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쓸모
신비로운
꿈의 세계
간밤에 꾼 꿈은 어떤 의미일까?
모르긴 몰라도 꿈 하나에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는 건 확실하다.
희망 또는 걱정 등의 미래를 예언하는 수단이 되고,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는 꿈의 세계를 파헤쳐 보자.
📝글. 조수빈
사람들이 가장 많이
꾸는 꿈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하룻밤 새 4~5개의 꿈을 꾼다. 다만 깨고 나서 기억하지 못할 뿐. 그러니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꿈이 있을까.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것은 아니다. 주요 장면이나 키워드별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간밤에 나와 같은 꿈을 꾼 사람이 꽤나 많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꾸는 꿈은 무엇일까?
한국인의 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뱀’이다. 서양에서나 동양에서나 뱀은 사악하거나 불길한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꿈의 장르에서 뱀은 길몽으로 해석된다. 뱀의 색에 따라 그 뜻은 다르지만 대체로 예상치 못한 행운이 생기거나, 진행 중이던 일이 잘 풀리거나, 아팠던 몸이 회복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밖에 집에 큰 뱀이 들어오거나 나에게 달려든다면 그것은 집안에 복이 들어오거나 귀인이 찾아온다는 의미인데, 이를 내쫓거나 피하면 아쉽게 행운을 피했다고 말한다. 혹시 뱀에 물리거나 뱀이 우글거릴 정도로 많이 나오는 꿈을 꿨다면 태몽일 가능성도 높다.
꿈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쫓으려는 행위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나라별로 해몽하는 법에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꿈을 그 내용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해석한다. 안 좋은 꿈을 꾸었다면, 현실에서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식이다. 하지만 꿈자리와 해석의 방향이 비슷한 나라도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자신이 아픈 꿈을 꿨다면 이는 건강운이 상승한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에서는 실제로 사업에 어려움이 생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뺏길 가능성이 있다는 징조다. 독일 또한 피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암시로 여긴다. 아프리카 부족 사회나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이를 경고성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이처럼 해몽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꿈이 심리상태의 투영이라면, 동양에서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여겨진다. 원주민 문화권에서는 꿈을 신의 계시라 보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에 지침으로 내세운다.
나라별 해몽의 차이
이순신 장군의 예지몽
“오늘은 칠석이다. 꿈에 원공(원균)과 함께 모였는데 내가 원공의 윗자리에 앉아 밥을 내올 때 원공이 즐거운 기색을 보이는 것 같았다.” 『난중일기』에 기록된 이순신 장군의 꿈속 장면이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그에게는 아무런 직책이 없었다. 반면 원균은 조선 수군을 지휘하던 통솔자였다. 그런데 꿈을 꾼 날로부터 딱 열흘 뒤, 원균이 칠천량 해전에서 패전하며 몰락했다. 이순신 장군의 꿈은 두 사람의 위치가 뒤바뀔 것에 대한 암시였다.
이처럼 그는 전쟁 중에 예지몽을 자주 꾸었다. 꿈을 꾼 다음에는 꼭 며칠 안에 유사하게 일이 전개되었다. 명량대첩을 앞두고도 “꿈에서 어떤 신인(神人)이 가르쳐 주기를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 이렇게 하면 지게 된다’라고 하였다.”라며 왜군을 무찌를 전략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이 무언가를 지극히 원하면 무의식 속에 해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순신 장군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마음이 강했던 그에게 예지몽은 스스로 던진 힌트였을 지도 모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은 사람들의 생각을 훔치거나 기억을 심는 등의 일을 펼치기 위해 꿈을 이용한다. 타인의 무의식에 들어가 공간을 제어하고, 그 속에서 추격전을 펼친다. 이 모든 일은 주인공이 ‘꿈속’이라는 자각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영화에서처럼 스스로 꿈을 통제할 수 있을까? ‘무의식 세계’라는 인식만 있다면 꿈을 주도할 수 있다. 이를 ‘자각몽’이라고 한다. 자각몽은 현실의 스트레스를 풀거나 억제된 자아를 회복하는 효과가 있다. 현실에서의 불편했던 경험들을 꿈에서나마 해소하는 것이다. 자각몽을 꾸고 싶다면 꿈 일기 쓰는 습관을 들이면 된다. 잠에서 깬 직후 꿈의 내용을 기록하며 기억력을 늘려가다 보면 꿈이 보내는 사인을 더 잘 인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너무 심취해서는 안 된다. 과하게 꿈에만 집착하다 보면 수면장애가 생길 수도 있고, 현실과 꿈을 혼동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 또한, 현실보다 달콤한 꿈에 취해 있다 보면 현실을 부정하고픈 마음도 생긴다. <인셉션> 속 주인공처럼 꿈과 현실 사이를 갈등해도 결국 행복은 현실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