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ON : 한국수자원공사 웹진 2024. FEB VOL.671

Insight ON

반도체 강국을 만드는
가장 완벽한 물, 초순수

반도체 산업의 필수재인 초순수. 지금까지는 해외 생산 기술에 의존해 왔지만, 이제는 국산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K-water와 산·학·연 유관기간이 손잡고 초순수 기술 국산화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 반도체 산업에 왜 초순수가 필요한지, 또 어떻게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지 알아보자.

글. 편집실 자료. K-water




반도체 산업의 생명수, 초순수란?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등은 인류의 문명 발전 시기를 구분하는 용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문명은 어떤 시대로 불릴까? 혹시 ‘규석기 시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규석기 시대’는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서 규정한 단어로, 반도체의 원료가 되는 물질인 규소(Silicon)의 앞 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 중 하나다. 반도체는 규석기 시대라는 말을 만들어낼 만큼 현대문명을 이뤄낸 중요 기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 노트북, 냉장고,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에 밀접한 대부분의 전자기기에 사용된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드론 등 미래 첨단산업에까지 활용되며 반도체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도체 강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와 닿는다. 반도체는 지난 2022년, 대한민국 수출 비중의 19.3%를 차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줄어든 상황이었지만, 최근 반도체 가격이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수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는 규소와 함께 핵심적인 재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초순수다. 초순수(Ultra pure water)란, 여러 차례의 수처리 과정을 거쳐 이물질을 모두 제거한 물이다. 초순수는 반도체 생산 공정 중에 나오는 부산물, 오염물 등을 세정하는 데 사용된다. 또 식각공정에서 사용할 화학물질을 희석하는 데도 활용한다. 일반수는 미생물과 무기질, 유기물 등 여러 물질이 섞여 있고, 전도성을 띠고 있는 이온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전자제품을 물에 빠뜨리면 고장의 원인이 되는 것처럼, 반도체 세정 공정에서 아주 작은 순물이라도 유입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일반수가 아닌 초순수를 활용하는 것이다. 초순수는 전도성이 없고 완벽에 가까운 깨끗한 물이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핵심 재료이다.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을 위한 초순수 기술의 국산화

6인치 웨이퍼 하나를 깎아내는 데 필요한 초순수의 양은 1톤 이상이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초순수지만, 생산 기술은 일본, 미국, 유럽 등에 전적으로 의존해오고 있다. 특히 일본은 세계 초순수 기술 특허 부분에서 56% 이상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초순수 시장은 2024년까지 약 23조 원 규모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출처: GWI Water Data 2020 보고서) 그렇기에 국가 주력사업인 반도체 산업의 주권과 경쟁력을 도모하고, 반도체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초순수의 국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초순수는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수요기업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상용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 보니 국내 기술 발전에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
이에 환경부는 2023년에 핵심과제인 3대 녹색신산업 중 하나로 ‘물’을 선정했다. 그리고 초순수용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과 생산 플랜트의 설계·시공·운영 기술을 국산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초순수 국산화는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최대 수출산업인 반도체의 용수 공급망 안정을 통한 경쟁력 향상 지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격형 기술에서 선도형 기술로!
초순수 국산화를 위한 K-water의 역할


초순수 국산화는 초기 투자 비용 및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정부의 지원을 통한 민관 협력으로 국산화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물전문 기관인 K-water도 초순수 국산화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K-water는 초순수 국산화 분야의 역량을 인정받아 지난 2021년 6월부터 ‘고순도 공업용수 설계-시공-운영 통합 국산화 기술 개발’ 사업에 최종 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경북 구미의 SK실트론 내

‘고순도 공업용수(초순수) 실증플랜트’ 설치하였으며, 2023년 5월에 1단계 시설 준공에 성공했다. 현재는 하루 1,200톤의 초순수를 SK실트론 웨이퍼 제조 시설에 공급하고 있다.
곧이어 2024년 6월경부터는 2단계 시설 시운전 및 성능 검증이 완료될 예정이다. 2단계 시설이 준공되면 총 2,400톤 규모의 초순수를 직접 생산할 수 있으며, SK실트론 웨이퍼 생산시설에 2단계 국산화 플랜트에서 생산된 초순수를 공급, 웨이퍼 양산에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하여 K-water는 실증플랜트에 디지털 트윈 운영 체계를 개발하여 도입할 예정이다. 디지털 트윈 및 인공지능이 접목된 초순수 기술 개발은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는 유일무이한 기술이며, 현재 초순수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해외기업의 운영 기술보다도 더욱 고도화된 기술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국산화 기술의 객관적인 성능평가와 인증으로 객관적인 실적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도 K-water는 꾸준한 기술개발과 연구사업 추진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초순수 기술을 확보하고, 초순수 분야의 기술 자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