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world
자연도 예술이 되는 나라
프랑스
프랑스는 자연의 가치를 아는 나라다. 일찍이 수많은 화가가 프랑스의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으로 남겼으며, 오는 7월 개최되는 파리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중 가장 적은 탄소 배출을 목표로 한다. 고유의 방식으로 자연을 지키며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혀가는 나라, 프랑스로 떠나 보자.
글. 우지경(여행 작가) 사진. 편집실
친환경 올림픽 축제의 장이 열리는 파리
2024 파리올림픽 엠블럼
올여름 파리 전역이 친환경 축제의 장소로 변신한다.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리는 2024 파리올림픽이 ‘친환경 올림픽’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인 야외 개막식은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아름다운 센강이 무대다. 각국 선수단이 센강 위에서 100여 척의 유람선을 타고 퍼레이드를 펼칠 계획이다.
경기장을 새로 짓는 대신 파리 명소와 전시장, 공공 체육시설을 경기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이중 일부는 100년 이상 된 건물이다. 신규 시설은 메인 수영 경기장과 농구 경기장, 레슬링 경기장 정도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에는 재활용된 강철로 만든 올림픽 오륜기를 걸고, 에펠탑 아래 파리지앵과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샹 드 마르스’ 광장은 올림픽 대회 기간동안 ‘에펠탑 경기장’으로 이름을 변경해 비치발리볼 등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파리 외곽 생드니에 짓는 선수촌은 콘크리트 대신 나무를 썼으며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도시 곳곳이 경기장이 되는 친환경 올림픽, 이 하나만으로도 프랑스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랑스강에서 만난 세계 최초의 조력발전소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 랑스강은 해변의 휴양지 디나르와 성벽에 둘러싸인 항구 도시, 생말로 사이를 지나 영국해협으로 흘러든다.
디나르는 여름 바캉스를 즐기기 더할 나위 없고, 생말로는 구시가 산책을 즐기기 좋다. 디나르에는 바닷가에 리조트가 늘어서 있고, 생말로 해변에는 프랑스가 문화 예술적으로 번성했던 벨에포크 시대에 지은 빌라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싱그러운 여름날 랑스강에서 꼭 즐겨야 할 것은 유람선이다. 디나르나 생말로에서 유람선을 타면 랑스강 상류 소도시 디낭까지 시원한 강바람을 느끼며 랑스강 유람을 즐길 수 있다. 랑스강 유람선의 관전 포인트는 세계 최초의 조력발전소, 랑스 조력발전소 수문을 통과하는 것이다. 유람선 종착지, 디낭에는 브르타뉴 지방의 전통적인 목조 건물이 잘 보존된 구시가지와 13세기에 지은 고성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거리를 거닐기만 해도 중세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랑스 조력발전소
모네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지베르니
파리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이면 화가 클로드 모네가 사랑한 도시 지베르니에 닿는다. 지베르니에는 모네가 1883년부터 1926년까지 살았던 집과 정원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모네가 공들여 만든 정원에는 수많은 꽃이 알록달록 피어 있고 연못에는 그의 연작 <수련> 속 장면처럼 수련이 가득하다. 정원과 연못가를 걷노라면 마치 작품 속으로 스며든 듯 황홀한 기분에 젖는다. 연못은 모네가 마을을 휘감아 도는 센강 지류인 엡트강 물길을 끌어 만들었다. 당시 사람들은 모네의 정원이 땅과 물을 망쳐 버리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모네는 이 정원을 모티브로 한 그림만 200여 점을 그렸고, 지베르니에서만 총 300여 점의 그림을 완성했다. 현재 수많은 여행자들이 모네의 정원을 보기 위해 지베르니를 찾아온다. 정원은 모네재단 소속 정원사 10명이 매일 정원을 관리하고 있다. 모네의 정원에서 나오면 모네 거리가 등장하는데, 그 길을 오르면 지베르니 인상파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클로드 모네의 생가
지베르니에 위치한 클로드 모네의 정원
영화같은 남프랑스 휴양지, 니스
코트다쥐르의 주도인 니스는 남프랑스를 대표하는 휴양지다. 푸른 바다도 아름답지만, 해돋이가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분홍빛과 보랏빛이 조화를 이루는 니스의 일출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일출 감상 후엔 영국인 산책로로 알려진 7km의 해안도로 ‘프롬나드 데 장글레’를 따라 느긋하게 산책을 즐겨도 좋다. 산책 후엔 크루아상이나 팽오쇼콜라에 커피 한 잔으로 프랑스식 아침 식사를 즐길 차례다.
여유롭게 시작한 하루는 예술적 감수성으로 채워 보자. 마세나 광장을 시작으로 20여 개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도열해 있다. 그중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 미술관은 꼭 방문해야 할 명소다. 앙리 마티스는 프랑스 북부 릴 근방에서 태어나 니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로 이어진 푸른빛의 니스 전경
세잔이 사랑한 물의 도시, 엑상프로방스
프로방스의 관문 엑상프로방스는 줄여서 엑스라고도 불린다. 엑스는 ‘아쿠아’에서 유래한 단어로 물을 의미한다. 엑상프로방스도 처음부터 이정도로 물이 풍족한 도시는 아니었다. 19세기 후반 베르동 운하와 졸라 댐으로 인해 물이 풍족해졌다. 이곳은 크고 작은 분수가 1,000여 개나 있어 ‘분수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그중 로통드 분수가 대표 명소다. 분수 앞으로는 미라보 거리가 쭉 뻗어 있다. 미라보 거리 근처에는 생 빅투아르 산을 사랑해 엑상프로방스에 머물며 그림을 그린 화가 세잔의 집과 아틀리에가 있다. 승리의 산이란 뜻의 생 빅투아르 산은 고대 로마 장군 카이우스 마리우스가 토이톤족을 포위한 곳이다. 세잔은 사시사철 시시각각 변화하는 생 빅투아르 산의 풍경을 유화 44점, 수채화 43점으로 남겼다.
그림 같은 엑상프로방스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