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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기 좋은 소양강 둘레길

    풍경을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걷기’일 것이다. 어떤 이는 풍경 속을 걸으며 사유하고, 또 어떤 이는 마음을 비운다. 걷는 것이 곧 사유이며 철학일 테니. 법정 스님, 다비드 르 브르통, 헨리 데이비드 소로, 알랭 드 보통 등은 걷기를 예찬해 왔다. 양강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 역시 걷기 아닐까. 다행히 인제 합강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소양강 둘레길이 만들어져 있어 소양강 옆을 걸으며 강을 만날 수 있다. 상류를 따라 3개 구간으로 조성한 총연장 23km의 트레킹 코스다. 1코스는 내린길과 하늘길로 나뉘는데, 내린길은 살구미 마을에서 시작해 춘향골∼성황당∼전망대∼보트장을 거쳐 소류정에서 끝난다. 거리는 6.5km로, 성인 걸음으로 약 2시간 반이면 걷는다. 하늘길은 내린길과 같은 지점에서 시작했다가 전망대에서 아들바위 쪽으로 갈라져 칠공주터∼쉼터를 거쳐 소류정에서 끝난다. 약 8.5km로, 3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해발 600m 산을 넘어간다. 2코스는 북위 38도 지점에 세워진 인제38대교에서 시작해 소류정에서 끝나는데 강변을 주로 걷는다. 3코스는 살구미 공원에서 시작해 용바위쉼터, 바람골, 병풍폭포바위 등을 지나는데 강변 데크 길을 걸을 때가 많다. 소양강 둘레길의 난도는 높은 편은 아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만나는 강은 수려하고 유장하다. 코스 중간에는 길손들이 쌓아 올린 돌탑도 보인다. 걷다 보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개운해져 가뿐해진다. 현재는 마치 오지를 연상케 하듯 자연의 흔적이 터를 잡았지만 소양강 둘레길에는 길손들이 쌓아 올린 돌탑처럼 곳곳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묻어 있다. 오래 전 인근 마을 사람들이 장을 보러 다니던 옛길이라는 말이 전해져서 일까. 오지 같았던 오솔길이 정답게 느껴진다.

때 묻지 않은 원시의 비경

10여 년 전 아침가리골을 찾은 적이 있다. 아침가리골은 원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방태산과 연결되어 있다. 잘 닦여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곧 계곡 트레킹이 나타난다. 여름, 가을 가릴 것 없이 아침가리골은 등산객들로 붐볐다. 청정 자연을 느끼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등산객들은 알파인 스틱을 짚으며 아침가리골의 물길을 거슬러 올랐다.
아침가리골은 구룡덕봉, 가칠봉 등 1,200~1,400m의 고봉에 첩첩산중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다. 찾는 사람도, 찾고자 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오지 여행가들이 하나둘씩 들어왔고 트레커들이 계곡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다. 트레킹 명소로 붐비지만, 아침가리골에는 휴지 조각 하나 없다. 찾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잘 보존되어 원시의 모습 그대로가 살아 숨 쉬고 있다. 트레킹의 출발점은 방동리 갈터마을이다. 목적지 방동초등학교 조경 동분교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3km. 하지만 만만하게 볼거리가아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약 7km다. 한여름에도 계곡물은 발이 시릴 정도로 차다. 도시의 빌딩 숲은 여전히 무더운 열기를 내뿜건만 아침가리의 청명한 숲과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류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할 만큼 맑고 깨끗하다.
물길을 건너자 비좁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길은 계곡물을 따라 산속으로 나 있다. 길들지 않은 길. 어디선가 바람이 불면 새들이 일제히 새로 고쳐 운다. 길은 점점 희미해지다가 사라진다. 어쩔 수 없이 계곡으로 내려서 걸어야 한다. 개울을 따라가면 울창한 낙엽송 숲이 기다리고 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낙엽송 숲. 휘파람을 불며 숲길을 걷는다. 낙엽송 숲을 빠져나온 길은 계곡으로 내려서더니 또다시 사라진다. 그제야 안다. 아침가리에는 사람이 만든 길이 없다는 사실을, 산이 내어준 길, 높은 곳에서 흘러내린 물이 만들어 놓은 길만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너럭바위 지대를 지나면 와폭과 크고 작은 소가 연이어 나타난다. 암반의 색은 검었다가 다시 하얘진다. 굽이를 돌 때마다 하얀 모래톱이 펼쳐진다. 모래톱에 자주 주저앉는다. 지쳐서가 아니다. 길과 자연이 보여주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칠 수가 없어서다.
아침가리를 거슬러 오르기를 3시간여. 갑자기 계곡이 환하게 열린다. 이즈음이면 아침가리의 비경지는 다 지나온 셈이다. 여기서 잠시 갈등한다. 오른쪽의 비포장길을 따라 방동약수로 갈 수 있고,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 홍천군 내면 월둔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 국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

