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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2010 ~ 2019년)간 대설로 인한 피해액은 2,264억 원(2020년 환산가격 기준)에 이릅니다. 같은 기간 태풍(1조 8,858억 원), 호우(1조 2,328억 원)에 비할 바 아닙니다만, 각각의 현상이 이어지는 기간과 빈도, 영향을 미치는 지역을 고려하면 결코무시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극지방에서 두드러집니다. 북극의 해빙(海氷)이 녹아내리는 것이야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죠. 남극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펭귄이 하얀 빙판 위가 아닌 흙바닥을 뛰노는 것, 이젠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죠.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극지방 찬 공기를 가둬놓은 ‘에어 커튼’, 한대전선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그로 인해 찬 공기가 한반도 같은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게 된다.” 지난 호에 설명한 기후변화와 한파의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북극의 얼음이 녹는 것은 높은 하늘 위의 ‘에어 커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극지방의 물순환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꽁꽁 얼어붙은 고체였던 물이 기온 상승으로 액체로 변하는 만큼, 액체였던 물이 기체로 변하는 양 또한 늘어납니다. 즉, 구름이 많아지는 겁니다. 이처럼 시베리아 부근에서 늘어난 눈구름대는 대륙 고기압의 확장 등으로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맑고 추운 겨울’이 ‘흐리고 추운 겨울’로 변하는 겁니다. ‘북극발 한파’라는 표현은 이제야 조금씩 우리 모두에게 익숙해졌는데, 어쩌면 ‘북극발 폭설’이라는 표현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

한반도의 경우 또 다른 폭설 요인이 존재합니다. 바로 찬 공기와 따뜻한 3면의 바다로 인해 급격히 생성되는 구름입니다. 기후변화로 온도가 오르는 것은 공기만이 아닙니다. 바다도 점차 달궈지고 있죠. 한반도 주변의 바다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해수온뿐 아니라 바다가 품은 열용량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언제든 에너지를, 수증기를 뿜어낼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죠. 그렇게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가 대륙 고기압의 확장으로 때마침 한반도를 찾아온 찬 공기를 만나면 이 역시 눈이 됩니다.

동태평양 지역 해수온의 변화 역시 한반도의 겨울철 폭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라니냐 현상으로 이 지역 해수온이 평년보다 낮아진다는 것은 곧 한반도가 접한 서태평양의 해수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따뜻한 서태평양의 바다에서 올라온 수증기와 북쪽의 찬 공기가 만나 큰 눈을 부르게 되고요.

2020 ~ 2021년 사이 찾아온 겨울은 기후변화로 초래된 불확실성이 극명하게 드러난 때였습니다. 역대 최저 기온 기록과 최고 기온 기록이 같은 달(2021년 1월)에 깨졌습니다. 이러한 변덕은 안정적인 예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우리의 피해로 다가오게 됩니다.

기상청이 2022년 11월 말 발표한 장기전망에 따르면, 올겨울 강수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12월과 올 1월엔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적을 확률이 각각 40%였고, 2월엔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 평년보다 적을 확률이 30%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올겨울 폭설 걱정은 접어두기엔 이릅니다.

2021 ~ 2022년 사이의 겨울, 서울엔 12월 중순과 1월 중순, 두 차례에 걸쳐 큰 눈이 내렸습니다. ‘겨울철 폭설 걱정은 덜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3월 중순, 강원도 산간엔 80cm의 폭설이 쏟아져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잇따랐습니다. 당시 기상청의 3개월 전망(2021년 12월 ~ 2022년 2월)에서도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40%였죠. 겨울 내 전체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지언정, 그래서 봄철 역대급 산불이 발생했을지언정, 갑작스러운 폭설은 언제든 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폭설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더욱 커질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국토연구원은 폭설 취약지역이 향후 강원권, 충청권, 호남권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흔히 ‘폭설’이라고 하면 강원도를 떠올리는데, 앞으론 강원권을 넘어 충청과 호남 전반으로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갑작스러운 일’일까요? 국토연구원이 이러한 예측을 내놓은 지 어느덧 8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30여 년 전에도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는 언론보도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고요. 사실 우리 모두는 이 같은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한 경고를 꽤나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지구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왔고, 그 신호를 파악한 과학자들은 객관적인 근거들을 모아 우리에게 알려왔습니다. 올해는 이 신호와 경고에 우리가 비로소 움직이게 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게재된 글은 K-water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