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날
파도와 한 몸이 된 서퍼의 마음으로
금강유역수도지원센터(처)서핑클래스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날. 시원한 물을 찾아 풍덩 빠져 버리고 싶은 욕망이 들 때쯤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시화호의 거북섬을 찾았다. 파도와 하나가 되어 완벽한 ‘물’아일체를 꿈꾸는 네 직원의 서핑 도전기.
글 허승희 사진 황지현
오늘은
어떤 운동을 해 볼까?
시화호는 대한민국의 해양 레저와 관광, 생태, 문화 등이 어우러져 물과 사람이 넘실대는 공간이다. 이제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천연기념물까지 모여들어 그야말로 살아있는 환경 교육의 장이다. 이곳에 위치한 ‘시흥 웨이브파크’에서 오늘은 서핑클래스가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웨이브파크에 방문해 처음으로 함께 서핑을 즐긴 네 사람은 그때를 추억해 보자는 곽새힘 대리의 호출에 다시 이곳으로 모였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함께 활동하기 위해 올해 여가선용부를 개설했다. “평소 동료들끼리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거든요. 그러던 중 올해 여가선용부가 4인 이상부터 개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찍먹돌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이게 됐죠. 한 가지 활동만 하면 부담스럽고 지루해질 수 있으니 다양한 활동을 조금씩 즐기고 있어요. 그래서 ‘찍먹’이에요! ‘돌핀’은 뭔가 예쁜 단어라서? 함께 서핑했을 때가 떠오르기도 하고요(웃음).” 시화호 거북섬에 막 도착한 곽새힘 대리가 이들의 모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오늘 찍먹할 종목은 서핑. 즐거웠던 첫 서핑의 기억을 되새기기 위해 전북 전주에서 아침 여덟 시 반부터 출발했다는데,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모두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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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는 서핑에 네 직원은 설레는 듯 잰걸음으로 서핑장에 들어섰다. 뙤약볕 아래에 반짝이는 물을 보니 다들 어서 입수하고 싶다는 듯 몸을 들썩였다. 물에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본격적인 서핑에 앞서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안전 교육 영상을 들은 네 사람이 강습장으로 모였다. 코치 앞에 일렬로 선 모습은 이제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서핑 슈트를 막 입고 나왔을 때 어색한 듯 주춤거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눈동자에는 포세이돈처럼 파도를 정복하겠다는 의지만이 가득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면 다음은 용어를 배울 시간이다. 더우면 물에 몸을 적시고 와도 좋다는 코치의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로 뛰어들었다. 최유정 대리는 물에서 나오기 싫다는 듯 수달처럼 둥둥 떠 시원함을 한참이나 즐겼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식힌 직원들은 코치가 내는 서핑 관련 퀴즈에 정답 행렬을 이어갔다. 황은지 과장은 혼자서 중얼거리며 대답한 내용이 모두 들어맞자 뿌듯한 듯 씩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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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은 패들(Paddle)과 테이크 오프(Take off)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보드에 엎드린 채 파도를 향해 양손을 번갈아 저으며 보드를 이동하는 동작이 패들이고, 뒷 발부터 하나씩 세워 보드에 서는 동작이 테이크 오프다. 패들 후 테이크 오프에 성공하면 파도를 즐길 준비는 끝난다. 맨땅에서 서핑 연습을 열심히 한 직원들은 코치의 도움으로 한 명씩 테이크 오프에 도전했다. 첫 타자는 곽새힘 대리.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다른 분들이 타는 모습을 보니 테이크 오프를 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걱정이 많던 곽새힘 대리는 말과는 달리 과감하게 테이크 오프를 시도했다. 어설프긴 해도 테이크 오프를 한 번에 성공한 곽새힘 대리는 잠깐이나마 즐긴 파도에 신이 났는지 후다닥 보드를 들고 다시 파도를 향해 뛰어들었다. 뒤이어 시도한 황은지 과장과 최유정 대리는 아쉽게 실패하고 말았다. 최송미 대리는 안정적인 자세로 테이크 오프를 성공하고는 유유히 파도 속으로 들어갔다.
샤카!
당당히 파도를 가르는 서퍼
단 두 번 만에 완벽한 자세로 서핑에 성공한 곽새힘 대리가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브이를 그렸다. 이후 코치가 뽑은 서핑 에이스로 꼽히며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웨이브파크는 8분 간격으로 파도가 생성되기 때문에 바다처럼 파도를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연속으로 서핑할 수 있다. 쉬지 않고 계속되는 서핑에 즐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실시간으로 직원들이 지쳐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50분이요? 말도 안 돼.” 남은 시간을 듣더니 최송미 대리가 좌절했다. 뒤이어 따라오던 최유정 대리도 이야기를 들었는지 흠칫 놀라는 듯했다. 이에 황은지 과장이 힘내보자며 동료들을 일으켰다. 제법 폼이 나기 시작한 최송미 대리는 근엄해 보이는 표정 때문인지 왠지 더 고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최유정 대리는 “코치님의 도움 없이 혼자 서핑을 해보고 싶어요.”라며 서핑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는데 마지막쯤에는 혼자서도 충분해 보일 만큼 멋진 자세로 파도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단 한 번의 기회가 남았을 때 네 사람은 손을 한데 모으고 파이팅을 외쳤다. 끝까지 힘을 내서 멋지게 서핑을 하자는 의미에서다.
한참이나 파도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던 직원들은 돌아가는 버스 시간이 다가온다며 부랴부랴 서핑장을 빠져나갔다. 30분도 되지 않아 나갈 채비를 마친 직원들은 서둘러 터미널을 향해 출발했다. 지친 와중에도 서로 격려하며 함께 쌓은 실력으로 언젠가 바다의 높은 파도를 가르고 있을 넷의 우정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