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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이 있는 프랑스 샤모니에는 눈이 오지 않아 스키장이 폐업하고, 남극에는 토끼가 살고 있어요. 남태평양에 위치한 키리바시와 투발루는 물에 잠기고 있고요. 기후변화는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달린 문제예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이유죠.

대한민국 대표 환경 다큐멘터리 감독이 되기까지

김진만 PD가 연출했던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은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시청률인 25.3%를 기록했다. 다큐 멘터리는 시청률 10%를 넘으면 소위 ‘대박’이라 말할 정도로, 비인기 장르인 것을 고려하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아마존의 눈물>은 방송 첫 회부터 15.7%를 기록한데다 동시간대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제치고 기어코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연출한 <남극의 눈물> 다큐멘터리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황제펭귄의 1년을 카메라에 담아내는데 성공했고 이윽고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환경 다큐멘터리 PD로 자리매김했다. 평소 환경에 얼마나 관심이 있으면 다큐멘터리 하나를 찍기 위해 300일을 혹한의 남극에서 보내고, 생명의 위협이 도사리는 아마존에 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처음부터 환경 다큐멘터리 PD를 꿈꾼 건 아니었어요. 환경에 관심도 없었고요.” 그는 본래 예능국 PD로 입사했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과 동시에 일 해야하는 예능 연출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이 재미없었어요. 고민 끝에 부서를 교양국으로 옮겼죠. 소수의 인원과 소통하며 의미 있는 것들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한 선배PD의 권유로<아마존의눈물>의 연출을 맡게 됐고, 이때부터 환경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 오지에서 찾은 행복

    떠밀리듯 하게 된 <아마존의 눈물> 제작은 김진만 PD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환경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이 적성에 맞았던 것이다. “아마존에서 원시 환경을 유지하며 살고 있는 조에족을 촬영하며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중에게 환경문제를 알릴 수 있고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 있다는 것도 체득했죠. 아마존을 비롯한 남극, 북극 같은 오지를 촬영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초의 자연을 마주하면 잠시 힘듦을 잊게 되죠. 촬영하러 다닐 수 있어 행복했어요.” 그에게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의 남는 순간을 묻자, 남극에서 황제펭귄 새끼들이 태어나던 모습을 꼽았다. “알에서 부화하기까지의 과정을 알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새끼를 부화시키기 위해 아빠 황제펭귄은 4개월 동안 눈과 얼음만 먹으며 알을 품고 있어요. 눈 폭풍 속에서도 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기에 새끼들이 깨어나는 순간이 경이롭게 느껴졌죠.”.

  • 펭귄들이 놀라지 않도록 펭귄탈을 쓰고 오랜시간 촬영에 임했다.

1. 자연에 최대한 섞여들기 위해 제작한 팬더 코스튬.
2. MBC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곰>의 내레이션을 맡은 정해인 배우와 김진만 PD.
3. 자연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곰>의 한 장면.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다

김진만 PD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세계 곳곳의 오지를 누볐다. 그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 장소는 어디였는지 물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요. 다큐멘터리 <곰>을 찍었던 러시아 극동 지역의 캄차카반도와 시베리아는 물론 남극과 아마존은 말할 것도 없이 아름답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2021년도에 야생동물의 종족번식과 생존본능을 담은 다큐플렉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참여했을 때가 생각나요. 그때 봤던 화천이나 금강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특히 금강 상류는 코로나19 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서 많이 깨끗해졌거든요.”
자연의 최전선에서 다양한 생물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다보니 그의 삶은 조금씩 달라졌다. 가급적 텀블러를 사용하거나 원단 이 좋은 옷을 구매해 오래 입는다. 아크릴이나 나일론,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섬유로 만든 옷은 결국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이러한 이유로 전세계 연간 탄소배출량의 10%를 패션산업이 차지하고 있다. 한번 감행하기에는 쉽지만, 꾸준히 생활화하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마존의 눈물>에 나온 조에족은 미니멀리즘으로 살아요. 필요한 것은 모두 자연에서 얻고 욕심부리지 않죠. 많은 동물을 사냥해 남기기 보다는 덜 잡고 배고프게 사는 방식을 택해요. 조에족은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요. 약간의 불편함은 그들 본연의 삶을 존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죠.”
만약 그들이 욕심을 부렸다면 어땠을까. 동물 개체 수 감소로 사냥터가 넓어져 자연이 파괴되고, 보다 편하게 사냥하기 위해 총이 필요했을 것이다. 한번 문명을 받아들인 부족은 마을을 유지하기쉽지않다. 김진만PD는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기후변화가 가져온 또 다른 문제들이 다각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프스의 최고봉, 몽블랑이 있는 프랑스 샤모니에는 눈이 오지 않아 스키장이 폐업하고, 남극에는 토끼가 살고 있어요. 남태평 양에 위치한 키리바시와 투발루는 물에 잠기고 있고요. 기후변화는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존이 달린 문제예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이유죠.”
그가 아마존에 다녀 온 지도 벌써 10여년이 지났다. 그 동안 조에족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했다. “2020년 3월, 브라질에서 조에족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었어요. 아쉽게도 코로나19 때문에 갈 수 없었죠. 그러던 중 작년에 프랑스 여행을 갔는데, 아비뇽 교황청에서 아마존 부족 민들의 사진전을 개최했더라고요. 설마 했는데 제가 촬영했던 조에족 사람들의 사진이 있었어요. 정말 반가웠죠!” 김진만 PD는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면 아마존에 다시 가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미국을 제치고 콩과 소고기 수출 1위 국가 가된브라질아마존의변화를꼭담고싶다고. 내년에는뚜렷 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남극으로 떠날 계획이다. 가족과 떨어 져 남극기지에 머무는 대원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10 년 동안의 기후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지 그 생태의 현장을 기록해 다시 한번 뜨거운 메시지를 던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