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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

일반적으로 제로웨이스트 숍은 포장재 없는 가게로 번역된다. 지구에 무해한 제품을 판매하고,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가게를 운영하며, 플라스틱의 대체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안한다. 속절없이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안타까워 자원순환에 앞장서는 것도 제로웨이스트 숍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고, 버려진 쓰레기를 줍거나 지구환경에 이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탐색해 현실화시키는 작업들도 대부분의 제로웨이스트 숍이 한다. 지속가능한 지구, 보다 나은 지구환경을 위한 ‘소소하지만 큰’ 노력들이다.
진주시 초전동에 있는 <슈가>도 이 모든 제로웨이스트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하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슈가>는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관심이 많다. 기본적으로 ‘생산에서 소비까지 쓰레기가 최대한 나오지 않게 노력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세제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일 수 있는 자투리 천을 활용해 생활용품을 만들어 파는 ‘되살림’의 공간이면서, 제로웨이스트 제품들을 소비자들이 직접 만들어갈 수 있는 체험공방으로도 활용된다. 덜 버릴 수 있는 제품들을 소비하고, 더 오래 쓰는 방법들로 소비하고,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다양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 공간인 셈이다.

나의 소비가 지구에 좀 더 ‘무해하도록’

얼마 전 미국 하와이 해변에 54톤이 넘는 거대한 향유고래 한 마리가 사체로 떠밀려온 일이 있다. 그 고래의 뱃속에서 그물과 폐플라스틱, 비닐 같은 해양 쓰레기 150㎏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11월에 캐나다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고, 국내 연근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뉴스로 보도되는 일이 있었다. <슈가>의 이은숙 대표도 해당 뉴스를 보았고, 전부터 엇비슷한 사진을 여러 차례 보았다고 한다. “아마 2008년이었을 거예요. 고래가 쓰레기를 가득 먹고 죽은 사진을 처음 본 것이…. 당시 남편이 운영하는 빵집 일을 간간이 도와줄 때였는데, 생각보다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놀라던 참이었죠. 그때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쓰레기를 줄여보겠다’고 마음먹었고, 빵집에서 나오는 쓰레기의 양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어요. 나의 소비와 선택이 지구 환경이나 동물의 삶에 해롭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때로는 그렇게 사진 한 장이 누군가의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후 이은숙 대표는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시작했고, 나날이 늘어나는 쓰레기가 안타까워 제로웨이스트 숍 운영을 업으로 삼게 됐다. 그저 “이런 공간이 도시 곳곳에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를 알고, 경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퇴사 후 매장을 열게 됐다”라는 설명이다. “사실 처음엔 아주 작게 시작했어요. 빵이 빠져나간 자리에 대나무 칫솔이나 고체치약 같은 몇몇의 제로웨이스트 제품들을 비치해 소개하는 형태였죠. 이후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제품의 가짓수도 늘고, 저도 공부를 더 많이 하게 됐어요. 환경이란 것이 알면 알수록 외면할 수가 없는 것이어서, 쓰레기를 줄이는 소비가 ‘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란 절박함도 함께 커지더라고요.” 이은숙 대표에 따르면 <슈가>는 결국 ‘나부터, 나라도’로 시작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가 지금에 이르게 된 공간이란 얘기다. 어쩌면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시작하고 계속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와 같은 이유로 시작해, 그 같은 마음으로 제로웨이스트 활동을 지속해 나가는 것은 아닐지.

쓰레기 없는 친환경 녹색소비를 위해

<슈가>에서 살 수 있는 물품들은 다양하다. 다양할 뿐 아니라 모두 재사용하고, 재활용하고, 썩히기 좋은 물품들이라 지구에 무해하다. 비치 제품의 대부분은 천연수세미·스테인리스 빨대·샴푸바·설거지바 같은 생활용품들이고, 면이나 잘 썩는 소재의 생리대, 소창손수건 같은 쉽게 생분해되는 면제품들도 많다. 실리콘을 재료로 한 다회용 용기도 여러 종류이고, 폐유리병으로 만든 컵과 재생지를 사용한 문구 등도 진열대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슈가>에는 특히 쓰임새를 다한 의류 폐기물을 해체해 새롭게 조합한 가방이나 필통, 물병주머니, 잔받침 같은 이은숙 대표가 손수 만든 제품들이 많다. 자투리 천을 사용해 만든 되살림 제품들이라곤 믿기질 않을 정도로 예쁜 천으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대량으로 파는 소창을 구매해 와 만든 소창 손수건과 소창 커피 필터, 소창 티백 등도 눈에 띄는 제품들이다. 손수건은 일회용 티슈를 대신할 수 있고, 소창 커피 필터와 소창 티백은 일회용 커피 필터와 티백의 대체재로 쓰일 만하다.
이은숙 대표는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들 중 대부분은 이렇게 되살려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재봉틀이나 손바느질을 할 수 있는 분들은 직접 만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상점 한켠엔 대용량 세제들도 자리하고 있다. 소비자가 가져온 리필 용기에 세제(주방 세제, 세탁 세제, 섬유유연제, 베이킹 소다, 과탄산소다, 구연산 6종 비치)를 소분해서 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이다. 미처 용기를 준비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플라스틱용기(환경부 지원 용기)’에 세제를 소분해 담아 준다. 플라스틱 용기의 사용을 줄이려는 목적이다.

지구별을 살리는 소소한 재미 ‘만들기’

편하게 <슈가>라고 부르지만, <슈가>의 정식 명칭은 ‘제로웨이스트 숍 & 공방 슈가’다. 엄밀하게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공방으로 운영된다. 대부분 원데이 클래스로 운영되는데, 주로 샴푸바, 세안바, 고체치약 만들기 클래스가 열린다. 통계에 의하면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는 튜브형 치약은 연간 10억 개라고 한다. 여러 성분이 혼합된 합성플라스틱인 탓에 전혀 재활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고체치약은 유리병처럼 밀폐만 잘 한다면 어떤 용기든 상관없어 플라스틱 용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또 액체 형태로 만들기 위해 습윤제가 첨가되는 일반 치약과 달리 결합제나 세정제, 연마제 같은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아 우리 몸과 지구에도 더 좋다. 샴푸바도 고체치약처럼 고체이기에 별다른 용기가 필요 없어 쓰레기(펌프용 용기)가 발생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은숙 대표는 “샴푸바 같은 경우 액상 샴푸에 비해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인식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친환경적인 데다 세정력까지 좋아 요즘 제로웨이스트 숍의 잇템으로 떠올랐다” 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체험이 진행되는 1 ~ 2시간 동안, 이 제품들을 사용함으로써 제로웨이스트가 실현되는 과정을 천천히 설명해 드리고 있는데, 모두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좋아들 하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