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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관문이자 한양을 지키는 요충지

김포는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의 세 강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서해로 흘러가는 관문이었다. 김포 북쪽 끝자락에서 이를 굽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154m 높이의 야트막한 산봉우리인, 애기봉. 애기봉에서 강 건너를 보면 황해북도 개풍군이다. 거리가 1.4km밖에 되지 않아, 이곳에 오르면 김포가 왜 외적을 지키는 최전방이었는지 알 수 있다. 서해를 통해 침입하는 외적은 이곳을 지나지 않으면 한강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남북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154고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애기봉에 방문한다면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추천한다. 기존의 노후화된 애기봉 전망대를 철거하고 2021년에 평화생태전시관, 조강전망대, 생태탐방로를 조성해 새롭게 단장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승효상 씨가 설계한 건축물과 주변의 자연경관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평화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다.
애기봉을 둘러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강 전망대에 닿는다. 루프탑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들여다보면 조강 너머 황해북도 개풍군 선전마을 일대가 또렷하고, 건물과 초소 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공원은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있으므로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방문이 가능하다.

김포의 젖줄로 통하는 ‘조강’

‘김포’하면 바다와 가까워 강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김포가 역사와 생태의 고장이라면, 조강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애기봉 앞을 흐르는 강의 이름이 바로 조강이다. 하성면 시암리와 월곶면 보구곶리 유도(留島)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강 및 임진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간다.
조강은 바다처럼 거대한 ‘큰 강’을 뜻한다. ‘할아버지 강’이라는 뜻과 한강의 모든 지류를 아우르는 ‘으뜸 강’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조강에는 큰 나루가 하나 있다. 근처에는 100여 호가 사는 제법 번성한 마을도 있었다. 한국전쟁 전까지는 이 마을과 나루를 중심으로 한강 하구의 수운과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정전협정에서 이곳이 ‘한강하구 중립 수역’으로 지정되면서 출입이 엄격히 제한됐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지 이미 오래라는 이야기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뒤, 조강은 전쟁의 상흔을 치유했고 자연의 섭리를 회복했다. 지금은 생태계의 보고로 기록되고 있으며,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번식한다. 인간의 비극이 자연에게는 기회가 된 셈이다.

걸으며 김포를 여행하는 방법

김포를 제대로 여행하고 싶다면 평화누리길을 걸어보길 권한다. 김포에는 평화누리길 1~3코스가 지나는데, 김포의 생태와 역사, 문화를 두루 살필 수 있다. 평화누리길 1코스는 철책을 따라 논길과 산길이 어우러져 있고, 평화누리길 2코스는 산성을 따라 산길을 오르내린다. 평화누리길 3코스가 애기봉 입구에서 시작한다. 마근포리 마을회관과 한강하류 재두루미도래지, 석탄배수펌프장을 지나 전류리포구까지 이어진다. 철책 너머로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함께 걷는다.
1코스는 대명항에서 시작해 염화강 철책길을 따라 걷는다. 김포와 강화 사이를 흐르는 염하를 따라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에 철책선이 길게 늘어져 있다. 철책선이 쳐져 있지만, ‘강변 트레킹’이라 불릴 정도로 강과 산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가장 먼저 가볼 만한 곳은 덕포진이다. 한양으로 통하는 바닷길의 한가운데 자리 잡은 덕포진은 강화도와 마주 보고 있는 강화 해협 가운데서도 폭이 가장 좁은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300명이 넘는 병사가 주둔했던 군영이 있기도 했다. 병인양요(1866년) 때는 프랑스 군함을 맞아 싸웠고, 신미양요 때는(1871년) 때는 미군 군함과 맞서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은 이 길을 지나 강화도를 침략해 강화도 외규장각 도서 등을 훔쳐 달아났다. 지난 2011년 프랑스는 그때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 297권을 돌려주었다.
신미양요는 미국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대동강에서 군과 민의 공격으로 불타버리자 이를 문제 삼아 미군 함대가 급파되면서 일어났다. 미군 함대는 강화해협 측량을 한다며 강화해협으로 들어섰고 이때 서로 간에 맹렬한 포격전이 벌어졌다. 미군은 강화군 길상면의 초지진에 상륙했고, 이 과정에서 아군 53명이 전사하고 미군도 3명이 전사하고 10여 명이 다치는 등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결국 조선군은 미국군을 40여 일 만에 조선 땅에서 내쫓았다. 이후 기세가 등등해진 대원군은 전국에 척화비를 세우고 더욱 쇄국정책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2코스는 조강철책길에는 문수산성이 위치한다. 병인양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으로, 문수산성 전투에서 이긴 프랑스군이 점령했던 곳이다. 해발고도 376m의 문수산은 사계절 경치가 아름다워 김포의 금강산이라 불린다. 문수산 정상은 장수가 군사를 지휘했던 곳인데 한국전쟁 이후 군용 헬기장으로 쓰이던 걸 지난해에 복원했다.

김포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

덕포진에서 20~30분 걸으면 바다와 닿은 대명항이다. 포구는 100여 척의 어선들이 오가며 분주한 풍경을 빚어낸다. 연안어업을 하고 어판장에서 직접 해산물을 판매하는 김포 유일의 지방어항이다. 봄이면 밴댕이와 주꾸미가 많이 올라오고, 가을이면 살찐 꽃게를 잡아 올린다. 주말 나들이를 가기 좋은 곳으로 갓 잡은 해산물을 싣고 내리는 어민들이 모습이 볼 만하다. 대명항 어시장은 꽃게를 비롯해 대하, 주꾸미 등 각종 신선한 해산물이 모이는데, 특히 김장용 새우젓과 멸치젓으로 유명하다. 대명포구에서 덕포진 교육박물관이 가깝다. 초지대교를 건너기 바로 직전에 있는 이곳은 1960~1970년대의 초등학교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전과의 왕 동아전과’도 있고 원더우먼이 그려진 양은 도시락도 있다. 오랜만에 보는 연필이며, 필통 등 학용품들이 반갑다. 풍금도 있다. 건반을 꾹 눌러본다. 옛 고등학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옛 추억과 그보다 더 오랜 역사, 곳곳에 쉬어갈 초록의 공원과 풍성한 바다, 강까지. 이곳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추억을 더듬고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김포는 그런 곳이다. 오랜 역사와 추억, 이야기 그리고 오늘의 낭만과 미래가 함께 있다.

여행고수가 알려주는 여행지 이야기
  • 걸포중앙공원

    김포시 걸포동에 있는 근린공원으로 김포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계절 따라 바뀌는 아름다운 풍경과 오래된 건축물, 어린이 놀이터, 산책로, 운동시설 등 쉬며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주소 경기 김포시 모담공원로 170

  • 문수산성

    갑곶진과 함께 강화의 입구를 지키던 조선시대의 성이자 고종 3년(1866)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른 곳이다. 잘 다듬어진 돌로 견고하게 쌓았으며, 그 위에 몸을 숨기기 위한 방어시설인 ‘여장’이 있다. 현재 해안 쪽 성벽과 문루는 없어지고 마을이 되었으며, 산등성이를 연결한 성벽만 남아있다.

    주소 경기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 산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