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여지도

경주,
힙한 도시로의 재해석

경주를 더는 ‘천년고도의 도시’, ‘수학여행지의 메카’라는 고루한 이미지에만 가둬서는 안 되겠다.
세월은 여전히 느릿느릿 흘러가지만, 그 속에 사람들은 짜릿하고도신선한 재미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니까.
경주의 ‘요즘 매력’을 알 수 있는 공간으로 가 보자.

📝글. 조수빈  /  📷사진. 박갑순  /  🎨그림. 위든(witheun)

  • 경주
    솔거미술관

    •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경감로 614
    • 운영
      매일 10:00~18:00
    • 문의
      054-740-3990

    자연과 공간의 경계가 없는 미술관

    경주엑스포대공원에 다다르면 저 멀리 황룡사 9층 목탑의 실루엣을 품고 있는 경주타워가 보인다. 이때 꼭 경주타워 뒤편을 일부러 찾아봐야 한다. 경주타워만 보고선 경주엑스포대공원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라면 억울하게 느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경주엑스포대공원 뒷편 산책로에 위치한 경주솔거미술관은 자연과 공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본관을 둘러싼 자연도 이곳에선 한 폭의 예술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 건축물이 혼자 튀지 않도록 이 또한 낮게 설계된 모습이다. 각 전시관의 관람 동선은 마치 물이 흐르는 듯 자연스럽다. 공간마다 자연광이 적절히 들어오는 탓에 실내에서도 마치 바깥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경주솔거미술관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제3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커다란 창 하나가 무슨 작품인가 싶겠지만, 이름은 <내가 풍경이 되는 창>이다. 창 앞에 선 나와 창 너머의 풍경이 한 프레임에 담길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여름의 작품이 짙은 초록빛이라면 가을의 작품은 오색 단풍색을 띤다. 비 내리는 날엔 마치 수묵화 같은 풍경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달라지니, 이 앞에선 되도록 오래 머물며 경주가 그려낸 작품을 가슴 깊이 들이마시길 추천한다.

  • 경주엑스포대공원 블로그(@cultureexpo)
  • 경주 월드

    •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보문로 544
    • 운영
      평일 10:00~18:00 주말 10:00~20:00
    • 문의
      1544-8765

    스릴 매니아들을 위한 놀이터

    경주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을 꼽자면 짜릿한 속도감에 온종일 비명과 환호가 울려 퍼지는 경주월드일 것이다. 그 옛날 경주월드가 ‘소풍’ 하면 떠오르던 곳이라면, 요즘 경주월드는 극강의 스릴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스릴 매니아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 곳이다. 전국 놀이공원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익스트림한 놀이기구들이 경주월드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상 70m 높이에서 최고 시속 120km로 하강하는 ‘발키리’는 바닥이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탓에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난도 높은 스릴을 즐기고 싶다면 63m 높이에서 수직으로 하강하는 ‘드라켄’ 을 타면 된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면, 마지막 한 방이 있다. 360도 회전으로메가톤급 스릴을 자랑하는 ‘크라크’다. 이 짜릿한 놀이기구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렸다면 다음은 좀 쉬어갈 차례다. 놀이공원 곳곳의 인증샷을 남기기 좋은 포토존을 찾아다니거나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집중하다 보면 이내 동심의 세계로 빠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밖에 계절별로 특별한 이벤트도 진행되는데, 가을에는 핼러윈 축제가 한창이라고 하니, 올가을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다면 경주월드로 가 보는 것도 좋겠다.

  • 배리삼릉공원

    • 위치
      경상북도 경주시 포석로 1095
    • 운영
      매일 10:00~19:00
    • 문의
      0507-1487-1145

    경주를 기억하는 방법

    간판에 글씨 하나 없이 세 개의 능만 떡하니 걸려 있는 곳. 내부로 들어서 시선을 둘러보면 벽 한 면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다. ‘모든 이들의 생애 주기에 누구나 한번은 경주가 묻어 있다’. 맞는 말이다. 예로부터 역사가 깊은 곳으로 배워온 데다 많은 사람들의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라는 추억도 담겨 있으니 말이다. 그런 곳에서 가장 경주다운 선물을 하나 골라 보고 싶다면 배리삼릉공원으로 가 볼 일이다. 황리단길에 위치한 배리삼릉공원은 경주와 어울리는, 경주를 담은 선물을 선보이는 경주 굿즈숍이다.
    처음엔 이현정 대표가 캔들을 만드는 개인 작업실이었다. 그러다 자신이 만든 상품을 판매할 창구가 없어 굿즈숍으로 확장을 하게 된 게 ‘배리삼릉공원’의 시작이다. 처음 첨성대를 보고 ‘캔들로 만들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이 대표는 실측 비례에 맞춰 첨성대를 구현한 미니 캔들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배리삼릉공원의 시그니처 굿즈이다. 현재는 첨성대 모양의 캔들은 물론 석굴암 모양의 배지, 경주 풍경을 담은 엽서와 키링 등 경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 작가들의 작품을 두루 선보이고 있으며, 신라 금관 머리띠, 경상도 사투리로 쓰인 『애린 왕자』 등 지역색을 품고 있는 크고 작은 아이템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 © 인스타그램(@bari3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