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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차릴 수 있는
가장 이로운 식탁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할 만큼 식사는 일상적인 일이다.
그런데 기후위기를 당기는 범인이 밥상 위에 있었다니.
예상치 못해서 더욱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식탁에서 지구를 지킬 열쇠를 찾아보자.

📝글. 조수빈

  • 그 많던 농작물은 어디로 갔을까

    마트의 채소 코너를 떠올려 보자. 오이는 모두 반듯하고, 애호박은 매끈하고, 감자는 통통하다. 당근은 원뿔형이고, 가지는 딱 보기 좋을 정도로 휘어져 있다. 이 작물들이 밭에서 모두 같은 모습으로 자라는 걸까? 마트에서 일정한 크기와 형태를 가진 농작물만 볼 수 있는 이유는 외형을 따져 ‘정상품’으로 분류된 것들만 유통되기 때문이다. 흠집이 나거나 크기가 작거나 과하게 꺾여 있는 것들은 모두 ‘규격 외 농산품’으로 분류되어 버려지거나 가공식품이 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에서 하루 발생한 생활 폐기물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가 약 28%를 차지하는데, 그중에서 반 이상이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생산,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는 탄소 배출 문제에 직격탄이 된다. 음식물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이 발생하는데,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25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다. 또한, 음식물은 수분과 유기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부패하기 쉽고, 악취 및 침출수가 발생해 생활환경 오염의 주범이 된다.
    맛과 신선도에서 전혀 문제없는 농작물들이 단지 ‘못생겼다’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데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농작물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농부의 시간과 정성, 물과 비료 등이 함께 폐기된다는 점에서 의미 없는 환경오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버려지는 것들의 존재 가치를 찾아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최소화하면 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20%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량 177만 톤이 감소한다. 이는 승용차 47만 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양과 맞먹는 수준이며, 소나무 3억 6천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어린 시절 종종 듣던 ‘음식을 남기면 벌 받는다’라는 말을 이제는 뼈 있는 말로 새겨 둘 때다.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는 농작물에 대한 해답도 간단하기는 마찬가지다.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하면 된다. 뿔 난 파프리카, 여러 갈래로 갈라진 당근, 껍질이 거친 과일 등 상품 가치가 떨어진 농산물들에 주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농산물 정기배송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한 업체는 ‘못생겨도 괜찮아’ 라는 슬로건 아래 못난이 농산물만을 다룬다. 그간 상품 가치가 없는 농작물을 폐기만 했지, 판매해본 적이 없던 농가에서는 낯선 행보에 ‘이런 상품을 팔아도 되나?’라며 반신반의 했지만, 다행히도 한번이라도 못난이 농산물을 맛본 이들 사이에서는 ‘여태껏 먹어본 과일 중 가장 맛있었어요!’라는 후기들이 줄을 잇는다. 이밖에 흠 있는 농산물을 활용한 브런치 카페, 사라져가는 토종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등 이른바 b급 재료로 만든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외식 공간도 많다. 이들은 ‘모든 농작물은 맛있다’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밥상에서 지구를 지킬 열쇠를 찾는다면 그건 유별나지 않게 차린 한 끼라고 볼 수 있다. 맛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먼저라면,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흠집 난 농작물을 장바구니에 담아 보자. 그다음 순서는 의외로 쉬울지도 모른다. ‘맛있다, 또 사야지!’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