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민수 차장의 선택
- 시장에 왔다면 간식을 여러 개 먹고 가야 제대로 즐긴 기분이 들어요. 북평오일장에 오시면 입구에서 파는 붕어빵을 들고 구경을 시작하길 추천합니다.
일렬로 늘어선 상점들을 사이에 두고 뒤섞이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가격을 흥정하느라 오고가는 작은 소란, 끝내 한 움큼 더 쥐어 주는 넉넉한 인심까지.
재래시장의 풍경은 이토록 활기차다. 그리고 태백권지사의 다섯 사람이 이 흥겨운 풍경 속에 함께 했다.
📝글. 조수빈 / 📷사진. 황지현
2월 13일. 며칠 전부터 원재희 사원은 딱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바로 동해 북평오일장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일장 중에서도 규모가 크기로 손에 꼽히는 북평오일장은 날이면 날마다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매달 3, 8일에만 장이 서기 때문에 날짜를 잘 맞춰 가야 한다. “동해에 자주 오다 보니 북평오일장을 한 번은 구경했을 법한데,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둘러본 적이 없어요. 늘 시간에 쫓겨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었거든요.” 사실 남들은 바다 보랴, 일출 보랴, 시장 구경하랴 방문하는 동해가 태백권지사 직원들에게는 출장지로 더 익숙한 곳이다. 태백권지사에서 동해 달방댐의 유지·관리와 지자체, 인근 공업단지로 원수 공급을 책임지고 있어 설비 점검 등을 위해 이곳을 자주 방문하고 있지만 정작 이름난 관광지는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던 실정. 아쉬웠던 차에 원재희 사원이 여행의 판을 깐 것이다.
원재희 사원의 제안에 모두 한마음으로 떠올린 단어는 ‘드디어!’란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동해로 출장 갈 때마다 ‘언제 한번 날 잡아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풍경도 보고 오자~’라고 했지만 기회가 없었거든요. 이번에 드디어 동료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돼요.”라며 김다현 대리가 설렘을 전했다.
사실 다섯 사람은 북평오일장으로 오기 전 동해 맛집에 들러 점심식사도 거나하게 하고 왔다. 배를 통통 두드리면서도 “간식 배는 따로 있어요!”라는 이들. 본격적인 ‘먹부림’을 하기 전 먹을 계획을 세우기 위해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여기 먹을 게 진짜 많거든요. 오늘 제가 다니는 코스를 하나씩 소개해 드릴게요.”라며 선두에 선 사람은 김상우 대리다. 그는 평소에도 주말에 장이 서면 꼭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상우 대리님은 ‘맛잘알(맛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맛집도 많이 알고 저희가 모르는 음식도 많이 접해보셨더라고요. ‘백골뱅이 내장’이라는 음식도 상우 대리님께 처음 들었어요. 음식 설명도 기가 막혀요. 실감나게 표현하는데, 듣고 있으면 제가 직접 먹고 있는 것 같다니까요.”라며 박민규 사원이 김상우 대리를 치켜세웠다.
가장 먼저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은 건 달달한 호떡 냄새였다. 사장님께 다가가 “호떡 다섯 개만 주세요.”라면서도 박민규 사원의 눈은 다른 간식들은 없나 살펴보느라 바빠 보였다. 노릇하게 구워진 호떡을 채 먹기도 전에 도넛 가게 앞에 선 이들. 원재희 사원은 이번 여행을 오기 전부터 ‘찹쌀 도넛은 꼭 먹자’라며 말했었단다. “일을 하다 보면 꼭 두세 시쯤 되면 달달한 간식이 생각나는데, 그때 도넛이나 꽈배기 같은 게 먹고 싶더라고요. 시장에 온 김에 찹쌀 도넛을 먹고 가야죠.” 간식뿐만 아니라 한눈에 보기에도 신선한 해산물, 건어물, 청과물 등 시장에 즐비한 식재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듯 걸음을 늦춰갔다. 그러던 중 “저기 코너를 돌면 국숫집이 있거든요. 양도 많고 맛있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한리필’이라는 거예요. 아는 사람들만 아는 포인트죠.”라며 ‘쩝쩝박사’ 김상우 대리가 이들을 국숫집 안으로 이끌었다.
이후에도 붕어빵, 뻥튀기 등 먹부림은 이어졌다. “와, 이제는 진짜 못 먹겠어요!”라며 박민수 차장이 가장 먼저 백기를 들었다. 그의 말에 나머지 직원들이 슬슬 여행을 마무리할 채비를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못내 아쉬운 듯 박민규 사원은 “입가심으로 식혜 딱 한 잔만 먹을까요?”라며 동료들을 잡아 이끌기도 했다. 김상우 대리는 마지막으로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며 동료들을 멈춰 세웠다. “여기는 제가 동해에 출장 올 때마다 들르는 빵집이에요. 크로켓 맛집인데 안에 감자가 가득 들어있어서 진짜 맛있어요. 몇 번 동료들에게 맛보여준 적 있는데 다들 좋아하더라고요.”라며 통 크게 크로켓 서른 개를 포장했다. 양손 가득 크로켓을 들고 나서야 이들의 여행은 마무리됐다.
“태백권지사 사람들은 만두 같은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재료가 만두피 안에 섞여 환상의 맛을 내는 만두처럼 개성 강한 직원들이 ‘태백권지사’ 안에서 협력해 나가며 아름다운 조화를 내고 있기 때문이죠.” 서로 다르다고 말하는 이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좋은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을 보면 가장 먼저 동료를 떠올린다는 거다.
업무로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이 야속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돌아가는 발걸음이 그리 무겁지 않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이 ‘짠’ 하고 건네는 크로켓을 먹으며 행복해할 동료들이 그곳에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