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전한 지구

남극의 얼음이 녹으면
인천 앞바다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유

글. 진경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남극의 녹은 물이 우리나라 연안 해수면을 상승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얼음 대륙 남극은 호기심을 자아내는 미지의 땅이지만, 다른 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고립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생각 때문에 17,000km나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와의 연관성을 찾기 쉽지 않을 겁니다.
남극은 전 세계 60%의 담수를 저장하고 있는 얼음 냉장고이며, 지구시스템을 구성하는 권역 중 '물'이 얼어있는 권역 빙권(氷卷)을 대표합니다. 남극 대륙은 땅 위에 평균 2천미터 두께의 얼음으로 덮여있는데, 위 얼음은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 천천히 흐르고 있습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다 바다에 이르면 부력 때문에 녹지 않고 빙하와 연결됩니다. 이후 물에 떠 있는 수백미터 두께의 ‘빙붕’이라 불리우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구조를 형성하며 멈추게 되죠. 빙붕은 ‘남극의 보호막’으로, 남극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것과 외부에서 오는 따뜻한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들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남극에까지 미치게 되어 남극 지역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따뜻해진 바닷물이 빙붕을 녹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가장 빨리 녹고 있는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 지역에서는 연간 2km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얼음이 흘러내리고 있죠. 매년 약 500억 톤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스웨이츠에서 녹은 500억 톤의 얼음은 연간 전 지구 해수면 상승의 약 4%에 해당합니다. 스웨이츠 빙하는 ‘운명의 날 빙하’라고도 불립니다. 빙붕이 다 깨져 스웨이츠 빙하의 흐름이 가속화되어 모두 녹게 되면,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을 65cm가량 상승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남극 지역 빙상 전체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이는 5.3m의 불가피하고 비가역적인 급격한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운명의 날 빙하’라고 불리는 거죠.
남극의 얼음이 녹은 물은 남극 주변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낮춥니다. 지구의 중력·회전·변형 효과 때문에 얼음이 유실된 지역 해수면은 오히려 낮아지고, 멀리 떨어져 있는 열대 및 중위도 지역의 해수면을 높이게 되는 것입니다. 마침 공교롭게도 우리나라는 남극이 녹아 발생하는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21년도에 출간된 IPCC 6차 보고서에서 따르면, 인류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못하는 高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2100년 인천의 해수면은 2.42m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중 남극 얼음 유실에 의한 해수면 상승이 1.13m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특히 2060년부터는 남극 빙상의 융해가 인천 해수면 상승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미래 온난한 기후에서 남극의 융빙이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남극은 전 세계 해수면을 57m 이상 높일 수 있는 막대한 얼음 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남극 어느 지역이 언제, 얼마나 녹을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우리의 해수면 상승 대응과 적응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이지요. 극지연구소에서는 미래의 남극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남극 현장 탐사를 통해 관측 자료를 획득하고, 이 정보들을 기반으로 빙상 거동모델을 활용하여 남극 얼음이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어떻게 녹을지 예측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급격한 남극의 융빙이 야기할 수 있는 미래와 우리나라 주변 해수면 상승, 블랙스완 기후재난 전망(17세기 처음 발견된 블랙스완처럼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만한 예외적인 재난을 이르는 말)을 산출하죠.
최근에는 남극해가 갑자기 따뜻해지면서 남극 해빙(海氷) 면적이 인류 관측 역사상 전례없이 축소하였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얼음인 해빙은 녹아도 해수면 변동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남극 해빙 면적 축소는 지구 반사도 감소로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며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는 빙붕·빙상 융빙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빙에 의한 선박 좌초 및 높은 파도에 의한 연안 기반인프라 훼손을 야기할 수 있고, 어장에 큰 영향을 주는 생태계 파괴 또한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온난화의 영향은 극지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이른 남극 장보고 기지 주변 해빙 두께 감소로 인해 비행기를 활용한 남극 입국이 축소되었고 이에 따라 연구 활동에도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이렇게 엄중한 기후 위기 시대에 온난화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미 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일부를 잃고 국제사회에 국가의 존폐위기를 호소하고 있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키리바시, 투발루 등 남태평양 섬나라 모습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 특히 해수면의 상승은 계속 진행된다 할지라도, 온실가스 감축으로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만 있다면 미래세대가 대응을 강화하고, 자연의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