    해발 1,100m 안팎의 곰배령은 강원도 인제군 진동리 설피밭 마을에서 귀둔리 곰배골로 넘어가는 고갯마루다. 온갖 야생화가 들판은 수놓은 곰배령은 8월부터 겨울이 오기 전, 천상 화원으로 변한다. 오르는 길도 어렵지 않아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갈 수 있다. 곰배령으로 가는 들머리는 인제 강선리 계곡으로 강선리골이라 부른다. 이곳을 지나 30분쯤 가면 징검다리가 놓인 개울이 나온다. 개울을 지나면 또다시 울창한 숲, 극 원시림이 나타난다. 나무 아래에는 관중과 고사리를 비롯한 음지식물이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길을 오르노라면 온몸에 녹색 물이 들 것만 같다.
    평탄하던 길은 곰배령을 300m 정도 앞둔 구간 동안 가팔라진다. 그렇다고 숨이 턱까지 찰 정도로 급경사는 아니다. 1시간 반쯤 올랐을까. 울창하던 나무 그늘이 어느새 사라지고 하늘이 활짝 열린다. 드디어, 곰배령이다.
    곰배령은 드넓은 초원이다. 복숭아뼈 근처까지 오는 풀들이 무성하고 풀숲에 여러 야생화가 피었다. 발에 밟힐까 봐 조심조심 걸으며 들꽃과 눈을 맞추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람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푸른 하늘에는 흰 뭉게구름이 가볍게 떠 있다.
    곰배령과 점봉산에 자생하는 식물은 850~950여 종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 종 수의 20%에 달한다. 점봉산이 이런 자연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까닭은 토양이 건강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300~400년 동안 산불이나 수해 같은 큰 위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곰배령 고갯마루에는 장승 한 쌍이 서 있다. 고갯마루 오솔길에서 오른쪽(북쪽) 길로 나아가면 작은점봉산을 거쳐 백두대간과 연결되고, 왼쪽 길(남쪽)로 나아가면 호랑이코빼기와 가칠봉으로 이어지다가 내린천으로 연결된다.
    이만한 꽃밭이 세상에 또 있을까. 어떻게 이런 산정에 야생화 군락지가 형성됐을까. 성한 나무 하나 없을 정도로 넓은 초지. 이곳에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나무조차 자랄 수 없는 까닭이다. 이토록 강한 바람 속에서 어떻게 야생화가 뿌리를 박고 있는지, 세찬 바람을 이기고 자라난 여린 들꽃이 신비스럽기만 하다.

  • 소양강 둘레길

    소양강이라 하면 춘천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상류지역에 해당하는 강원도 인제로부터 그 물길이 시작된다. 원시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호젓한 강변길을 따라 소양강 둘레길 여행을 시작해보자. 소양강 둘레길은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으로 선정되어 2011년에 만들어졌다. 1코스 하늘길 8.5km, 2코스 내린길 2.1km, 3코스 소양강변 4.9km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방태산 휴양림

    인제 방태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활엽수림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숲에는 참나무, 개서어나무, 고로쇠, 느릅나무, 단풍나무 등이 빽빽하다. 계곡 등산로를 따라가면 마당처럼 넓은 바위가 나오고, 이 바위를 지나면 ‘이폭포, 저폭포’라고 부르는 이단 폭포가 나온다. 폭포 높이는 위아래를 합해 10m 정도다.

    주소 강원 인제군 기린면 방태산길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