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지구

기후위기를
극복하자,
돈 잘 벌려면

📝글. 송승섭 아시아경제 기자

기후위기에 무관심한 친구가 당신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내가 왜 기후를 걱정해야 해?” 뭐라고 대답할까요. 북극곰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으니까? 아니면 후손에게 깨끗한 환경을 남겨줘야 한다고 설득할까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모두를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극곰에 별 관심이 없고, 먹거리가 바뀐다 한들 크게 개의치 않거든요. 안타깝지만 미래 세대보다 지금의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땐 이렇게 답해보세요. “돈 잘 벌려면 기후위기 해결해야지.”

기후위기는 ‘돈 문제’입니다.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우리의 돈벌이는 지금보다 어려워질 겁니다. 동·식물이나 미래세대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 ‘잘 먹고 잘살기’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뜨거워진 지구에서 내 살림살이가 얼마나 팍팍해질지 깨닫는다면, 누구나 기후위기를 진심으로 걱정하게 될 겁니다.

2049년 당신의 월급은 20% 줄어듭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레오니 웬츠 박사팀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세계 소득이 25년간 연평균 38조 달러(약 5경 2190조 원)씩 감소하거든요. 너무 과한 분석 같지만, 아닙니다. 지금까지 배출된 온실가스의 영향만 보수적으로 계산한 숫자죠. 앞으로의 탄소배출 영향과 기후위기로 오르는 물가를 고려하면 여러분의 지갑은 훨씬 얄팍해질 겁니다.

  • 자영업자라면 사업이 더 어려워지고요, 취준생은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고, 직장인은 잘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후위기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거든요. 지난 10년간 기후변화로 초래된 경제적 피해는 총 2조 달러(약 2,791조 원)에 이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죠. 한국은 괜찮지 않냐고요? 세계자연기금이 기후변화로 인한 향후 30년의 경제적 손실을 계산했는데, 한국은 100억 달러의 손실이 생긴다고 합니다. 세계 7위권 수준이죠.
    대출 금리도 비싸질 겁니다. 은행들이 기후위기로 타격을 받고 있거든요. 지구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자연재난은 더 흉포하고 예측 불가능한 괴물이 됐습니다. 은행들이 돈을 빌려줬던 사업에도 예외는 없죠. 대출이 실행된 수많은 주택, 건물, 사업이 자연재해로 무너질 때마다 은행들의 손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손실은 고스란히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테고요. 전 세계 금융권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도 영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죠.

이미 가격이 오르는 부문도 있습니다. 보험이죠. 20년간 전 세계 보험사들은 기후변화로 6,000억 달러(861조 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농작물재해보험, 화재보험, 주택보험, 풍수해보험이 엄청나게 늘었거든요. 보험사들은 손해를 메우기 위해 여러분의 보험료를 이미 인상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 웰링턴 대학의 기후학자 일란노이 교수는 1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보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을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니 기후위기의 투사가 되세요. 탈 없이 돈 벌면서 저축을 잘하고 싶다면, 치킨이나 초콜릿을 너무 비싼 가격에 사고 싶지 않다면, 보험료 부담에 등골이 휘고 싶지 않다면, 고금리로 집을 못 사는 곤경에 처하고 싶지 않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