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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산에서 흘러온 맑은 물

안으로 강을 낀 도시는 참 매력 있다. 남강이 도심을 ‘S자’로 가르며 지나는 진주시도 그런 도시 중 하나다. 마치 경계인 듯 완충지대인 듯 도심을 유유히 흘러, 도시의 속도를 한 템포 늦춘다. 덕분에 강가에 선 사람들은 한층 느긋해지고, 계절마다 다른 물가의 시간을 일상으로 즐긴다.
일반적으로 강은 발원해 천(川)이나 강(江)으로 흐르다 바다가 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물길과 합쳐지고 이어지며 형태도 이름도 여러 번 바뀌는 것이 강의 속성이다. 남강도 마찬가지다. 경상남도 함양군 서상면 남덕유산(1,507m)에서 발원해 남계천으로 흐르다가 산청군에서 경호강이 되고, 남강댐에 의해 잠시 진양호가 되었다가, 진주시에 닿아서야 비로소 남강으로 흐른다. 186.3km에 이르는 물길은 그렇게 굽이굽이 진주시까지 흘러와 유등이 뜨는 ‘빛의 강’이 되고, 깊고 강직한 ‘논개의 강’이 된다.
본래 물은 모양과 색깔이 없다. 주변의 색깔과 햇빛의 방향에 따라 그 빛과 깊이감이 달라진다. 침엽수가 많아 사계절 푸른 진양호는 그래서 늘 푸르고, 도시 사이를 운치 있게 흐르는 남강은 도시의 빛을 그대로 받아내 그 그림자가 화려하다. 남덕유산에서 흘러온 남강 물길과 지리산에서 시작된 덕천강 물길이 만나 이룬 호수와 강이란 점에서도 남강은 돋보인다. 큰 산에서 흘러온 맑은 물이 남강댐 조성 이후 한층 깨끗해져 진주시를 비롯한 서부경남의 식수원인 이곳들에 청정수역에서만 서식한다는 수달과 쉬리, 꺽지, 버들치 같은 생물들이 깃들어 산다는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보배롭구나, 그 이름 ‘남강’

“진주하면 남강이지”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만큼 진주시와 남강은 관계가 깊다. 예부터 남강을 통로 삼아 문화·상업·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해온 도시가 진주시고, 지금도 진주 사람들은 남강을 자원 삼아 각자의 일상을 산다. 또 ‘지극히 진주다운 풍경’의 제일을 남강이라고 말할 정도로 남강에 대한 애정도 깊다. 무엇보다 천년 세월에 깃든 이야기가 강가에 고스란히 펼쳐져 있어 각별하다.
호국충절의 역사가 새겨진 진주성이나, 수백 년 동안 우리나라 전통의 통신수단으로 기능해온 봉수대(망진산) 등이 대표적인 남강가의 문화유적이다.
진주성부터 찾자. 임진왜란 당시 논개가 왜장을 끌어안고 투신한 공간으로 유명한 진주성은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로 손꼽히는 진주대첩이 벌어진 곳이다. 이 전투로 김시민 장군은 왜적의 호남지방 진출을 좌절시키며 한반도에 불리했던 임진왜란 초기의 전세를 뒤집고 전열을 가다듬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불과 8개월 뒤 벌어진 2차 진주성전투로 7만여 명의 민·관군이 장렬히 전사했고, 성이 함락되는 비운을 맞았다. 논개는 함락된 이 진주성, 좀 더 정확하게는 촉석루에서 왜군이 벌이는 잔치에 참여해 왜군 장수를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했다.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은 이토록 참담하다. 하지만 그 참담한 역사 위에 뿌리내린 시간이 우리가 사는 지금이다. 1.7km 길이의 진주성 성곽을 천천히 따라 걸으며, 조금씩 부풀기 시작한 봄빛과 함께 이 땅을 지킨 그 거룩한 분노의 흔적들을 만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때로 풍경은 거시적 또는 미시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남강 가엔 진주 시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장소들이 여러 군데 있다. 망진산 봉수대와 선학산 전망대, 소망진산유등테마공원 등이 거시적으로 남강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이다. 이 중 남강과 남강에 바투 붙어 축조된 진주성을 조망하기엔 선학산 전망대가 가장 좋다. 산의 높이가 해발 135.5m에 불과한 데다 남강 유역에서 750여 m 정도만 오르면 돼, 가볍게 올라 멀고 넓게 누릴 수 있다. 남강에는 강을 보다 살갑게 누릴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남강댐 아래에 있는 습지원을 찾으면, 연둣빛 봄물 잔뜩 오른 수양버들과 어울린 강 풍경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수변 산책로를 따라 진주성까지 약 5km 거리를 느릿느릿 걸으면, 도심에서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초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테다. 풍경이 고즈넉해 마음이 쉬어가기에 좋은 자리다.

