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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계 각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도 이러한 움직임은 굳건합니다. ‘경제 회복이 우선이니 기후위기 대응은 조금 늦춰야 할 것’이라는 관점에선 사뭇 의아할 겁니다. 유럽·북미 등 선진국이(물론, 한국도 이제 ‘국제공인’ 선진국으로 분류됐습니다만) 우리보다 지구를 아껴서 그런 것일까요? 아닙니다. ‘기후위기 대응이 곧 경제 회복’이라는 공감대 덕분입니다. 시민사회와 산업계, 정부 모두 ‘탈탄소가 살 길’이라 여기는 겁니다. 물론, 탈탄소에 대한 각각의 속내는 조금 다릅니다. 시민사회는 ‘우리 인류의 생존이 달린 길’이라고, 산업계는 ‘기업의 미래 먹거리가 달린 문제’라고, 정부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죠.
최근 WMO(세계기상기구)가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기후변화의 실상을 총망라한 문서입니다. 2021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나 높았습니다. 국제사회가 만장일치로 정한 ‘마지노선’, 1.5℃의 턱밑까지 온 겁니다. 전 지구 온실가스 농도는 역대 최고치(413.2ppm)를 기록했습니다. 경제활동이 아직 예년만큼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말이죠. 한번 뿜어져 나오면 수백 년간 대기에 머무는 이산화탄소의 특성 때문입니다. 200년 전 우리가 뿜었던 이산화탄소는 아직도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죠. 온난화의 효과가 누적되면서 해수온과 해수면 상승 역시 역대 최고를 기록 했습니다. 이는 곧, 바다가 품고 있는 열에너지의 양인 ‘해양 열용량’의 사상 최고치로 이어졌습니다. 해양 산성도 또한 역대 최고(pH 8.05)를 기록했고요. 기후위기 각종 지표의 신기록 4관왕에 힘입어 북극의 해빙(海氷) 역시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지구에 나타나는 기후변화

‘북극곰이 살기 어려워진 것은 가슴 아프지만, 지금 내 살 길 찾기도 힘든걸.’ 위기를 알고도 외면하기 쉬운 오늘입니다. 먼나라의 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통계의 범위를 ‘전 지구’에서 우리와 좀 더 가까운 ‘아시아’로 좁혀보면 어떨까요. 2020년 기준, 아시아의 육상 평균기온은 1981 ~ 2010년 평균 대비 무려 1.42℃나 올랐습니다. 산업화 이전(1850 ~ 1900년) 대비가 아닌, 최근 30년 대비입니다. 아시아만 놓고 보면, ‘마지노선’은 이미 넘어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전 지구 평균 해수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아시아 지역의 해수온 상승률은 전 지구 평균의 5배에 달합니다. 전 지구 평균해양 열용량 역시 역대 최고라고 하지만, 아시아 지역 주요 바다의 해양 열용량 증가 속도는 전 지구 평균의 3배에 이릅니다. 아직도 북극곰이나 적도 열대지방을 걱정할 때일까요. 좀 더 범위를 좁혀보겠습니다. 해양 열용량의 증가는 곧 태풍의 대형화 가능성 증가로 이어집니다. 태풍은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몬순지역을 초토화시키죠. 태풍만 문제일까요. 지난 2020년, 동아시아 몬순지역의 강수량은 이전 30년(1981 ~ 2010년) 평균 대비 약 2배에 달했습니다. 1년 365일에 걸쳐 고르게 늘었다면 수자원 확보 차원에서 도움이 됐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강수량은 늘지만 강수일수는 줄어드는, 집중호우가 급증한 겁니다. 1985 ~ 2019년 호우 발생 빈도는 1960 ~ 1984년의 5배에 달합니다.
이는 경제적 타격으로도 이어집니다. WMO가 발표한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집중호우나 태풍, 가뭄 같은 극한 기상현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국가별 피해 상위 5개국은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 인도, 일본, 한국 그리고 러시아입니다. 1위 중국의 경우, 사회경제적 피해액이 무려 2,379억 7,100만 달러에 달합니다. 2위 인도는 871억 5,200만 달러, 3위 일본은 833억 5,000만 달러였고요. 4위인 우리나라는 242억 7,900만 달러였습니다. ‘중국보다 적네’ 또는 ‘일본보다 적네’라고 위안을 삼기에는 너무도 큰 액수입니다. 우리 돈 30조 원을 훌쩍 넘는 돈이니까요.

우리의 관심이 필요할 때

기후변화라는 지구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에너지 분야의 탈탄소 노력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유럽과 북미는 조금씩 탄소배출량을 ‘무역 무기’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원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입장에서 이는 위기를 고조시키는 일입니다. 폭염, 가뭄, 폭우, 한파 등 극한 기상현상만 위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 겁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이행은 먼 일, 남 일이라 부르며 외면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더는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부터 우리 함께 뜨거운 지구를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 게재된 글은 K-water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