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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힘이 빚어낸 청정에너지, 조력발전
달은 아주 느린 속도지만 조금도 쉬지 않고 지구의 곁을 달린다. 그리고 달의 흐름에 따라 바닷물은 이동한다. 달이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힘으로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을 ‘조력발전’이라고 한다. 자연과 가장 닿아있는 에너지, 조력발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 편집실 자료. 한국수자원공사 기후탄소사업처, 시화조력관리단
자연의 흐름으로 탄생하는 에너지
분명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는 풍경인데도, 전혀 다른 장면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바다의 속살인 질펀한 갯벌을 드러내는 썰물과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도록 깊은 물로 덮어버리는 밀물의 풍경이 그렇다. 밀물과 썰물은 지구와 달의 중력으로 생기는 현상인데, 이 사이에 생기는 해수면의 수위 차를 ‘조석간만의 차’라고 한다. 그리고 조석간만의 차를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 바로 조력발전이다.조력발전은 조석간만의 차가 큰 하구나 만을 방조제로 막은 뒤 해수의 흐름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밀물 때 수문을 열어 방조제 안에 바닷물을 채우고, 썰물 때 수문을 개방해 바닷물을 방류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전기의 터빈이 돌아가면서 전력이 생산되는 원리이다.
조력발전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원을 자연에서 얻는다는 거다. 있는 그대로의 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무해하다. 생산량 측면에서도 압도적이다. 수력발전의 경우 우기에 담수한 물을 이용하기에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한정적이다. 반면 조력발전의 경우 조석간만의 차가 생기는 한 에너지원이 고갈될 일이 없다. 다시 말해 달이 지구를 공전하는 한, 달이존재하는 한 계속 생산 가능하다. 예측도 가능하다. 조력발전은 달의 힘으로 만들어 내는 에너지인 만큼 달의 주기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는데, 보름달이나 그믐달이 뜰 때 달과 태양의 인력이 가장 강하게 작용해 수위 차가 더욱 커진다. 따라서 조력발전량이 가장 많은 시기다.
조력발전소 수차날개
세계 속 서로 다른 모습의 조력발전소
러시아 키슬라야 구바 조력발전소
[출처] <에너지:역사, 현대성 및 미래>
앞선 이유들로 조력발전은 기후위기의 해법이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 에너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찍이 미래의 에너지 문제를 예견하고 대비한 프랑스는 1966년 서북부 노르망디 지역 랑스강 하구에 조력발전소를 설치했는데, 이는 현대적 조력발전소의 원조로 통한다. 시험 발전을 거친 뒤 1968년부터 본격적으로 에너지 생산에 착수했으며, 이곳에서 연간 생산되는 전기량은 약 5억kWh에 달한다. 2년 뒤에는 러시아의 조력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했다. 러시아 서북부 무르만스크 인근의 유라만에 건설된 키슬라야 구바 조력발전소는 400kW급 조력발전기가 1대 설치된 소규모 발전소로 연구 시험용으로 가동되고 있다.
조력발전소 건설에 세계적인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한 건 1980년대에 들어서다. 캐나다는 1984년 아나폴리스 조력발전소를 건설했는데, 이미 강 하구에 건설되어 있던 방조제를 개조해 조력발전소로 활용한 케이스다. 20MW급 조력발전기 1대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현재 시설 노후화로 인해 가동되지 않고 있다. 특이한 점은 스트라플로형 수차발전기를 사용했다는 건데, 선풍기 모양의 수차를 발전기 회전자로 사용하는 덕분에 수차발전기의 크기와 발전소 건물 또한 다른 곳에 비해 작다.
중국의 지앙시아 조력발전소는 하나의 저수지에 해수를 모았다 방출하며 에너지를 생산하는 ‘단조지 복류식’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밀물 때 방조제 수문을 열어 해수를 가득 채웠다가 썰물 때 물을 빼는 ‘낙조식’과 썰물 때 수문을 열어 저수지의 물을 뺀 뒤 밀물 때 밀려온 해수를 저수지에 넣는 ‘창조식’을 동시에 적용하고 있다. 구조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발전량이 많고 발전 시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은 지앙시아 조력발전소를 운영하며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중국 동해안 조력에너지 개발에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전 세계 주요 조력발전소 시설용량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
세계로 뻗어 가는 K-조력발전
이들보다 앞선 조력발전소가 한국에 있다. 2011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시화호 조력발전소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국내 유일의 조력발전소이자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기량은 50만 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조력발전은 한 방향 발전인 ‘단류식’과 양방향 발전인 ‘복류식’으로 구분되는데,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단류식 발전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시화호는 조력발전소가 세워지기 전까지 ‘죽음의 호수’로 불리던 곳이었다. 각종 폐수의 유입으로 오염이 심했고, 산소가 거의 없어 생물이 살기 어려울 정도였다. 막혀 있던 물길을 뚫어 수질을 살리고, 해양생물을 불러들인 것이 시화호 조력발전소다. 이처럼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에너지 발전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시화호 앞 대송습지는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물떼새가 사냥하고 저어새가 쉬어 가는 곳이며, 달 전망대와 조력문화관, 조력공원 등은 지역민들의 쉼터이자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고자 건물일체형 태양광 구축, 해수열 냉난반 실증시스템 구축, 주차장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 등도 해 오고 있다.
K-조력발전 기술의 집약체로서도 의미가 깊다. 대표적으로는 디지털트윈 기술인 ‘K-TOP’를 통해 실제 설치된 발전기의 발전량을 계산하고, 해수위의 크기를 예측해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 기술을 접목한 K-TOP 4.0을 개발해 예측 데이터의 오차를 최소화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조력발전 노하우에 영국이 손을 내밀었다. 산업도시였던 리버풀을 탄소중립도시로 바꾸기 위한 중장기 계획 중 ‘머지강 조력사업’에 한국수자원공사와의 MOU를 맺고 기술교류, 물·에너지·도시 연계를 위한 협력 등을 해 나갈 예정이다.
시화호 조력발전소 연간 추이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된 시화나래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