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August VOL. 653
“이런 거 좋아요. 헤질 때까지 오래 쓰는 거.” 곳곳이 헤져 다 낡은 스마트폰 케이스를 바꿔야겠다는 말에 류은정 대표가 말했다. 그는 김천 유일의 제로웨이스트 상점인 <들담>의 운영자다. 그는 ‘물건의 수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눈치였다. 낡은 물건의 쓸모에 대해 말하는 이가 처음이라 이유가 궁금했다. “반가워서”라는 말과 함께 “물건이 쓸모를 다할 때까지 오래 사용하고, 불필요한 물건의 구매를 줄이는 일은 제로웨이스트 활동에 있어 꽤 중요한 일”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특별한 대화 같지만 <들담>에선 이 같은 대화가 일상이다. 지구에무해한 친환경적 소비를 지향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들담>에선 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들담>은 어떤 방법들로 쓰레기를 줄이는 걸까? 구체적인 제로웨이스트(쓰레기없애기) 법은 크게 4가지다. 대부분의 ‘제로웨이스트 숍’처럼 <들담>도 포장 없는 가게로 운영된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70여 가지의 친환경 제품도 자연유래 성분을 활용하거나 화학 성분을 최소화해 버려지더라도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들이다. 세재 같은 대용량 제품은 다회용기에 리필해갈 수 있도록 소분해 판매하고, 분리배출이 쉽지 않은 멸균팩을 비롯한 실리콘유·병뚜껑·크레파스·빨대 등은 재활용될 수 있도록 거점을 두어 수거하는 역할을 한다. 알록달록한 ‘S자’ 고리가 수거한 병뚜껑을 재활용해 만든 대표적인 제품이다. <들담>은 또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서 좀 더 나아가 적극 모으고 줍는 플로깅 활동도 정기적으로 연다.
류은정 대표는 “‘용기내 챌린지’ 등이 확산되면서 <들담>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점차 늘고 있다”라며 “가장 좋은 건 집에 있는 다회용기나 장바구니 등을 들고 오는 것이지만, 지나가다 들러도 구매에 어려움이 없도록 열탕 소독된 재활용 용기와 종이가방을 준비해 두고 있으니 편하게 방문하세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수입 제품보다는 국내 제품 위주로 구비해두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업사이클링 제품이 특히 많아요. 종류도 자잘하게 다양해서 70여 가지 있습니다. 지인들은 “규모에 비해 너무 많지 않냐”라고 하는데, 주변에 다른 제로웨이스트 숍이 없기 때문에, 한분이 오시더라도 취향대로 마음껏 고르실 수 있게 일부러 많이 준비해 놓았습니다.
고등학생일 때 처음으로 ‘기후가 변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름에는 너무 심하게 뜨거웠고, 겨울에는 무섭다 싶을 만큼 폭설이 자주 내렸죠. 막연하게 이상하다고만 느끼고 있었는데, 결혼 후 아이를 임신하고부터 환경문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지구온난화’였던 키워드가 지금은 ‘기후위기’가 되었고, 다음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죠. 그때부터 혼자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한계가 있었고,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질 때쯤 제로웨이스트 숍을 알게 됐습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죠.”
사실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진짜 적은 편이에요. 그래도 보람을 느끼는 건 조금씩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수거활동에 대한 반응은 늘었어요. 그리고 1년 사이 ‘김천바꾸어스’팀이 꾸려졌습니다. 저와 환경운동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생긴 건데요. 수거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환경캠페인 등도 함께 펼치고 있습니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업이나 정부에서도 적극 동참하고 있어요. 시민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서 기업이나 정부를 변화시킨 사례도 많습니다.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은 다른 사람들에 기대면 안 되고 ‘나부터’ 실천해야 되는 일인것 같습니다. 나 하나쯤 변한다고 뭐가 변할까 싶지만, 나로부터 커져 가는 시너지가 있어서 분명히 누군가도 같이 변하거든요. 다 함께 변하길 소망합니다.
들담
주소 경상북도 김천시 남산공원길 35
문의 0507-1338-7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