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투어

누가 강태공이 될 상인가

올여름, 야심 차게 낚시 여행을 떠났던 다섯 사람이 아쉬운 마음만 가득 안은 채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만선의 꿈을 안고 마산으로 떠난 다섯 사람. 이들은 무엇을 채워 돌아왔을까?

낙동강유역수도지원센터(처) 강경희 차장 / 김원중 차장 / 김종호 차장 / 임의정 차장 / 박형호 사원

📝글. 조수빈  /  📷사진. 황지현

완벽할 뻔했던 그 날

어려운 일 앞에서도 함께 헤쳐나갈 사람들이 있다면 힘이 생긴다. 업무로 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낙동강유역수도지원센터(처) 직원들이 지치지 않는 이유도 바로 마음 맞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경희 차장, 김원중 차장, 김종호 차장, 임의정 차장, 박형호 사원 다섯 사람은 퇴근 후에 종종 모여 탁구를 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에게 에너지를 불어 넣어 왔다. 하지만 어깨에 쌓여가는 피로를 못 본 체할 수는 없는 일. 이에 올여름, 다섯 사람은 스트레스도 풀고 팀워크도 다질 겸 ‘거제도 낚시 여행’을 계획했다.처음 떠나는 여행인 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옷을 맞추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며 맛있는 음식도 잔뜩 샀다. 그리고 고대하던 여행 날. 하늘은 푸르렀고 바다는 빛났으며 바닷바람은 적당히 시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것이 완벽했다. 본격적으로 낚시를 하기 위해 배에 올라타 미끼를 하나 툭 바다에 던져 넣었다. 이때 이들에게 날아든 비보가 있었으니, 바로 회사 복귀 명령이었다. 강경희 차장은 “현장에 관로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급하게 복구지원을 나갔어야 했어요. 여행을 중단하고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죠.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여행이 끝나버려서 아쉬움이 컸어요.”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아쉬운 마음은 뒤로 한 채 사무실로 복귀한 이들은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굳게 약속했다.

취소된 여행의 설욕을 위해
이 멤버 리멤버

그렇게 꼭 두 달 만에 다시 뭉치게 된 다섯 사람. 이번 여행의 이름은 ‘리마인드 낚시 여행’ 이다. 못다 이뤘던 만선의 꿈과 추억을 가득 채워 오겠다는 목표를 안고 아침 일찍부터 부랴부랴 짐을 챙겨 마산 원전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오 분만 나가면 해상 펜션에 도착하는데, 그곳이 오늘의 낚시 포인트란다.
“해상펜션은 말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펜션이에요. 그곳에서 낚시도 하고 밥도 먹고 잠도 잘 수 있어요. 한마디로 ‘바다 캠핑’이라고 할 수 있죠. 보통 낮에는 주로 낚시를 하고, 해가 진 뒤에는 맛있는 음식을 차려 먹곤 하는데, 가을은 갈치가 제철이거든요. 갈치는 야간에 잡히기 때문에 오늘은 온종일 낚시를 할 예정입니다.”라는 강경희 차장에게서 강태공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사실 다섯 사람 중에 낚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딱 한 명, 강경희 차장뿐이다. “낚시는 자연 속에서 물과 바람, 하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활동이에요. ‘물멍’을 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을 수 있고, 물고기가 낚일 때는 그 성취감에 온몸이 짜릿해지거든요. 이 두 가지 매력을 동료들과 함께 느껴보고 싶었어요.” 두 달 전 강경희 차장의 제안에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던 이들은 이제는 자신들도 바다 캠핑 마니아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중에서 김원중 차장은 지난 여행에서 손맛을 ‘찍먹’하는 바람에 더욱 오기가 오른 상태라고. “이번 여름에 처음 낚시를 해보았는데, 첫 시도 만에 고기를 두 마리 잡았어요.
한창 폼이 오르나 싶을 때 철수해야 해서 아쉬웠죠. 저번에는 미끼 끼우는 법을 배웠거든요. 오늘은 한 단계 더 배워보려고요.” 야무진 각오로 미끼를 끼우고는 낚싯대를 바다 깊은 곳으로 내린 김원중 차장은 오 분에 한번꼴로 고기가 걸린 것 같다며 강경희 차장을 호출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고기는 없었다.

동료애로 채운 만선의 기쁨

“왔다!” 환호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김종호 차장이 낚싯대와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은빛 고등어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김종호 차장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열혈 수강생 모드로 변신해 강경희 차장의 특강을 받았다. 동료의 월척에 자극 받은임의정 차장이 김종호 차장 옆으로 가 비결을 물었다. 낚시가 한창인 이들 뒤로 박형호 사원과 김원중 차장은 분주하게 식사 준비에 돌입했다. 오늘의 메뉴는 캠핑의 꽃인 바비큐로 준비했다. 솔솔 고기 냄새가 퍼지자 낚시에 몰입하던 이들이 홀린 듯 불판 주위로 모여들었다. “와, 진짜 잘 구웠다!” 고기를 굽던 박형호 사원 입에 큰 쌈을 넣은 뒤에야 고기를 먹기 시작하는 이들에게서 동료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불판에 고기가 모두 사라진 뒤 “다시 해볼까?” 라며 각자의 낚싯대로 몸을 돌린 이들. 여행 전부터 ‘만선’을 외치던 이들이 채우고 싶은 건 무엇이었을까. 아마 물고기 그 이상의 추억일 테다. 다섯 사람을 태운 배가 앞으로 달려나갈 에너지와 깊어진 동료애, 그리고 잊지 못할 추억까지 가득 채운 채로 멀어졌다.

mini interview

  • 김종호 차장
    처음에는 아저씨들끼리 하는 낚시가 뭐가 재미있겠나 싶었는데 막상 시원한 바다를 앞에 두고 있으니 복잡한 생각들이 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동료들과 맛있는 음식도 먹고 낚시도 하며 특별한 추억을 쌓은 것 같아요.
  • 임의정 차장
    지난 2년간 마음이 잘 맞는 동료들과 함께한 덕분에 즐거운 일이 정말 많았어요. 덕분에 이렇게 회사가 아닌 곳에서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죠. 그래서 말인데 내년에도 우리 함께 하는 게 어때요?
  • 강경희 차장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마다 늘 함께했기에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우리 동료들! 사실 지난 여행을 함께했던 정재원 차장이 이번에 오지 못했는데, 아쉽지만 저희 여행은 이번이 끝이 아니잖아요! 다음에 꼭 같이 와요~
  • 김원중 차장
    사실 저번 낚시에서 손맛을 한번 봤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자신 있었거든요. 분명 오분 만에 두 마리를 잡았었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영 소식이 없어서 애가 좀 탔어요. 낚시는 이런 재미인가 봐요.
  • 박형호 사원
    ‘바다 캠핑’이라는 게 낯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처음엔 그랬거든요. 그런데 낯선 문화가 싫어서 도전하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즐거운 경험을 했어요. 다음에는 가족들과 한 번 와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