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갈지도

뜻밖의 풍경

태안

한반도처럼 반도 지형인 태안은 한반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의 잔상이 쉽게 희미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글. 박재현 소설가   📷사진. 황지현

공원 규모가 크기 때문에 트랙터 열차를 타고 한 바퀴 돌길 권한다. 36개월 미만은 무료, 만 19세 이하는 2천 원, 성인은 3천 원이다. 한 바퀴를 도는 데는 13분 정도 소요된다.

코리아플라워파크

꽃처럼 환하게
세상에. 튤립이 이렇게 다양할 줄이야. 색색의 튤립에 눈이 바빠진다. 꽃을 즐긴다는 건 어쩌면 색을 즐긴다는 거 아닐까. 넘실대는 색의 바다에 빠져 금세 미소가 나오고 만다. 이곳은 이름처럼 꽃이 주인공이다. 계절마다 튤립과 여름꽃, 가을꽃으로 공원이 가득 찬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짧게 피고 지는 꽃들에 대한 아쉬움을 여기서 달래 보자. 내 안의 허기를 꽃으로 채우는 건 아무래도 근사한 일이다. 아무리 채워도 체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섭취가 나를 한 뼘 정도 더 다정하게 만들리라 믿는다. 대체로 비슷하게 환해진 얼굴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동문리 쪽에서 오르면 만나게 되는 태을암에는 백제의 보물이라 불리는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이 봉안되어 있다.

백화산 구름다리

산 속에서 만난 붉은 구름
태안을 대표하는 백화산은 그리 높지 않아 많은 등산객이 편하게 찾는다. 산을 보다 여유롭게 즐기며 오를 수 있다. 오로지 등산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되니, 후각과 청각으로도 산이 들어온다. 길에는 유독 기암괴석이 많아 그걸 보는 것도 큰 재미다. 곁에는 소나무가 있는데 오래된 친구처럼 잘 어울린다. 구름다리는 정상 아래에 있다. 이름도 귀여운 두 봉우리 봉봉대를 잇는 붉은 다리는 존재감이 뚜렷하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전망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광활하다. 태안 시내와 저 멀리 보이는 서해바다에 마음이 놓인다. 구름 위에 있듯, 눈을 감고 공중을 즐겨 보는 건 어떨까.

이곳은 육지와 해양 생태계의 완충 지역으로 맹꽁이, 금개구리, 구렁이 등의 멸종 위기 동식물도 서식하고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

시간이 만든 작품
한국에서도 사막을 볼 수 있다는 걸 아는가. 정확히는 사막이 아니라 사구(모래 언덕)인데, 이곳이 우리나라 최대 규모다. 드넓게 펼쳐진 모래를 보고 있으면 중동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낙타가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풍경이다. 이곳은 오랜 세월 동안 강한 바람에 모래가 해안가로 운반되면서 만들어졌다. 우리의 생이 그러하듯, 조금씩 쌓인 과거가 현재가 된 것이다. 자세히 보면 모래의 결이 보인다. 바람이 만든 무늬다. 물결처럼 혹은 꿈결처럼 부드럽다. 이곳에선 오아시스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바로 앞에 드넓은 서해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플라워파크와 붙어 있어 함께 구경하기 좋다. 근처에서 태안 특산물인 게국지 먹는 코스를 추천한다.

꽃지해수욕장

좋은 말이 나오는 풍경
이곳은 이름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백사장을 따라 해당화가 여기저기 피어 생긴 이름이라고. 거닐기 좋은 해수욕장인데 그건 바다에 있는 두 바위의 몫이 크다. 할매 바위, 할배 바위는 프레임에 어떻게 담아도 멋스럽다. 바다 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굳건함 때문일까. 물이 빠지면 바위까지 걸어가 볼 수도 있다. 멀리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얼굴이다. 이들은 해가 질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둘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풍경은 일부러 기다려도 될 정도로 깊이가 있다. 마음에도 따뜻한 무언가가 주황빛 노을의 농도로 펼쳐진다.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분명 좋은 말을 건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