석양에 물드는 봄날의 호수

남강을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진양호도 나온다. 1969년 남강댐 건설로 생긴 진양호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저녁노을 풍경과 멀리 보이는 지리산의 자태가 일품이다. 실타래처럼 구불구불한 진양호를 한 바퀴 끼고도는 호반 드라이브를 즐긴 후, 해 질 녘에 맞춰 진양호공원 휴게전망대에 서면, 해의 기운을 품어 붉게 물든 하늘과 호수의 깊고 푸른 어둠이 만나 빚어내는 진양호의 오묘한 색채와 마주할 수 있을 테다. 4월 초순경엔 이 풍경에 진양호공원 일대의 눈처럼 새하얀 벚꽃 군락까지 더해지니, 풍경이 더욱 찬란해질 테다. 누군가의 말처럼 남가랑공원(진주성 맞은편)에서 보는 진주성의 빛깔 화려한 야경과 선학산 전망대에서 보는 남강 유역의 ‘별 무더기’ 같은 야경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밤 풍경일 테니, 이 또한 놓치지말 일이다.

여행고수가 알려주는 여행지 이야기
  • 가좌산 테마숲길

    초봄 목적지로 삼아 걷기 좋은 곳이 가좌산의 대나무 숲길이다. 가좌산은 과거 산림청 남부산림연구소에서 연구 목적으로 시험림을 운영했던 곳이다. 덕분에 사철 숲의 기운이 싱그럽다. 높고 울창한 대숲 사이를 걸으며 바람 품은 대숲이 사각사각 사르륵~ 즐거운 경음악을 들려주는 시간을 상상해 보라. 진짜 더디게 걷고 싶을 만큼 푸른빛이 가득해 좋다. 산책 기점에서부터 청풍길, 대나무숲길, 어울림숲길, 물소리쉼터, 맨발로황톳길, 풍경길(전망데크), 고사리숲길 등의 테마숲길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점도 매력 있다.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대로629번길 15-32

  • 경상남도수목원

    진주에서 봄빛을 가장 먼저, 가장 짙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너른 터에 방대한 종의 식물이 자란다. 추천 관람 코스는 매표소 ~ 민속식물원 ~ 산림박물관 ~ 열대식물원 ~ 난대식물원 ~ 선인장원 ~ 약용식물원 ~ 야생동물관찰원 ~ 생태온실 ~ 분수대 ~ 수종식별원 ~ 방문자센터 ~ 화목원 ~ 매표소 코스다.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로 수목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다. 이 중 봄철 빼놓지 말고 둘러봐야 할 곳은 서향 향기 가득한 난대식물원과 매화 피는 화목원이다. 방문자센터 오른쪽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 길과 그 곁의 연못도 SNS 인증 사진 명소로 인기다.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이반성면 수목원로 386


    문의 055-254-3811

  •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진주가 낳은 세계적인 서양화가이자 판화가인 고(故) 이성자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건립한 미술관이다. 이 화백은 깊이 있는 영감으로 동서양을 넘나들며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이끌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미술관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화사하고 부드러운 색감의 추상화가 진주의 고즈넉한 풍경과 꽤나 잘 어울려 둘러보는 맛이 좋다. 공원처럼 꾸며놓은 미술관 야외공간에서 미술관 뒤를 푸르게 흐르는 영천강을 바라보며 잠시 봄볕을 쬐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에나로128번길 14


    문의 055-749-3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