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물 관리는 어디로 흐르고 있나

최근 글로벌 물 관리 분야에서 인공지능(이하 AI)의 역할과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 물 관리가 강조되면서, AI 융합 기술의 고성장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기계와 데이터 과학의 결합체로서 학습, 추론, 문제 분석, 지각, 언어이해 등 인간 지능을 모방하는 기술이다. 물 관리 분야에 AI가 접목되면 복잡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난제 해결에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부터 점진적으로 형성되어 왔다.
본격적으로 AI 기술 활성화가 이뤄지기 전인 2000년대 후반부터 2020년까지는 IoT 및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수집·관리를 통해 ‘스마트 물 관리’ 개념이 확산됐다. IBM의 경우 2009년부터 IoT 기반의 수질 감시와 클라우드 기반 물 관리 사업화를 선도했으며, AI를 포함한 디지털 전환이 시장을 선점한다는 인식 하에 독일, 싱가포르 등은 국가 주도의 디지털 전환 계획을 적극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Water 4.0’, 싱가포르의 ‘Water 4.0’ 전략 등이 있다.
세계 물 산업 전체 연평균 성장율은 3%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율을 약간 상회하지만 AI, 디지털이 결합된 물 산업 시장은 그 세 배인 연평균 약 9%의 훨씬 높은 성장율을 예상하고 있으며, AI 기술 융합의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수백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물 재해 분야에서는 전 세계적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구글은 2017년부터 홍수 예측 AI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현재는 ‘Flood Hub’를 통해 100여 개국 7억 명에게 하천 범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AI for Earth’ 프로젝트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 환경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Planetary Computer’를 운영 중이다.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첨단 물 관리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AI 기반 물 관리 시장은 신흥국 중심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은 그동안 디지털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양적, 질적으로 우수한 물 관리 데이터를 축적하고, AI 활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서도 우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향후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신흥국들이 원격 탐사와 클라우드 기술 등을 통해 기존 인프라 구축 단계들을 뛰어넘고 바로 AI 기반의 첨단 기술을 도입하며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글로벌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GWI는 신흥국 중심의 AI 기반 물 관리 시장 비중이 현재 대비 최대 12%p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 기준 북미,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시장 비중은 각각 33%, 26%, 20%였으나, 향후 2030년까지 북미 31%, 유럽 29%, 아시아·태평양 32%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AI로 연결된 물 관리 과정

최근 물 관리 전반에 AI가 도입되어 수량·수질 모니터링부터 수자원 관리, 수처리, 공급 관리까지 다방면에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첫째, AI 기반의 수량·수질 모니터링은 물 관리 시장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위성, 드론, 로봇 등 원격탐사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멀티모달 센서를 통해 물 흐름, 이용량, 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감지·대응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AI 기술을 통해 비접촉식, 연속적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짐으로써 모니터링 효율성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AI 시뮬레이션 및 운영 최적화의 기반까지 마련되었다. 또한, 수처리 공정에서는 원수의 수질 현황 예측과 미량 오염원을 조기에 발견하는 등의 자동화가 실현되고 있다.

둘째, 수자원 관리 분야에서 AI 기술을 병행하여 활용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홍수 예측 시스템이 있다. 강우량, 댐과 하천의 수위, 기상 데이터 등을 AI로 분석해 조기 경보를 내리고 시설 운영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이미 AI 기반 글로벌 하천 수위 예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환경부도 2024년부터 AI 홍수 예보 서비스를 개시, 하천 수위를 10분마다 자동으로 예측하여 홍수특보 발령에 활용 중이다. 가뭄 대응에도 AI는 지표수와 지하수 현황을 분석하여 용수 배분량을 미리 조정하거나 댐 방류량 조절을 돕고 있다.
셋째, 수처리 공정에서도 AI 기술이 꾸준히 연구·적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하폐수 중심에서 상수 처리 분야(AI정수장, 담수화, 초순수 등)까지 실체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폐수 처리 과정에서는 복잡한 미생물 거동을 AI로 예측하여 공정을 단순화하고 산소 주입량 등을 최적화하는 기술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개발 중이다. 상수 처리의 경우 공정 운영 데이터를 AI가 학습하여 사용자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거나 최적의 운영방식을 추천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이와 관련한 AI정수장의 국제표준(ISO)까지 추진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 관리 분야에서도 AI 기술 활용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누수 탐지 기술이 있다. 압력 센서와 유량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이상 패턴을 식별함으로써 무수수량(NRW, Non-revenue Water)을 현저히 줄이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영국의 Thames Water는 AI 시스템 도입으로 누수 탐지 및 설비 이상 감지율을 기존 대비 20% 이상 향상시켰으며,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AI 기반 누수 관리 정책과 IoT, 음센서 등의 첨단 기술을 병행하여 누수율을 22%p에서 7.8%p로 크게 낮췄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 수량의 공급측 손실은 약 30%로 추정되며, AI 기술을 도입할 경우 이 손실량을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공급 설비의 실시간 진단과 잔여 수명을 예측하여 교체 시기를 최적화하고, 소비 패턴과 기상정보를 기반으로 물 수요를 예측하는 등 공급 관리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 관리의 새로운 과제

이처럼 AI는 물의 흐름을 더 깊이 이해하고 정교하게 관리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데이터 기반 수질·수량 모니터링부터 정수장 자동화, 누수 탐지 및 수요 예측까지 물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다만 기술의 도입이 확장될수록 물 관리 주체 및 기업들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데이터 주권 확보, 사이버 운영 강화, 윤리적 기준 마련과 같은 고민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생성형 AI의 확산, 물 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 문제, 고영향 영역으로서의 물 데이터 관리 등은 앞으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분명한 것은, AI는 더 나은 물관리를 위한 유효한 실마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