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한층 더 강화하고, 청정에너지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에 대한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 이행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각국의 녹색 보호주의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첨단 산업의 성장 기반을 뒷받침하는 한편, 국내기업들이 직면한 녹색 무역장벽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자 한다.
글. 편집실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국내 최초 RE100 달성 눈앞에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1위 기업으로서 국가 탄소 중립 실현에 앞장서 왔다. 1973년 소양강댐 수력 발전을 시작으로 세계 최대규모의 시화호 조력 발전과 수상태양광, 수열에너지, 그린수소 등 물을 활용한 청정에너지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총 1.5GW 규모로 단일기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이는 국내 총 신재생에너지의 4.6%를 차지한다. 앞으로도 한국수자원공사는 물 인프라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확대하여 국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공공기관으로서는 최초로 글로벌 RE100 회원사에 가입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발적 민간 캠페인이다. 현재 175개국 424개사가 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중 한국기업은 36개사다.
2024년 기준 국내기업 중 한국수자원공사가 최초로 RE100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24년 연간 총 전력사용량 1,735GWh 전량을 자가소비용 태양광 56개소와 대수력발전시설 10개소의 REC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사용했다는 이행실적을 CDP에 보고했다.
무역장벽이 된 RE100, PPA로 기업지원 나서
2024년 말 기준 RE100을 달성한 기업은 33개사로, 주로 제조 시설이 없는 사무공간이나 데이터센터 중심의 서비스업 및 소매업 기업이 대부분이다. 국내기업의 경우, 한국수자원공사를 포함한 글로벌 RE100 회원사로 등록된 36개사의 전체 신재생에너지 사용률은 12%에 불과했다.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한국위원회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은 주로 해외사업장에서 이뤄졌으며, 국내사업장에서 RE100 이행률 50%를 넘긴 기업은 단 두 곳뿐이었다. 반면 해외사업장에서는 SK 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SK 스페셜티가 신재생에너지 사용률 100%를 달성했고,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도 이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RE100 이행이 더딘 이유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기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내사업장의 전력 소비량보다 재생에너지 공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높은 발전 단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송배전 인프라 부족, 주민들의 발전시설에 대한 부정적 시각 등도 RE100 달성의 제약사항으로 꼽힌다. 이에 글로벌 RE100 회원사를 포함한 국내기업들은 RE100 이행을 위해 국내보다는 해외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은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뿐만 아니라 국내 일자리 감소와 외화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는 직접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거래계약)를 통해 수출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이슈와 녹색무역장벽 해소를 지원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수력, 조력, 수상태양광과 풍력으로 6건 299MW의 직접 PPA 계약을 체결했고, 이는 국내 PPA 공급 물량 중 1위이다. 향후 신규 신재생에너지 개발 시 PPA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순차적으로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힘 지역 상생의 스위치를 켜는 물 에너지
한국수자원공사는 수력, 조력 등 물 에너지를 활용한 전통적인 발전 외에도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열에너지는 여름철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에는 높은 수온의 특성을 활용, 물의 열을 히트펌프로 변환시켜 얻는 에너지다. 2006년 주암댐 발전소 건물을 시작으로 2014년 롯데월드 제2타워에 3,000RT 규모의 수열에너지를 공급하고, 환경부와 수열에너지 보급 활성화사업을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와 대형건축물에 수열에너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에는 ‘삼성무역센터 수열에너지 보급·지원사업’ 에 착공했다. 삼성무역센터는 연면적 약 72만㎡에 달하는 초대형 건축물로, 인근의 광역상수도관로의 물을 수열원으로 활용하여 7,000RT의 수열에너지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단일 건물 최대규모의 수열에너지사업으로 기존 냉난방기 대비 20~50%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2024년 소양강댐의 심층수를 데이터센터의 냉각에너지로 활용하는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에 본격 착수했으며, 하남교산 APT 세대별 수열 시범사업으로 공동주택 수열도입을 추진하는 등 국내 수열에너지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물 에너지는 지역의 새로운 가치 창출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21년 준공된 합천댐 수상태양광은 댐 주변 지역 20여 개 마을주민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투자 비율에 따라 매년 최대 10%의 이자수익을 받는 주민참여형사업으로 추진됐다. 올해 준공 예정인 임하댐 수상태양광 집적화단지 역시 주민참여형 SPC 사업으로 추진되며, 집적화단지로 지정 시 발생하는 추가수익은 지자체에 환원하여 주민 복지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이들 사업의 수상태양광 모듈은 기존의 각진 형태가 아닌 지역의 상징성을 담아 제작되었는데, 합천댐은 합천군의 군화인 매화로, 임하댐은 안동시의 특색을 담아 태극기와 무궁화로 디자인하여 댐의 경관을 한층 높이고 주변 관광명소와 연계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물관리 인프라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물 에너지사업
수력 발전
하천 또는 호소 등에서 물이 가지는 위치 에너지를 수차를 이용, 운동 에너지로 변환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방식으로 대표적인 청정 재생에너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국내 수력 발전의 60%(설비용량 기준)에 해 당하는 1,093MW를 운영하고 있으며, 필리핀 앙갓 수력 발전, 파키스탄 파트린드 수력 발전, 솔로몬제도 티나 수력 발전 등 해외에서도 오랜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력 발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력 발전
조석 현상에 따라 발생하는 해수면의 수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낸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54MW 규모의 국내 유일, 세계 최대 시화조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화호의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절하여 해양 환경을 개선하고 연간 552G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또한, AI를 활용한 스마트 발전 시스템과 물관리 디지털트윈를 접목한 운영프로그램 개발 등 조력 발전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이루고 있다
수열에너지
여름철 수온이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에는 높은 물의 특성을 활용해 냉·난방에너지로 활용한다. 냉각탑이나 실외기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소음과 진동, 열섬현상 등의 해소가 가능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소양강댐의 심층수를 활용해 2024년 ‘강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사업’에 착공했으며, 국내최초로 수열에너지를 이용하여 데이터센터 및 스마트팜 등의 냉·난방을 공급할 예정이다.
수상태양광
댐, 저수지 등 수면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발전시설로, 물 위에 설치하기 때문에 산림 훼손이 없고, 수면의 냉각 효과로 육상태양광보다 발전효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 주암댐에 2.4kW, 2012년 합천댐에 500kW 규모의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세계 최초 댐 수면을 활용한 수상태양광 모델을 상용화했다. 현재 보령, 충주 등 총 6개소 58MW의 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주민 참여형 발전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육상태양광
한국수자원공사는 공사가 관리하는 정수장, 취·가압장 등 수도 시설 내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 소내 소비형 태양광을 통해 수도 생산원가를 저감하고 있다. 앞으로 수도 시설과 수자원 유휴부지, 댐 홍수터 부지 등을 활용하여 육상태양광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린 수소
수력, 조력,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된 수소를 그린수소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환경부와 함께 지난 2023년 9월 성남정수장에 소수력 전력을 활용해 연 최대 약 62t의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다. 지난 7월 처음으로 생산된 그린수소를 출하했으며, 올 하반기부터는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이동형 수소충전소가 인근에 설치되어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소가 배관망을 거쳐 직접 공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