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갈지도

계절을 기다리는
시간,
광양

광양의 제철소는 익히 알지만
이곳의 수려한 강산과 나무는 잘 모르는 이가 많다.
겨울에서 봄으로 걸어가고 있던 광양과 마주했다.

📝글.  📷사진. 박재현 소설가

광양제철소

당신의 뜨거움

굴뚝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가 멀리서도 보였다. 연기는 푸른 하늘 위를 마음껏 스케치했다. 바다 위의 독보적인 활기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을지 상상케 했다. 용광로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선 매일 같이 모두의 땀이 필요하겠지. 내 안의 뜨거움은 쉬지 않고 가동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았다. 누구나 저마다의 뜨거움이 있지 않은가. 제철소가 광양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면, 광양의 앞바다를 지키고 있는 건 이순신대교였다. 밤이 되자 불이 켜져 특별한 야경을 선사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이들의 빛은 광양의 밤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 주었다.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광양제철소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평일엔 10인 이상의 단체 견학, 토요일엔 개인이나 10인 이하 견학만 가능하다. 다만, 3월에는 평일 견학을 제한하고 있다.

  • 광양매화마을

    가지 위의 봄

    마른 가지로 자욱했다. 봄이면 매화로 가득 차는 이곳에 아직 봄이 오지 않아서였다(책이 나올 때쯤 매화는 만개하겠지만). 가지 위에선 수많은 봄이 움트고 있었다. 바람을 견디고 추위를 견디면서. 계절의 변화는 우리의 생을 조금 흔들고 마는데, 그 과정이 때론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그중 제일은 봄일 것이다. 기다림의 마음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마침 매화의 꽃말은 ‘고결’, ‘인내’다. 고결하게 인내하고 있는 매화를 기다려줄 수밖에 없다. 기다림 끝에 올라올 매화들은 어떤 얼굴로 우리를 마주할까. 마을 앞에 청명하게 흐르고 있는 섬진강은 답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올해 매화 축제는 3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매실 하이볼, 마스코트 매돌이 굿즈샵, 인생네컷 포토존 등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할 계획이다.

배알도 섬 정원

만남이 있는 섬

섬은 때때로 이유 없이 끌리지만 이동에 따른 부담이 있기에 큰마음을 먹어야만 가게 된다. 이곳엔 다리가 있어 쉽게 걸어갈 수 있었기에 부담이 없었다. 다리엔 물고기 모양의 주탑과 곡선 길이 있어 걷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섬은 자그마했다. 뒤꿈치부터 느긋하게 디디며 산책하기에 알맞았다. 계단을 오르니 소나무들이 사방에서 지키고 있는 정자가 보였다. 거기서 밖을 둘러봤다. 어린 시절, ‘강은 어떻게 바다로 흘러갈까’ 그려 보곤 했는데 상상했던 장면을 처음 만났다. 이곳은 머나먼 길을 달려온 섬진강과 남해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러고 보니 나를 이렇게 품어 주는 인연을 만나는 것도 늘 기다림 끝에야 있지 않나 싶었다.

배알도 섬 정원에 가기 위해서는 망덕포구에서 별 헤는 다리를 건너거나 배알도 수변공원에서 해맞이다리를 건너면 된다.
섬진강 별빛스카이 짚와이어를 타도 좋다.

백운산 자연휴양림

나무처럼 크고 싶어

거인들의 숲에 오면 이런 기분일까. 나무들의 키가 대체로 컸다. 머리를 최대한 젖혀야 끝이 보였다. 숲은 말이 없었지만 내가 큰 소리를 내면 사방으로 나의 말을 전해줄 것처럼 깊었다. 깊은 데다 넓기도 했다. 거대한 자연이 좋은 건 인간이 작다는걸 새삼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걸으며 나무들이 커 간 시간들을 상상해 보았다. 날씨가 좋을 때 성장의 폭이 컸겠지만, 차디찬 겨울을 보낸 뒤에야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나무가 뱉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생각했다. 위로 크는 만큼 땅 아래로도 자라는 나무처럼,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크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치유의 숲 센터에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한 센터 내부엔 요가실, 족욕장, 아로마테라피실, 피톤치드 카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