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고 여전히 ‘재생’되는 에너지
2000년대 초반까지 춘천은 대학생들의 MT 명소였다. 해마다 수만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춘천에서 청춘을 발산했고 불태웠다. 당시 춘천에서 가장 핫한 곳은 강촌이었으며 그 중심은 강촌역이었다. 지금은 문화공간으로 용도가 바꿨지만, 당시 강촌역은 아이스박스, 배낭, 라면박스 등을 바리바리 싸든 대학생들로 인산인해였다. 휴대전화가 귀하던 시절 대학생들은 삐삐로 연락을 주고받았으므로 공중전화 앞은 언제나 장사진이었다.
강촌상상역은 김유정역과 레일바이크로 연결된다. 김유정역은 옛 역과 신축 역이 200m 거리를 두고 나란히 자리한다. 1939년 신남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김유정역은 2004년 현재의 역명으로 바뀌면서 우리나라 기차역 중 최초로 사람 이름을 사용한 역이 됐다. 하지만, 2010년 경춘선 전철 개통으로 새 역사가 문을 열면서 기존 역사는 추억을 간직한 채 문을 닫았다. 대신 레트로한 재생 공간으로 거듭나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당신 여기 기억나? 우리 새내기 여름방학 때 춘천에 MT 왔을 때, 그때 내렸던 역이잖아.”, “어쩜 하나도 안 변한 것 같아.” 대학생 커플로 만나 결혼까지 했다는 40대 부부는 풋풋했던 그 날을 떠올리며 둘만의 추억 여행을 이어갔다.
옛 김유정역사 안에는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일상 소품을 전시 중이었다. 그것들에서 지난한 세월이 묻어났다. 온종일 반복해서 노래를 듣느라 늘어난 카세트테이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던 만화책, 부모님이 집을 비운 날 친구들과 몰래 보던 비디오테이프 등 기억 저편에서 추억이 퐁퐁 샘솟았다. 빛바랜 사진과 낡은 역무 용품들, 삐삐, 2G폰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역사 밖에는 북카페와 관광안내소로 문을 연 무궁화호 객차가 서 있다. 하릴없이 객차에 앉아 오래된 앨범을 뒤적이다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길게 이어진 철길을 내다봤다. 기억 저편에 있는 아련한 그 무엇이 떠오르는 듯 아득했다.
Travel TIP

‘당신이 힘들게 찾던 무지개가 바로 당신이었음을’처럼 옛 김유정역 플랫폼 주변에는 재미난 문구를 활용한 포토존이 많아서 이른바 ‘설정 샷’ 을 남기기에 그만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300여m 거리에 있는 김유정문학촌도 둘러보길 추천한다.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살다간 소설가 김유정의 생애와 작품을 볼 수 있는 김유정문학촌과 생가, 단편소설 『봄봄』을 모티브로 한 ‘김유정이야기집’이 있다.

  • 김유정역
  • A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로 1435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곳
북한강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다 남촌면에 닿았다. 이곳 북한강은 잠시도 고요할 틈이 없었다. 각종 수상레저업체가 즐비한 까닭이다. 그중 수상레저와 카트, ATV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스피드존을 찾았다.
굉음을 내며 모터보트가 질주했고, 그에 매달린 수상스키는 크림 같은 물거품을 일으키며 물살을 갈랐다. 물 위를 방정맞게 통통 튕기며 질주하는 바나나보트에서는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그 모든 것이 살아 있음을 노래하는 감탄의 세레나데처럼 보였다. 수상스키와 웨이크보드는 초보자도 강습만 받으면 곧바로 실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 필요한 것은 물 위에 버티고 서 있을 근력과 열정만 있으면 된다. 웨이크보드 강습은 지상에서 먼저 진행됐다. 스쿼트 자세로 앉은 채 두 손으로 로프를 잡으니 강사가 로프를 당겼다. 적당한 장력이 느껴질 때 코어에 힘을 주고 상체를 세워 기마자세를 유지하면 끝이다. 이 훈련을 몇 차례 반복한 뒤 물속에서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갔다. 지상에서 배운 자세를 물속에서 그대로 적용하며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드디어 실전. 보트에서 ‘출발합니다’라는 소리가 들리자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렸다. 이윽고 모터보트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잡고 있던 로프가 당겨지면서 자연스럽게 기마자세가 됐다. 1차 성공을 맛본 뒤, 모터보트가 전진할 때 생기는 파도 안에서 주행을 이어갔다. ‘세상에 이게 되네!’ 단지 열정 한 스푼 추가했을 뿐인데, 신세계를 맛봤다.
선뜻 도전이 어렵다면 바나나보트 등 수상레저에 도전해보라. 구명조끼를 입고 기구에 탑승한 뒤 안간힘을 다해 기구에 매달려만 있으면 된다. 단순한 것 같지만 뒤따라오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엄청난 양의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분출해 천국을 경험할 것이다. 이어서 카트와 ATV도 즐겼다. 카트 트랙은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했다. 총연장 655m에 회전구간만 10곳에 달했다. 업체가 사용하는 카트는 유럽 레이싱 선수들이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최고 속도는 시속 50km다. 차체가 낮고 개방된 탓에 실제 속도감은 2배에 달했다. ATV는 운전면허 소지자만 운전할 수 있다.
스피드존
  • A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방하로 373
  • T 033-261-8810
자연과 인간이 조화된 남이섬
강 건너 선착장에서 바라본 남이섬은 녹음에 촉촉이 젖어 있었다. 배에 오른 지 5분 남짓한 시각. 배가 남이섬에 닿았다. 장마가 끝날 무렵이라 습기를 잔뜩 머금은 나무는 파릇파릇한 기운이 넘쳤다. 하늘로 쭉쭉 올곧게 뻗은 가로수와 드넓은 잔디밭,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타조와 공작새, 그리고 여기저기 자리 잡은 조형물과 건물들이 모두 가족처럼 조화롭다.
중앙잣나무길을 중심에 두고 여러 샛길이 열렸고 그 길 너머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그중 메타세쿼이아길이 인상적이다. 남이섬에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인 드라마 <겨울연가>에 등장한 길이다. 벌써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남이섬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했다. 조용히 산책하며 자연에 한발 다가서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려도 좋다. 좀 더 편한 방법을 원한다면 전기자동차 투어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다.
여름에 단연 인기 많은 곳은 숲에 둘러싸인 야외수영장 ‘워터가든’이다. 자연 속 힐링 공간으로 주목받는 이곳이 특별한 이유가 또 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온수풀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남이섬다운 방법이다. 여기에 수심과 온도에 따라 큐브풀과 키즈풀 등 다양한 풀장이 있으며 나무 그늘에 자리한 카바나와 선베드 등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어 여유롭고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여름에 찾은 남이섬은 뜨거운 태양만큼 열정으로 충만했다. 청춘들은 별 이유 없이 폭소했고, 과장될 만큼 크게 반응했다. 그것이야말로 청춘의 매력이자 특권이라 여겨졌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나도 내 안에서 춤추는 별을 발견했다.
사무엘 울만은 시 ‘청춘’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밋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남이섬 종합휴양지선착지
  • A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45-2
  • T 0507-1311-8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