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정수장 운영기술, 국제표준화 급물살
    지난 7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실증한 ‘AI 정수장 운영기술’이 ISO(국제표준화기구) 국제표준 작업초안(Working Draft)으로 공식 승인되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해 11월 해당 기술의 신규과제 제안(New Work Item Proposal) 이후 7개월 만에 국제표준 제정의 핵심 관문인 작업초안 승인을 이끌어냈으며, 이르면 2026년 국제표준으로 최종 확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AI 정수장 운영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면, ISO 174개 회원국을 포함해 AI 정수장 운영기술 도입을 희망하는 국가는 모두 해당 국제표준을 준용해야 한다. 이로써 한국형 물관리 기술의 글로벌 확산은 물론 국내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운영하는 글로벌 인프라 투자 인증(BDN, Blue Dot Network) 획득 절차에도 돌입했다. BDN 인증은 지속가능성, 복원력, 경제적 효율성, 투명성 관련 최고 기준을 충족하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인증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로,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신호를 제공해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유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AI 정수장에 대한 OECD의 공식 심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르면 11월 해당 인증을 획득할 전망이다.
    AI가 분석해 조정·운영하는 화성정수장 약품투입동
    화성정수장 전경
  • 근무자와 AI가 함께 운영하는 미래형 정수장
    AI 정수장 운영기술은 2020년부터 한국수자원공사가 환경부와 공동으로 추진한 스마트 물관리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정수장 전 공정에 접목하여 휴먼에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돗물 생산 공급체계 구축과 운영 최적화를 통한 생산원가 절감이 목적이다.
    AI 정수장은 자율운영, 에너지관리, 예지보전, 영상안전의 네 가지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자율운영 기술은 원수 유입부터 정수 공급까지 전 과정에서 이상수질을 감지하고, 응집제, 보조제 등 정수 약품의 주입량을 AI가 분석해 조절·운영하는 기능을 말하며, 에너지관리 기술은 시간대별 물 수요량을 예측하고 실시간 전력량을 분석하여 시설 가동에 필요한 가압펌프 용량을 산출함으로써 전력 사용을 최소화한다. 예지보전 기술은 주요 설비의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징후를 감지·진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방정비를 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지원하여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영상안전 기술은 기존 감시 센서에 AI 기반 영상분석 및 CCTV 자동추적기술을 접목하여 화재, 누수, 감전 등 유해요인을 신속하게 식별하고 근로자 안전을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정수장 운영 전반에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AI 정수장은 AI의 도입 수준에 따라 총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인 초기 자율운영 단계에서는 평상시 근무자와 AI가 함께 운영하되, ‘이상’ 또는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근무자가 단독으로 대응한다. 2단계인 고도 자율운영 단계에서는 설비 장애, 수질 패턴 변화, 설비 장애 발생 등 ‘이상’ 상황에서도 AI와 근무자가 공동으로 대응한다. 3단계인 완전 자율운영 단계가 되면 대화형 AI 시스템을 통해 사고와 재해 등 ‘위기’ 발생 상황까지 AI가 근무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스마트 AI 정수장 1단계 기술은 화성정수장에서 실증을 거쳐 지난 2024년 전국 43개 광역정수장에 도입이 완료되었으며, 한국수자원공사는 오는 2030년까지 스마트 AI 정수장을 생성형 AI 기반의 완전 자율운영단계까지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정수장에서 수행되는 설비 점검, 진단, 사고대응 등의 고위험 작업 구간에 4족 보행 지능형 로봇이 투입된다. 설비 혼재, 지하 공간 등 위험 요소가 많은 현장에서 물리적· 인지적 한계로 인한 위험 노출과 고령화, 미숙련 작업자 등 인력 기반 운영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지능형 로봇은 자율주행 및 특정 구역 운영 기능과 다양한 센서의 조합을 통해 작업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누수, 화재 등 시설과 설비 상태를 데이터화한다. 이를 시설관리시스템 등과 연계, 분석하여 데이터 기반의 진단 점검체계를 실현하고, 향후 센서 - AI - 로봇을 연계한 상수도 분야의 physical AI 선도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위험 작업 구간에 투입되는 4족 보행 지능형 로봇
  • 첨단 물관리 기술수출로 글로벌 물 시장 선점 속도
    AI 정수장 운영기술은 국내외에서 그 우수성과 기술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24년 1월에는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물관리 등 공공서비스 분야 최초로 ‘글로벌 등대공장’에 선정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인력 운영의 효율성 향상, 전력 소비 절감을 통한 탄소중립 기여, 설비 유지관리 비용 절감과 위기 대응 시간 단축 등이 주요 성과로 평가되었다. 기존의 등대공장들이 주로 AI를 일부 공정 자동화나 오류 감지에 적용한 데 반해, AI 정수장은 전 공정에 걸쳐 인공지능을 도입해 종합적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사령탑 기능을 구현함으로써, 보다 진화된 형태의 첨단 공정관리 모델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국내에서도 높이 평가되어, 2024년 11월에는 ‘올해의 10대 기계기술’에 선정되며 공사가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는 물관리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극한기후와 첨단산업 성장에 따라 물 수요가 증가하고 수자원 관리의 복잡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공사의 독보적인 물관리 기술력은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물산업 시장을 무대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방상수도 시설의 노후화와 전문 운영인력 부족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전국 355개소 지방상수도 정수장를 대상으로 AI 정수장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외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신행정수도 ‘누산타라’의 상수도 인프라 구축 사업과 베트남 롱안성 상수도 운영관리사업에 AI 자율운영 등 기술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물관리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 중인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기술 진단과 국가별 표준 도입 자문을 수행하는 등 글로벌 사업화의 기반을 확대해 가고 있다. 또한, 운영기술 개발 과정에서 AI 기반 예측 분석 등 디지털 기술 분야의 국내 강소기업들과의 협업이 주효했던 만큼, 핵심 운영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민간에 이전함으로써 물 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 동반 진출을 동시에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은 첨단 물관리 기술 수출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물 시장을 선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능형 영상 안전감시 시연 모습
  • 기후위기 시대, 물관리 기술이 곧 국가경쟁력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할 최대 리스크로 기상이변을 지목했으며, 글로벌 물산업 전문기관 GWI(Global Water Intelligence)는 향후 10년간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 손실 중 69%가 물과 관련된 사건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심화함에 따라 물은 산업 안보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곧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AI 정수장 운영기술을 비롯해 물관리 디지털 트윈, 스마트 관망관리 등 초격차 물관리 기술의 고도화와 혁신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로써 국내 물 산업의 혁신을 견인함은 물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데 속도를 높이고,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나아가는데 기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