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 한국수자원공사 웹진 2024. JULY VOL.676

마음상담소

전화 말고 문자로 하면 안 될까?
전화 공포증

안부를 묻는 일도, 약속을 잡는 일도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 하는 시대. 메시지가 익숙해지다 보니 오히려 전화 통화를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벨 소리가 울리면 긴장부터 하게 되는 전화 공포증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글. 오미영(닥터스 심리아카데미 대표원장)





“전화벨이 울리면 가슴이 너무 쿵쾅거려요.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긴장되고, 나는 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막막하죠. 전화 한 통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지는데 어쩌면 좋죠?”


전화 공포증(Call Phobia)은 육성으로 통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상인데, SNS를 통한 메시지 위주의 소통에 강한 MZ 세대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전화 공포증이 있으면 전화 통화 자체를 싫어하는 것을 넘어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을 피하며, 통화를 하기도 전에 불안, 공포심이 높아지고 심박수 증가, 식은땀이나 숨 가쁨, 과도한 긴장으로 인한 근육 경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년간의 거리 두기로 타인과의 대화가 줄어든 탓이 클 터. 하지만 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화 공포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도를 해야 할지 알아보자.


첫 번째,
자연스러운 경험을 늘려보자.

통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면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에 자신을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다 보면 지나친 긴장과 공포 반응이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비교적 편안하고 우호적인 대상인 가족이나 친구와 주기적으로 통화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약간 더 어렵고 불편한 통화, 예를 들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전문 업체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 등을 시도하면 된다.


두 번째,
전화로 인한 긍정적인 기억을 쌓아 보자.

통화를 할 때 자신이 했던 사소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전화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해 미리부터 지나치게 걱정하고 염려한다면, 전화가 긍정적인 경험으로 기억되기 어렵다. 전화 공포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화 속에서 느끼는 유쾌하고 즐거운 기분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야 한다. 벨 소리는 중립적인 자극일 뿐이다. 이것이 긍정적인 기억과의 연결고리가 된다면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대인관계 상호작용에 대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대를 해보자.

문자로 소통하는 것은 내가 원할 때 답할 수 있고, 한 번 생각을 정리한 뒤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이와 비교해서 전화는 상대의 요청에 즉각 응답해야만 하고,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크다. 특히 무례하고 불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대인관계 상호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경우 전화를 통한 타인과의 대화에서 심리적 압박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 하지만 세상에는 상식적이고 친절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 객관적인 사실을 늘 인식하고 있도록 하자. 수화기 너머 상대방을 무조건 불편한 상대라고 치부하지 않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통화는 더 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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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unselor. 오미영
    고려대학교 대학원 심리학과 졸업,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심리 레지더트 수료, 한양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교수 및 임상심리 수련감독자 역임 등을 거쳐 현재 닥터스 심리아카데미 대표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내 아이설명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