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기원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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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몰라요. 덕분에 언제나 즐겁거든요.
지금처럼 앞으로 펼쳐질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꼭 네 사람이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사랑하고 고마워. 나의 소중한 친구들♥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가고, 퇴근한 뒤에는 적당히 휴식을 취하다 침대에 눕는다.
이처럼 대부분 사람들은 정해진 틀대로 산다. 그러나 틀에 박힌 일상은 우리를 게으르게 만든다.
잠잠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네 사람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지금부터 두뇌를 깨워 보자.
📝글. 조수빈 / 📷사진. 황지현
한바탕 맹추위가 다녀가고, 겨울 해가 따사로웠던 어느 주말. 박기원 대리가 대전 은행동의 한 보드게임 카페에 도착했다. 오늘 박기원 대리와 게임을 함께할 파티원은 친구 강재묵 씨, 김세연 씨, 조혜림 씨다. 네 사람은 사실 혜림 씨와 세연 씨를 필두로 맺어진 인연이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줄곧 같은 동네에서 자란 혜림 씨와 세연 씨가 서로의 연인과 모임을 만들면서 네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모인 이들은 여느 절친 못지않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재묵 씨가 늘 반쩍이는 아이디어로 친구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면, 세연 씨는 그 속에 살펴야 할 것들은 없는지 차분하게 상황을 분석한다. 분위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역할은 박기원 대리와 혜림 씨의 몫이다.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런 네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 더욱 풍성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요즘 네 사람이 꽂혀 있는 건 보드게임이다. 이들에게 보드게임은 게임 이상의 의미가 있단다. “보드게임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누군가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플레이를 하는 동안 상대의 성격과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전략 등을 배울 수 있죠. 매번 새로운 게임을 배워가는 설렘도 커요.”
이들을 게임의 세계로 안내한 건 혜림 씨다. 벌써 보드게임 10년 차라는 혜림 씨는 모임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모임에서 새롭거나 신선한 게임을 발견할 때마다 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본인이 겪은 즐거움을 함께 느끼기 위해서다.
네 사람의 강점은 각각 다르다. 박기원 대리는 팀워크를 발휘해야 하는 게임에 강하고, 혜림 씨는 논리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전략 게임에 뛰어나다. 세연 씨는 창의적인 사고가, 재묵 씨는 관찰력이 필요할 때 놀라운 기지를 발휘한다. 오늘은 네 사람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게임으로 몸을 풀기로 했다.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이라는 게임을 정말 좋아해요. 고대 유적을 탐험하며 자원을 모으고, 도구와 유물을 활용해 점수를 쌓으면 되는데 몰입감이 상당해요.”라는 박기원 대리의 말마따나 게임 세팅만 했을 뿐인데도 테이블 위로 고대 도시가 세워진 듯 웅장했다. 주사위를 굴린 다음 가만히 판을 바라보는 혜림 씨.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릿속으로는 열심히 전략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의 전략을 꿰뚫기라도 하겠다는 듯 세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승리의 여신은 혜림 씨의 손을 들었다. “사실 저녁에 두뇌가 가장 활발해지거든요. 아직 아침이라 그런지 잠에서 덜 깼나 봐요.”라며 능청을 떠는 박기원 대리의 말에 세 사람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두 번째 판을 위해 다시 수많은 게임상자 앞에 섰다. 네 사람은 앞서 한바탕 머리를 썼으니 잠깐 쉬어가자며 게임의 레벨을 낮췄다. 입문자가 하기 좋은 게임이 뭐냐고 물었더니 네 사람은 머리를 모으더니 이내 두 가지를 추천했다. “초심자에겐 ‘도블’이나 ‘카르카손’을 추천해요. ‘도블’ 은 반응 속도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게임이라 누구든 쉽게 할 수 있고, ‘카르카손’은 타일을 연결하며 점수를 쌓는 게임인데, 약간의 전략이 필요하기에 두뇌를 깨우기 용으로 딱이에요.”라며 두 가지를 모두 다 챙겨 자리로 돌아갔다.
점심시간이 지나는 것도 잊고 한참이나 보드게임에 빠져있던 네 사람은 두 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이제 슬슬 마무리할까?”라며 자리를 정리했다. 두뇌를 쓰는 것도 에너지 소모라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부쩍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이들은 사실 평소에도 두뇌를 깨우기 위해 나름의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TV 채널을 돌리다 퀴즈 프로그램이 나오면 꼭 멈춰 문제를 풀어보고, 가끔은 퍼즐이나 레고 등을 맞추며 손의 감각을 깨우기도 한다. 다음주에는 방탈출에 도전할 계획이란다. 보드게임을 할 때는 서로의 심리를 간파하는 게 중요하다면, 방탈출을 할 땐 한 팀이 되어 소통을 잘 하는 게 관건이다. 누구든 아이디어를 내면 빠르게 적용해보고, 역할 분담을 해 다음 퀘스트로 나가야 시간 내에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팀워크가 꼬이면 낭패다. 하지만 그간 맞춰온 합을 보아 걱정은 없다. 그저 어떤 재미있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가 될 뿐이다.이들은 게임을 통해 삶의 태도를 배우고 있다. 자신 앞에 놓인 문제를 마치 퀘스트 깨듯 풀며 내일로 향한다. 물론 쉽사리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지만, 그 또한 기꺼이 풀어가다 보면 더 재미있는 날들을 만나기도 한단다. 그러니 이들의 미래에는 꼭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임의 끝판이 가장 화려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