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한 상

손으로 빚어낸
달달한 팥빵

황 남 빵

황리단길에 평일 낮부터 손님으로 북적이는 곳이 있다.
이들의 시선 끝에는 이제 막 구워진 팥빵들이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다.
경주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할 달달한 K-디저트, 황남빵이다.

📝글. 편집실  /  📷그림. 결(Gyeol)

지금은 ‘황리단길’로 더 유명한 황남동에서 파는 빵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은 황남빵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팥빵이다. 황남빵을 구성하고 있는 건 단순하다. 속이 비칠 만큼 얇은 피 아래 꽉 들어찬 팥소가 전부다. 하지만 이 단순함 속에 깊은 풍미가 들어있다. ‘단맛’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크게 자극적이고 강한 단맛과 은은하고 묵직한 단맛으로 나뉜다. 전자는 금세 물리는 반면, 후자는 계속 손이 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황남빵의 단맛은 후자다.
이 고급스러운 단맛의 핵심은 ‘팥’이다. 달리 말해 맛있는 황남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팥만 잘 달이면 된다는 건데, 그 방법이 간단하면서도 쉽지만은 않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팥을 한 번 삶은 다음 설탕을 넣어 세 시간 정도 푹 달이면 끝. 하지만 세 시간가량 쉴 새 없이 저어주어야 단맛을 최상으로 끌어올린 팥소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팥소를 얇은 밀가루 반죽에 가득 채워 넣어 구워내면 된다. 윗부분에 신라의 정취를 새기듯 빗살무늬 모양을 찍어주는 것이 마지막 포인트다.
따끈따끈한 황남빵은 찬 우유와 먹으면 가장 맛있다. 빵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퍼지는 고소함과 달콤함을 우유가 부드럽게 적셔주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추억의 맛’이라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