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타벅스가 간다

‘생명의 호수’라는 찬란한 이름을 위해
화성권지사
시흥물환경센터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시화호.
이 경사에 빠져선 안 될 주인공은 화성권지사 시흥물환경센터다.
시화호 유역으로 들어오는 각종 오수와 폐수에도 한 번 찡그리는 일 없이 묵묵히 수질 개선에만 힘쓰는 이들을 위해 수타벅스가 출발했다.

📝글. 조수빈  /  📷사진. 황지현  /  🎥영상. 노재준

시화호 수질 개선의 일등공신

‘한국수자원공사’라고 하면 우리가 마시고 사용하는 물만 관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하수처리장과 같이 환경을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한 기초환경시설을 운영하는 것 또한 한국수자원공사의 역할 중 하나다. 특히 화성권지사 시흥물환경센터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수탁운영 중인 대표적인 환경기초시설로서 지역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하수, 시화공단의 공장폐수, 분뇨와 음식물 폐수 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각종 하수나 폐수와 싸우는 동안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많았다. “물티슈나 위생용품 등이 유입되다 보니 슬러지 이송 펌프가 자주 막히는데, 그럴 때면 저희가 직접 이물질을 제거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한 번은 오물을 뒤집어 쓰기도 했어요. 센터에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되어 장비를 다루는 게 미숙했거든요. 그 상태로 사무실에 갔더니 동료들이 모두 깜짝 놀라더라고요. ‘처음 작업하면 그럴 수 있다’라며 걱정과 위로를 해주셨죠.” 최수호 사원은 마치 그때가 떠오른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노력으로 시화호 유역의 수질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볼 때면 힘든 마음이 싹 가신다며 웃어 보였다. 이렇듯 ‘죽음의 호수’라 불리던 시화호가 오늘날 ‘생명의 호수’라는 명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된 데도 이들의 혁혁한 노력이 깃들어 있다.

커피 향기가 솔솔 퍼지는 점심시간

오늘만큼은 시흥물환경센터에 향긋한 커피 내음이 퍼질 참이다. 수타벅스가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수타벅스 선정 소식에 ‘언제 온대요?’, ‘텀블러 두 개 가져가도 돼요?’라며 설렘을 만끽하던 가운데 ‘누가 신청했어요?’라는 질문에 두 사람이 동시에 손을 번쩍 들었다. 어찌된 일인고 하니 동료들을 위해 남몰래 이벤트를 준비한 직원이 둘이나 있었던 것. 주인공은 최수호 사원과 이윤행 사원이다. 두 사람은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꼭 같은 사연을 보내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해 나가는 직원들을 응원해 주세요!’라는 이들의 사연에 수타벅스가 한달음에 시흥물환경센터로 달려갔다.

한바탕 가을비가 다녀간 뒤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불던 점심시간, 지글지글 회오리감자가 튀겨지는 소리에 군침을 삼키던 이들을 위해 수타벅스가 서둘러 문을 열었다. 수타벅스가 온다는 말에 점심을 조금만 먹었다는 이유정 과장은 “평소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싶었는데 가까운 곳에 카페가 없어 아쉬웠거든요. 그간의 아쉬움이 날아가는것 같아요.”라며 엄지를 척 내세웠다.음료와 회오리감자가 불티나게 나가는 걸 보니 수타벅스를 목 빠지게 기다린 건 비단 이유정 과장만이 아닌 듯했다. 급기야는 준비된 음료가 모두 동나는 품절사태까지 일어난 뒤에야 수타벅스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오늘의 이 행복을 만끽하려는 듯 누구하나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매일 악취 속에 사는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 일까, 서로를 보는 이들의 눈빛에서 진한 애정이 느껴졌다. 시화호의 맑은 물결을 바라보다 한 번쯤은 이들이 흘린 땀방울을 떠올려 봐도 좋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