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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에 대비한 각종 대책이 5월부터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냉방지원에 1천억원 가까운 정부예산이 투입되고, 지자체들도 맞춤형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역대급 폭염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조건은 이미 충분히 마련됐습니다. 지난 3년간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 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라니냐’가 이어졌음에도 이를 뛰어넘을 정도로 높아진 온실가스농도 때문에 지구가 계속 달궈져 온 것이죠. 이젠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마저 평년보다 더운 엘니 뇨 상태에 접어들었으니 말입니다.

    어느 정도로 더워야 ‘폭염’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기상청의 폭염특보 발령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폭염주의보는 1일 최고체감온도가 33°C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2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의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내려집니다. 폭염경보는 1일 최고 체감 온도가 35°C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 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2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의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지죠. 보다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난 5월 15일부터는 기온이 아닌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는 특보 체제가 공식화 되기도 했습니다.

    과연, 올여름 폭염은 기존의 ‘역대급 기록’을 깰 수 있을까요? ‘역대 최장 폭염’ 타이틀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 2018년 여름이 쥐고있습니다. 그 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무려 31일에 달했습니다. 광역시도별로는 광주가 43일, 대구는 40일, 서울은 35일을 기록했습니다. 일 최고기온이 33°C 이상인 날이 한 달을 족히 넘을 정도였던 겁니다. 그 해 충남금산에선 7월11일 부터 8월 16일까지 37일이라는 최장 지속일수 기록이 쓰였고,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지’ 중 하나인 부산과 속초조차 각각 18일, 15일에 달했습니다.

    ‘때 이른 폭염’의 징후는 해외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장 5월에만 하더라도 싱가포르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37°C까지 올랐고, 미국 시애틀에서도 30°C를 넘어서는 곳도 나왔습니다. 태국에서는 이미 4월에 45°C를 넘는 기온이 기록됐죠. 물론, 폭염의 시작이 꼭 빨라야만 ‘최악의 폭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2018년의 폭염은 생각보다 늦게 찾아왔습니다.

    서울 기준, 첫 폭염 일은 7월 15일로 이듬해인 2019년 서울의 첫 폭염일(5월 24일)보다 한달 반 넘게 늦었죠. 설령, 올 여름 폭염이 일찍찾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에이, 예보로 겁주더니 역시나 틀렸구먼!” 하고 비웃었다간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1973년 이래로 서울의 최장 폭염일수 상위권은 2000년대의 차지였습니다. 2018년(1위), 2016년(3위), 2000년과 2021년 (공동 4위)... Top 5중 2000년대가 아닌 해는 1994년(2위) 뿐이었죠. ‘이상 고온’, ‘이례적인 폭염’ 등등 이상(異常)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잦아지는, 이상의 일상화가 벌어지는 겁니다. 자, 그럼 올 여름예보는 어떨까요? 당장의 앞으로 몇 달의 시간,그 날 그 날 기온이 정확히 “몇 °C까지 기온이 오른다”라는 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기상청의 6~8월 장기예보에 따르면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40%, 비슷할 확률이 40%, 낮을 확률은 20%입니다. 이상고온(최저·최고기온의 90 퍼센타일 초과범위) 발생일수 또한 평년(3일)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에 달하고요.

결국,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후변화 대응의 두 축인 적응과 감축뿐입니다. 단기적으론 다가올 폭염에 대비하고, 장기적으론 이러한 이상의 일상화를 막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것이죠.

부디 올여름은 “아, 엄청 더웠네” 말만 하고서 가을을 맞이하지 않기를, 조금은 덜 더운 오늘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는 여름이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