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on

커피가
사라진 세상

‘모닝커피’ 또는 ‘식후 커피’가 당연한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이 공식은 곧 깨어질지도 모른다.
‘커피가 사라진 세상’을 상상해 보라. 식사를 하고 나서 입가심으로,
노곤노곤 잠이 올 때, 피로가 도무지 풀리지 않을 때.
커피 없이 어쩌면 좋을까?

📝글. 조수빈

멸종 위기에 빠진 커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동식물에게 ‘멸종위기종’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반달가슴곰, 수달, 저어새 등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대표 멸종위기종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자연기금(WWF)이 커피를 ‘5대 멸종위기 작물’로 지정했다.
좋은 원두는 꽤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재배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고 있는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는 해발 1,000~2,000m 고원지대, 연평균 기온 23℃, 연간 2,300시간의 일조량, 60% 정도의 습도 등의 조건이 따라줘야 한다. 그러니 기후위기 속에 커피의 씨가 서서히 말라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른다. 격변하는 기후는 원두의 수확 시기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급증하는 병충해는 원두의 재배 면적을 감소시킨다. 일교차가 충분치 않은 것도 문제가 된다. 커피나무는 낮에는 온도가 높고, 밤에는 서늘한 날씨를 유지해야 열매가 서서히 숙성되면서 원두에 영양분이 채워진다.
영국과 에티오피아 공동연구팀은 지속적인 기후변화, 삼림 채벌, 식물 병해 등으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상당수의 커피 종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커피 재배지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2080년에는 커피나무가 멸종될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앞서 말한 ‘아라비카’ 역시 향후 60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원두 가격은 5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무섭게 치솟는 중이다.

여유가 필요한 건 과연 누구일까

이른 아침 피곤함을 달래 주는 모닝커피, 여름의 무더위를 날려 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겨울날 몸을 녹여 주는 따뜻한 라떼 한잔을 오래도록 즐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커피 마시는 양을 줄여야 한다.
커피는 대표적인 탄소 배출 식품으로 분류된다. 원두가 커피 한잔이 되기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뿜어낸다. 커피 1kg을 생산하고 가공해서 운송하는데 평균 17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는 소고기, 양고기, 치즈, 초콜릿 등과 견줄 만한 탄소배출 수치다. 커피 한잔으로 환산하자면 한잔에 탄소 배출량이 300g인 수준이다. 우리나라 연간 커피 소비량이 평균 400여 잔임을 고려하면 한 사람이 1년간 마신 커피에서만 총 121kg의 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그러나 매일 같이 고단해지는 우리네 삶은 커피를 더욱 갈망하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체 커피 시장도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외 대체 커피 기업들은 대추 씨,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해바라기 씨 껍질 등을 원료로 사용해 천연 카페인을 구현하거나, 기존 커피 원두에 치커리를 혼합하는 등으로 커피 사용량을 줄이고 있다. 이로써 기존의 커피 원두 대비 탄소 배출량과 물 사용량을 현저히 줄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맛도 제법 좋단다.
일상 속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소중한 건 사실이지만, 하루 정도는 건너뛰어 그 여유를 자연에게 줘 보자. 기꺼이 양보한 마음이 훗날의 소중한 커피 한잔으로 되돌아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