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부산에서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 협약을 성안하기 위한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열렸습니다. 일주일간 플라스틱 생산 규제와 제품 디자인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종료됐죠. 특히 플라스틱의 생산 규제 여부, 우려 화학물질 규제 방안, 재원 마련 방식 등에서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고 합니다.당시 성안시키지 못한 플라스틱 협약을 다시 논의하기 위한 INC-5.2가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다시 열립니다. 그런데 최근 INC-5.2와 관련한 추가 논의가 이뤄지는 자리에서 95개 유엔 회원국이 공동으로 참여한 선언문이 발표됐습니다. 바로 제3차 유엔해양총회에서의 일입니다.
6월 10일 유엔해양총회가 열린 프랑스 니스에서는 ‘야심찬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니스의 경고’(The Nice Wake Up Call for an Ambitious Plastics Treaty)라는 제목의 선언문이 나왔습니다. 바다야말로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곳이기 때문이지요. 선언문은 플라스틱의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대응이 필요하며, 특히 생산과 소비 단계에서의 감축이 가장 효율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차 플라스틱 중합체의 생산 및 소비를 줄이기 위한 글로벌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보고·갱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죠. 선언문에는 또 가장 유해한 플라스틱 제품과 그에 포함된 화학물질을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협약 당사국회의(COP)는 과학적 기준에 따라 해당 목록을 확대할 수 있으며, 각국은 자국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선언에 한국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G7 국가 중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영국이 서명했고 유럽연합(EU)은 전체 회원국이 공동 서명했죠. 이에 대해 국내 환경단체는 “새 정부는 플라스틱 감축과 관련한 국제 흐름에 동참하고, 8월 플라스틱 협약 도출을 위해 힘써야 한다”라고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바다를 괴롭게 하는 것은 플라스틱 말고도 또 있습니다. 해마다 오르는 바다 수온으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 먼바다, 까마득한 심해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한여름 바닷가에는 시원한 파도를 즐기려는 인파가 가득해집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해변에 자꾸 해파리 떼가 출몰하면서 피서객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 환경 변화로 해파리 개체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이는 어업에도 영향을 줍니다. 어민들은 “여름에는 생선보다 해파리가 더 많이 잡힌다.”라며 하소연하죠.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6월 4일 올해 처음으로 해파리 대량 발생 위기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습니다. 부산과 경남 등 남해안에 ㏊당 300마리 이상의 보름달물해파리가 발견되면서 예비주의보 특보가 발표된 겁니다. 쏘임 사고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1~9월 해수욕장 해파리 쏘임 사고는 총 4,224건. 202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해파리 쏘임 사고 753건의 약 5.6배입니다.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해파리에게 지구온난화로 데워진 수온은 더없이 좋은 서식 환경이라고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해역은 유독 수온 상승이 가파른 편이어서 올해도 우리 바다의 표층 수온은 평년과 비교해 1도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6월 4~5일 제주에서 열린 세계 환경의 날 행사에는 제주에 사는 어린이들이 많이 방문했습니다. 제주 바다에서 수거된 쓰레기를 매만지며 한 어린이는 “이제 바다에 가기 무서워질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바다가 그리워지는 본격 여름철에 접어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맨몸으로 뛰놀던 바다를 다음 세대에도 물려주려면 지금 당장, 바다를 위한 우리 모두의 한걸음이 필요합니다.
올해도 우리 바다의 표층 수온은 평년과 비교해 1도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