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지구
가을이
사라진다
📝글. 천권필 중앙일보 기자
-
-
가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의 끝이 지연되고 있는 탓입니다. 올가을이 그랬습니다. 10월 중순이 됐는데도 가을 정취를 제대로 느끼기 어렵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예년에 비해 단풍이 유난히 물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상청은 오래전부터 전국의 관측소에서 해마다 계절 관측을 해왔습니다. 기후변화의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절정에 달하는 시기를 관측합니다.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단풍의 시작으로 보고, 80%가량 물든 시점을 절정에 이른 날로 기록합니다.
기상청의 계절 관측 데이터를 보면 단풍은 보통 9월 말부터 물들기 시작합니다. 고도가 높고 기온이 낮은 강원 설악산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해 점차 남쪽으로 내려옵니다. 하지만, 올가을에는 그 속도가 예년보다 눈에 띄게 더뎠습니다. 올해 설악산의 첫 단풍은 10월 4일에 시작됐습니다. 지난해보다는 4일 늦었고, 평년(9월 28일)과 비교하면 6일이나 지각했습니다. 설악산에서 10월에 첫 단풍이 시작된 건 2011년 10월 4일 이후 13년 만이라고 합니다. 2000년대 이후로는 다섯 번밖에 없었던 일입니다. 오대산의 단풍도 평년보다 일주일 늦은 8일에 시작됐습니다. 단풍의 절정은 보통 단풍이 시작되고 20일 정도 뒤에 옵니다.
이렇게 단풍이 늦게 물든 건 올해 9월 기온이 한여름 수준으로 높게 유지된 탓입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를 기록했습니다. 평년(20.5℃)보다 4.2℃나 높았습니다. 1973년 관측 이래 9월 평균기온 1위 기록이였던 지난해 9월의 22.6℃를 2℃ 이상 경신했습니다. 계절상으로 9월은 가을에 속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점점 여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계절 구분을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런 변화가 단풍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단풍의 시작 시기를 늦출 뿐 아니라 나무의 생장 시계까지 고장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쯤 기온이 내려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 나무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합니다. 광합성을 멈추면서 잎의 색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단풍이 물들고 이어서 낙엽이 돼 떨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기온과 일조량의 균형이 깨지면 이런 나무의 생장 과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이렇게 단풍이 늦게 물든 건 올해 9월 기온이 한여름 수준으로 높게 유지된 탓입니다. 폭염과 열대야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지면서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를 기록했습니다. 평년(20.5℃)보다 4.2℃나 높았습니다. 1973년 관측 이래 9월 평균기온 1위 기록이였던 지난해 9월의 22.6℃를 2℃ 이상 경신했습니다. 계절상으로 9월은 가을에 속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점점 여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계절 구분을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런 변화가 단풍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단풍의 시작 시기를 늦출 뿐 아니라 나무의 생장 시계까지 고장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쯤 기온이 내려가고 일조량이 줄어들면 나무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합니다. 광합성을 멈추면서 잎의 색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단풍이 물들고 이어서 낙엽이 돼 떨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온난화로 인해 기온과 일조량의 균형이 깨지면 이런 나무의 생장 과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올가을에 나타난 이상 개화 현상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봄에 피는 벚꽃이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SNS에는 때아닌 벚꽃 개화가 신기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상기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식물들은 기후변화의 경고를 먼저 느끼고 반응합니다. 강원도 산림과학연구원 연구팀에 따르면, 강원 한계령과 화악산에서는 진달래가 올가을에 다시 한번 꽃을 피우며 이상 개화를 보였습니다. 설악산의 철쭉 열매는 미성숙한 상태에서 일찍 낙과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길어진 여름으로 열매와 꽃의 생체 시계가 영향을 받고, 짧아진 가을로 인해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이동·저장하지 못하면서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저하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산에서 짧아진 가을은 더이상 생장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태계가 취약해질수록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올가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된다면 미래의 가을은 우리가 알던 가을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기나긴 여름을 지나 잠시 스쳐가는 계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떨어지는 단풍잎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