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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관심이 큰 날개짓이 되기까지

내가 가진 재능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우리가 아가는 데 원동력이 된다. 하물며 세상을 돕는 일에 일조하는 것은 얼마나 뿌듯하고 복된 일인가. 구희 작가는 그림이라는 재능으로 지구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웹툰 작가를 생각하고 미술을 전공한 건 아니었어요. 처음엔 섬유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낀 후로 기후 위기 만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구희 작가가 처음 이상기후를 실감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이다. 당시 일하던 미술학원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자, 구희 작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휴식기를 갖게 되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했던가. 구희 작가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지며 바쁜 상황 속에선 할 수 없던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 해에 장마가 54일간 지속되었어요. 그 다음 해 벚꽃 개화시기는 1930년대 이래 가장 빨랐고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죠. 일을 하고 있었다면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지도 모르겠는데, 쉬고 있으니까 이런 이상기후가 왜 발생하는 지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기후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시작된 구희 작가의 웹툰은 오프라인 도서 <기후위기인간>으로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 끊임없이 울리는 위기 경보 한 컷

    구희 작가는 과거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전시에 참여한 적이 있다. 좋은 동료들과 유익한 주제로 진행한 전시여서 만족스럽게 마무리했지만 접근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전시에 찾아와야만 기후위기 관련 작품을 볼 수 있다는 부분이 그녀를 안타깝게 한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웹툰이라는 통로를 선택했다. 전시보다 온라인 접근성이 용이하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에 대해 알릴 수 있었고, DM 등 긍정적인 피드백도 훨씬 빠르게 와닿았다. 전에는 몰랐던 기후에 대한 이야기를 웹툰을 통해 알 수 있었다는 댓글이 달릴 때면 작업에 대한 보람도 느껴졌다. 대중에게 기후 위기를 알리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고, 또 유익한 일이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 부정적인 시선들은 감수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구희 작가의 웹툰 작업 예외는 아니었다. 편리한 생활에 제동을 거는 이야기다 보니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플라스틱을 덜 쓰자, 비닐 사용을 줄이자는 등의 이야기는 사실 잔소리처럼 들리거든요.” 그렇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 기후는 개선되지 않을 것을, 아니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진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에 구희 작가는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부정적 시선이라는 난관에 구희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더욱 열심히 기후위기에 대한 웹툰을 그리는 것. 불편함을 외면하기에는 현재의 기후위기가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 구희 작가의 생각이다. “조금 도전적일지라도 제 만화가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면 계속 그려나가야죠. 더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이요.”

  • 변화의 시작은 평범한 일상의 탈피

    세계는 지금 환경을 보호하는 데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ESG경영 붐이 일고, 탄소중립에 대한 여러가지 캠페인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기후 위기 속 오늘을 버텨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어쩌면 국가나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대규모 환경행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일상 속 사소한 편리를 포기하는 일일지 모른다. “환경을 위해 줄여야 하는 것들은 저희 생활을 다 편하게 해주는 것들이거든요. 비닐 포장, 플라스틱 빨대, 자동차 같은 것들이요. 이렇게 익숙하고 편리한 것들을 탈피하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구희 작가는 일상 속의 사소한 변화를 위해 매일매일 전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작은 도전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던가. 구희 작가는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도전처럼 다가오는 변화와 오늘도 고군분투 중이다. 오늘 그린 한 컷의 만화가 내일의 푸른 미래로 거듭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