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ON : 한국수자원공사 웹진 2024. JULY VOL.676

Insight ON

바다를 마실 수 있는 세상
해수담수화

지구를 멀리서 보면 반 이상이 파랗다. 지구의 70%가 바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닷물은 지구 전체 물의 97%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물 부족 문제를 바다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고민에서 고안된 기술이 ‘해수담수화’ 기술이다.

글 편집실 자료 한국수자원공사 상하수도연구소, 수도기획처





바닷물, 식수가 되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신나게 놀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면 눈에 보이는 온천지가 물이다. 바닷물을 마실 수 있다면 ‘물 부족’, ‘기후 위기’에 대한 걱정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짠 바닷물인 ‘해수’를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담수’로 바꿔주는 기술이 있다. 바로 ‘해수담수화’다.
모두가 알다시피 바닷물은 짜다. 바닷물이 짠 이유는 염화나트륨, 염화마그네슘 등 여러 염류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의 염류농도는 약 3%. 인체 세포액 염류농도인 0.9%에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렇기에 바닷물은 짠맛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대로 마실 수 없다. 바닷물의 염분 등 용해 물질을 제거해 민물로 만드는 일종의 수처리 과정이 바로 해수담수화다. 해수담수화는 무한한 바닷물로부터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을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대체수자원이다.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1세대 기술은 ‘증발식’이다. 하지만 물을 끓이는데 열에너지가 많이 쓰임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문제가 대두되면서 최근에는 ‘역삼투(Reverse Osmosis, RO)’ 방식으로 공정 과정이 전환되고 있다. 역삼투 방식은 반투막을 사이에 두고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삼투압 차이만큼 물이 자연스레 이동하는 삼투현상을 반대로 활용한다. 해수에 삼투압보다 높은 압력을 가하면, 염분과 미네랄이 제거된 물만 반투막을 통과하여 깨끗한 담수를 얻을 수 있다. 역삼투 방식은 증발식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은 물론 생산성, 경제성이 높아 전 세계 담수화 플랜트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담수화 공장의 역삼투압식 설비

싱가포르 투아스 해수담수화 플랜트 Ⓒ싱가포르 국립수자원공사

세계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는 신의 한 수

인구 증가와 첨단산업 발달로 전 세계의 물 수요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작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50년 예상 물 수요는 2000년 대비 1.5배, 제조업 부문에서는 3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극한 가뭄,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에 의존하는 댐과 하천 중심의 기존 용수공급체계만으로는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해수담수화, 하수재이용, 지하댐 등과 같은 대체수자원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GWI DesalData의 자료에 의하면 2021~2025년 시장규모는 826억 달러(연평균 165억 달러), 2026~2028년에는 711억 달러(연평균 약 237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설비 총량 측면에서 가장 큰 해수담수화 시장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이다. 이 지역은 덥고 건조한 사막이 많아 깨끗한 담수를 구하기 어려워 지중해와 아라비아해의 바닷물을 생활용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물 공급의 70% 이상을 해수담수화에 의존하고 있으며, 2024년 말에는 총 담수화 용량이 하루 1,330만㎥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에는 네옴시티 건설 등으로 안정적인 물 공급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수담수화 시장은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
싱가포르도 물 수요 증가와 말레이시아 등에 수자원을 의존하던 공급 한계의 해결책으로 해수담수화를 선택했다. 현재 5개 플랜트가 구축되어있으며, 이들 설비는 하루 최대 71만 9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전체 용수 수요의 25%를 충당하고 있으며, 오는 2060년까지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해수담수화 시장이 커지는 만큼 관련한 다양한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농축수는 고농도의 염(해수대비 약 2배)을 함유하고 있어 해양 수질오염과 생태계 교란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농축수 방류를 최소화하고 재이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며, 플랜트 공정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설계부터 건설, 운영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해수담수화 플랜트에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국내 기술이 빛을 볼 차례

기후변화와 댐 수원 부족, 공업용수 수요 급증으로 해수담수화 시장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계 해수담수화 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해수담수화 시장은 사회적 수용성 및 제도적 한계로 아직 개발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의 해수담수화 시설은 대부분 100㎥/일 이하의 소규모 시설로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하루에 1,000㎥/일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중·대규모 시설은 총 3개소(광양 포스코, 부산 기장군, 서산 대산임해산업단지)에 불과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용수가 부족한 임해지역을 대상으로 해수담수화 사업을 확대하고, 관련 제도개선과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통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해수담수화 시설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2020년부터 총사업비 3,118억 원을 들여 건설 중인 충남 서산의 대산임해산업지역 해수담수화 시설이다. 오는 2025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현재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대산임해산업단지에 하루 10만㎥ 규모의 용수공급이 가능하다. 이밖에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 등 임해지역 산업단지에도 공장 증설로 발생하는 추가 용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한국수자원공사는 해수담수화 활성화 기반 마련을 위해 환경부와 함께 제도·정책적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해수담수화 사업성 제고, 영향 지역 지원제도와 사업절차 표준화 등 사업 시행 근거와 사업실행력 제고 등을 위한 기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수자원공사는 운영 최적화, 수원 다변화 등을 통해 해수담수화 공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기술, 민간기업과 공동으로 농축수 활용을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 등 핵심 기술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로써 국내 해수담수화 산업 활성화와 국내 혁신 기술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