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ter 水토리 : 한국수자원공사 웹진 2024. JULY VOL.676

K-water 水토리

본사 대전 이전 50주년 기념 시리즈
온 힘으로 만든 대전과의 인연

본사가 대전으로 이전하며 타향살이가 시작됐다. 통근버스와 사택은 고단함을 달래는 위로가 되었다. 직원들이 뿌리를 내리며 대전은 활기가 돌았다. 딸 가진 부모에게 최고의 사윗감이 될 정도로 공사는 전성시대를 누리기 시작했다.

글 한국수자원공사 홍보실 박재현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홍보실 제갈문필, 대전광역시




3편: 고단한 타향살이 ‘백조대’에서 달랜 마음들

여관으로 자취로···
세탁물이 가장 곤욕이었지

본사 대전 이전 소식에 직원들은 아득해졌다. 당시 서울에 가정을 둔 직원은 309명이었다. 금싸라기 같은 서울을 뒤로하고 지방으로 가는 건 도통 수지에 맞지 않았다. 주말부부가 되거나 절대 내려가지 않겠다는 가족들을 설득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설립 당시부터 함께했던 직원 일부가 퇴사하기도 했다.

시간은 무심히 흘렀고, 1974년 10월 15일 대전 본사 시대가 열렸다. 당장 숙소가 문제였다. 몇몇 직원은 여관에 임시 거처를 정했고, 또 다른 직원들은 자취를 택했다. 대부분 가족들이 서울에 남았기에 토요일마다 상경해야 했다. 무엇보다 곤욕이었던 것은 일주일 내내 입었던 옷과 세탁물이었다. 주말 서울행 기차와 버스를 타는 직원들은 마치 보따리장수 같았다.

직원들의 고단함을 달래려 통근버스가 도입됐다. 통근버스는 토요일 오후 대전에서 서울로, 월요일 새벽 서울에서 대전으로 운행했다. 그러나 여전히 직원들은 안정을 찾지 못했다. 대전으로 왔던 직원들도 하나둘 그만두기 시작했다.


  • 산업기지개발공사 통근버스

  • 1970년대 대전 버스정류장 모습

최신식 ‘백조대’
호화판으로 유명세

서울과 대전을 오가는 길바닥 신세에 지쳐갔다. 직원들이 머물 수 있는 사택 건설이 시급했다. 안경모 사장은 사택 건립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에 보고했다. 대통령은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뜻대로 사택을 지어보라고 답했다.

사택 위치는 홍도동(現 용전동) 일대로 결정됐다. 1975년 4월 부지조성과 건축공사에 들어간 사택은 사장 공관과 임원용 A동, 직원용 B·C·D동과 독신자용 E동 등 총 6동으로 1975년 12월 1일에 준공되었다. 이발소, 어린이 놀이터, 매점 등의 부대 시설도 들어서며 타향살이에 지친 직원들의 고단함을 달랬다.

사택 이름은 ‘백조대(百眺台)’라 명명하고 기념비를 세웠다. 백제(百濟)의 일백 백(百), 바라볼 조(眺) 자를 써 ‘옛 백제권의 중심지에서 전 국토를 널리 내다보면서, 국토건설사업에 종사하는 역군들이 사는 마을’이 백조대에 담긴 의미였다.

본사 물사랑어린이집 측면으로 이설된 백조대 기념비



백조대는 당대 최신식 건물로 지어졌다. 잘 지어진 사택을 보고 지역신문에서는 호화판 아파트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부녀자들은 아파트를 구경하겠다고 몰려들었다. 직원들은 최신식 아파트를 마음에 들어 했다. 서울 집을 팔거나 세를 놓고, 온 가족과 함께 이사하는 직원도 있었다. 백조대 덕분에 직원들의 생활에 안정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임원용 아파트 A동 외관



직원용 아파트 내부

공사 이름 자체가
신용카드

우리 공사는 대전에서 선망의 직장으로 명성을 높였다. 통근버스가 많이 없던 시절, ‘산업기지개발공사’ 현수막을 부착한 통근버스가 시내를 거쳐 서울과 대전을 오갔다. 직원들을 꽉 채운 통근버스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월급도 공무원의 3배 수준으로 부러움을 샀다.

“그때는 공사 이름만 대도 외상이 가능했어. 신용카드가 없던 시절인데, 회사 이름 자체가 신용이 된 셈이지. 직원들이랑 같이 하숙한 취업준비생들은 고시에서 공사로 진로를 변경하기도 했어.”_강정길 선배님


대전 지역 경제에도 활기가 돌았다. 계약 대금이 수억대에 이르자 지역은행들은 거래를 위해 줄을 섰다. 직원들은 근무를 마치면 삼삼오오 식사를 하고 술집도 찾았다. 지역 식당가도 호황을 맞았다. 산업기지개발공사의 신망은 날로 두터워졌다. 딸 가진 부모들은 이름만 듣고도 사위로 삼을 정도였다. 소위 산업기지개발공사의 전성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