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메뉴

예부터 지례 흑돼지는 산간지대에 방사하며 보리등겨 등을 사료로 줘 덩치는 일반 돼지의 3분의 1 수준으로 자그마하지만 지방 분포가 적고 육질이 쫄깃쫄깃해 고기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김천의 역사를 품은 지례 흑돼지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도로를 따라 늘어선 김천시 지례면은 흑돼지의 본고장이다. 원래 우리나라 토종 돼지는 ‘꺼먹 돼지’라고 해서 검은 털을 가진 돼지다. 피부색은 평범하지만 털색이 까맣고 체구는 작은 것이 특징이다. 특유의 담백하고 쫄깃한 맛으로 임금님 진상품에 오르기도 했다.
흑돼지는 외래종과 달리 순흑색에 성질이 온순하며 영리한 데다 다산으로 한 번에 10 ~ 15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다. 사육하기도 쉬워 <조선농업편람>에 따르면 ‘농가에서 흑돼지를 기를 때 울타리를 쳐서 방사하거나 말뚝을 매어 길렀으며, 물이나 농산물 부산물 등을 먹이로 주었다’라고 기록돼 있다.
일제강점기 토종 돼지는 경제 가치와 수율이 나쁘다는 이유로 개량의 대상이 되었다. 해방 이후 흰색의 요크셔와 랜드레이스, 갈색의 듀록 등이 경제성을 이유로 주로 사육되면서 흑돼지는 도태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지례 흑돼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1990년대 초반부터 김천시와 지례면이 합심해 흑돼지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토종 흑돼지 바람’이 불었고 강원도와 제주도, 지리산 일대에서 ‘흑돼지의 부활’을 주도했다. 지례 흑돼지도 그 바람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작지만 맛은 최고라는 자부심

지례 흑돼지의 가장 큰 장점은 맛에 있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자란 덕분이다. 지례면은 지형적으로 추풍령과 황악산, 민주지산을 기대고 남쪽에 위치해 있다. 그 옆으로 감천(甘川)이 흐른다. 감천의 지하수를 먹고 자란 지례 흑돼지는 철분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또 일교차가 심한 지역이기 때문에 육질이 단단하다.
예부터 지례 흑돼지는 산간지대에 방사하며 보리등겨 등을 사료로 줘 덩치는 일반 돼지의 3분의 1 수준으로 자그마하지만 지방 분포가 적고 육질이 쫄깃쫄깃해 고기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생으로 썰어놓은 지례 흑돼지는 결이 섬세하고 광택이 난다. 이런 고기는 탄력이 있어 구우면 육즙이 잘 잡히고 단단해 씹는 맛이 좋다. 한마디로 ‘차지다’는 표현이 딱이다. 다른 돼지고기와 달리 지례 흑돼지는 껍데기와 비계를 그대로 구워도 기름이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쫀득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현재 지례면에는 많은 지례 흑돼지집이 있다. 원육이 워낙 좋다 보니 어느 곳을 택하더라도 만족스럽다. 메뉴는 거의 2가지다. 소금구이 혹은 양념구이. 마블링이 잘 된 흑돼지의 목살만 떼고 두툼하고 큼직하게 썬 다음 굵은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 소금구이는 육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고소하다. 껍질째 나오는 삼겹살과 목살·삼겹살을 반씩 섞은 양념구이는 진한 풍미를 자랑해 전국에서 그 맛을 보기 위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