 목소리가 쩍쩍 갈라지는 고음부가 고민이다. 고음부가 고민인 그의 선곡은 높은 고음으로 악명높은(?) 박재정의 ‘헤어지자 말해요’. 오늘 보컬 수업을 통해 갈라지는 고음에 헤어지자 말할 참이다. 고음 파트를 쉽사리 넘지 못하는 그에게 트레이너가 두 가지 팁을 준다. “따라 해보세요. 헤어지자가 아니라 헤이어지자! 그리고 외치세요. 나는 동두천 박재정이다!” “나는 동두천 박재정이다!” 일동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자기 최면은 곧 놀라운 효력을 발휘한다. 불가능할 것 같던 고음을 몰라보게 매끄럽게 처리한 심재형 대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다음 주자는 오늘 트레이닝 중 홍일점인 최예린 대리. 김경호의 ‘금지된 사랑’을 고른 그녀의 선택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김경호 특유의 록 발라드 고음 구간을 매끄럽게 소화한 최예린 대리는 트레이너로부터 3옥타브 음역을 지녔다는 칭찬을 듣는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에 고무된 그가 선택한 다음 도전 곡은 다비치의 ‘8282’다. 미세하게 떨리는 소리로 노래를 이어가더니 본격적인 고음부가 시작되자 끝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넓은 음역대의 수제자를 위한 트레이너의 특급 레슨이 시작되니, 돌부리에라도 걸린 듯 넘어지기를 반복했던 고음 구간이 의외의 된소리 처방에 시원하게 해결된다. 마지막 도전자는 결혼식에서 노래를 불러 하객들은 웃기고 신부는 울렸던 주인공, 김형욱 대리다. “삑사리로 웃기는 건 그만하고 싶어요. 이제부터는 감성으로 아내를 미소 짓게 할 거예요.” 한동근의 잔잔한 발라드곡 ‘그대라는 사치’를 고른 김형욱 대리는 진지한 자세로 보컬 트레이닝에 임한다. “이 곡은 섬세한 고저 표현이 관건이에요. 목이 아닌 배에서 소리를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해보세요.” 트레이너의 조언에 김형욱 대리의 다음 구절이 사뭇 달라진다. 잘했다는 주변의 칭찬에 머쓱한 듯 웃으며 노래를 마무리한 그는 “이 노래가 되네요?” 하며 신기해한다.

  • 오늘부터 외치는 ‘나는 가수다’

    수업이 끝났다. 호흡을 조절하고 소리를 고르는 동안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혹시 질문 있나요?” 트레이너의 물음에 심재형 대리가 손을 든다. “가성을 멋지게 내는 방법을 알고 싶어요.” 트레이너는 “망설이지 말고 느낌에 따라 내면 돼요. 가성이든 진성이든 노래의 그루브에 따를 때 가장 근사한 소리가 나오거든요.” 심재형 대리와 옆에 있던 최준영 대리가 말의 의미를 이해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단순한 보컬 수업을 생각했는데 소리 내는 원리를 상세히 가르쳐 줘서 아주 유익했어요.” “이런 보컬 수업이라면 또 듣고 싶어요.” 정한직 대리와 최예린 대리는 만족감을 표한다. “많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만드는 게 소리라는 걸 배웠어요. 앞으로는 평소 안 꺼낸 소리를 더 많이 꺼내서 써볼 생각입니다.” 김형욱 대리도 새로운 다짐을 한다. 엄연히 ‘보컬’ 레슨이건만, 수업을 통해 얻은 건 소리만이 아니다. 가슴 속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자신감 또한 얻었다. 도전을 주저하게 만드는 건 부족한 실력이나 능력이 아니다. 부족한 용기다. 서로의 응원으로 용기를 채워 넣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오후. 다섯 명의 동료는 무엇보다 값지고 생산적인 시간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