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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를 소득 자원으로 바꾸려면, 그것도 부가가치 높은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그게 뭘까 고민했습니다. 구글에 ‘뱀부 프로덕트’를 검색하다보니 대나무 칫솔이 나오더군요. 플라스틱 칫솔보다 가격 경쟁력 있으면서 품질 좋은 대나무 칫솔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빈곤과 환경을 동시에 생각한 칫솔을 만들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의 모든 플라스틱 칫솔 회사들이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 수 있게 해법을 제공하는 솔루션 제공자가 되기로 결심했고요.”

우연히 읽은 한 편의 논문이 바꾼 삶의 나침반

우연이 필연이 되는 경우가 있다. 찰나의 섬광 같은 각성은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닥터노아의 박근우 대표가 그랬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2년 정도 치과의사로 일을 했어요. 그러다 2008년부터 남부 아시아와 중부 아프리카의 빈곤지역들에서 국제구호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에티오피아 훌라에 갔다가 대나무 숲에서 살아가는 빈곤한 소수민족을 만나게 됐다. 대나무, 그러니까 자원으로서의 대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때부터였다. 이후 대나무 생산지의 빈곤 문제를 다룬 논문들을 찾아서 읽던 중 베트남 최대 대나무 생산지의 삶에 관한 충격적인 논문을 접하게 된다.
“베트남 탕호아성 북서부 지역의 대나무 산지에 관한 논문이었습니다. 월평균 가족 소득은 68달러밖에 되지 않고 지역민들은 빈곤으로 인한 모든 폭력적 경험을 하고 있었어요. 이 지역에 풍부하지만 잘 이용되지 않는 자원을 소득자원으로 만들어 준다면 16만 3,000명의 사람들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만일 문제를 해결하고 16만 3,000명을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면 인생을 걸어도 좋지 않을까? 난생처음 심장이 두근거림으로 요동쳤다.
그가 첫 번째로 당면한 문제는 대나무를 소득 자원으로 바꾸려면, 게다가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그게 뭘까 하는 것이었다. 구글에 ‘Bamboo products(대나무 제품)’를 검색했다.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수많은 대나무 상품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 속에 대나무 칫솔이 있었다. “제가 치과의사니까 칫솔은 잘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닌데, 그땐 사업을 한다는 게 뭔지 잘 몰랐어요.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웃음). 아무튼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썩지 않는 18g의 플라스틱 대신 친환경 대나무 칫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소셜 벤처’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대나무 제품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환경뿐 아니라 빈곤 문제 해결에 일조하고자 했다. 대나무 칫솔의 제조과정은 우리가 흔히 아는 목공 작업과 비슷하다. 대나무를 자르고 깎고 다듬고 연마하는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미세한 구멍을 뚫고 식모를 하면 칫솔이 만들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생산 효율과 품질을 동시에 잡은 지금의 제조법을 찾았다. 닥터노아는 지난해 대나무 칫솔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지금까지 대나무 칫솔로 대체된 플라스틱 무게는 약 1만 9,000㎏이다. 닥터노아는 100만 개의 대나무 칫솔을 판매하면서 베트남에서 대나무 110톤을 수입했다. 이를 통해 약 1,350명의 빈곤층 대나무 농부가 중위소득자 수준의 수입을 올렸다.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은 디자인도 뛰어나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Reddot’, ‘Good Design’ 등에서 수상했다. 처음 베트남 탕호아성의 주민 16만 3,000명을 빈곤으로부터 탈출시키겠다는 거창한 계획에서 대나무 칫솔 사용을 권했던 그의 생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겸손하지만 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수렴되었다. “언젠가 ‘뭔가를 산다는 것은 투표를 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단순한 소비 행위가 우리 삶을 바꾸는 행위로 이어지는 거죠. 베트남 빈곤 주민을 구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는 것도 너무나 중요해요.” 지구라는 푸른 별이 그 자리에서 반짝일 수 있도록, 그리고 지구라는 별에 안착한 이웃들과의 오랜 공존을 위해 그는 이제 욕실 풍경부터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대나무 칫솔을 쓰시면 대나무 칫솔 1개당 18g의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요. 또 대나무 생산지 지역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켜 주고요. 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칫솔이에요. 일석삼조를 위해 칫솔 한번 바꿔보지 않을래요?”

현재 넘어 미래까지 생각하는 솔루션 제공자가 될 것

닥터노아는 매일 쓰는 칫솔과 치약에서 영원히 썩지 않는 것들을 덜어내고, 자연으로부터 얻은 재료와 성분을 더해 안전하고 건강한 오랄 케어 제품을 선보인다. 칫솔 자체도 친환경이지만, 내구성 강화를 위해 식물성 천연 원료로 마감하는 공정도 친환경이다. 작은 소셜 벤처 하나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칫솔을 만드는 대기업들이 나서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로 제품을 만들어 판다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닥터노아의 믿음이자 바람이다. “치과의사, 국제구호활동가로 살다가 사업을 하려니 쉽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게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배울 거고, 열심히 대나무 칫솔 홍보와 판매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좋을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때 의미와 가치도 커지는 것이니까요.”
오래전 남부 아시아와 중부 아프리카의 빈곤지역을 돌아다니며 깨끗한 물에 접근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는 박근우 대표. 인간의 수명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로 의학의 발달이 아닌 ‘상하수도의 보급’을 꼽을 정도다. “K-water 임직원분들께 온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진정 너무나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자연이라는 자원만큼 소중한 자산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박 대표의 꿈은 2025년까지 플라스틱 칫솔보다 가격 경쟁력 있고 품질 좋은 대나무 칫솔을 만들어, 세상의 모든 플라스틱 칫솔 회사들이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제조업체로서의 닥터노아를 넘어, 솔루션 제공자로서의 닥터노아로 보폭과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환경 운동가라야만 지구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애향심과 애국심도 좋지만, 이제 애구심(愛球心)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푸른 별 지구를 사랑하는 한 평범한 지구인의 애절한 마음이다.

※ 본 취재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안전하게 진행했습니다.

닥터노아

문의 02-856-2030

홈페이지 www.doctornoah.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