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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지구보고서’를 통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입자상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라는 근원적인 원인 이외에도 대기혼합고와 계절풍, 강수와 바람 세기 등 기상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야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겁니다. 우리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내릴 때 통제되는 대표적인 것들만 살펴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사업장, 건설 현장 등 겨울이라고 더 바삐 움직일까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이 여름철에 자발적으로 운행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사업장과 건설 현장이 겨울에만 운영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상 요인은 그야말로 고농도 미세먼지의 절대적인 요인인 거죠.

결국 기후변화를 부르는 우리의 행동은 고농도 미세먼지를 부릅니다.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연 강수량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2022년 물난리가 그렇게 크게 났는데 무슨 소리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1년 동안 한반도에 내리는 비의 양은 분명 줄어들고 있고, 강수일수 역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호우’가 늘어나는 것이죠. 지나치다 싶을 만큼 비가 내리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다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한바탕 쏟아붓는 식으로 강수 양상이 달라지는 겁니다. 그 결과, 좁은 국토에도 역대급 가뭄을 겪은 지역과 역대급 폭우를 겪은 지역이 공존하게 됐고요.

지난겨울과 봄은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2021년에서 2022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전국 강수량은 13.3mm로 역대 겨울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전국 강수일수 역시 11.7일로 역대 겨울 최저였습니다. 평년보다 무려 7.8일 적을 정도였죠. 2022년 봄철 평균기온은 13.2℃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평균풍속은 1.9m/s로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강수일수는 17.9일로 역대 최저 3위에 올랐습니다. 코로나19라는 외적 변수로 인해 ‘입자상 대기오염물질 배출’ 자체가 줄어든 덕에 큰 걱정 없이 지나갈 수 있었으나, 당시 조건은 언제든 고농도 상황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와 같은 강수일수와 강수량의 감소는 대기오염물질의 고농도 현상으로 이어지는데, 기후변화를 부르는 우리의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태우는 행위는 입자상 대기오염물질을 발생하는 행위이자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내뿜는 행위입니다. 배출가스 5등급 자동차, 각종 사업장과 건설 현장에서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다량의 온실가스도 뿜어져 나오죠. 또한 점차 사라지는 녹지와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뒤덮인 땅은 대기의 순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자연스러운 공기의 흐름을 방해함에 따라 열도, 공기도 도심에 갇히게 되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열섬현상 외에도 대기 정체가 빚어지는 겁니다.

‘대기 중에 떠다닌다’는 관점에서 봤을 때,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어떤 차이를 보일까요? 한번 대기로 뿜어져 나왔을 때, PM10은 수 시간 동안 대기에 떠다닙니다. PM2.5는 대기잔존기간이 수주 가량이고요. 반면 온실가스는 그 시간이 무척 긴 편입니다. 메탄의 경우 12년, 우리가 그토록 줄여야 한다고 외치는 이산화탄소는 200년, 사불화탄소는 무려 5만년에 달합니다. 오늘 당장 우리가 탄소 배출은 0으로 만든다 하더라도, 최소한 2223년까지는 이산화탄소가 남아있는 셈이죠.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넘어 ‘온실가스 비상저감조치’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다행히 ‘탁한 공기’는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일수는 2015년과 2016년 62일, 2017년 60일, 2018년 59일, 2019년 47일, 2020년 26일, 2021년 23일, 2022년 17일로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북서 계절풍을 타고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국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해마다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연간 중국의 전국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52㎍/㎥에서 2022년 28㎍/㎥으로 대폭 낮아졌습니다. 코로나19로 본의 아니게 경제활동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노력 역시 이러한 개선을 부른 이유일 겁니다.

결국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은 온실가스 저감 외에도 대기오염물질의 저감, 생물다양성의 회복 등 인간과 동물, 자연 등 생태계 전반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우리가 언제나 반가워하는 푸른 하늘은 그저 ‘미세먼지 없는 날’ 만 뜻하지 않습니다. 푸른 하늘은 ‘덜 더운 지구’를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 게재된 글은 K-water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