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맛을 만드는 비결
조류가 세면 굴의 품질이 좋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우선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해야 한다. 양식의 경우 조류가 세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굴이 고정되지 못하는 데다, 먹이인 플랑크톤 또한 빠르게 흘러가 버려 굴이 충분히 먹이를 섭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산의 경우 적당한 조류와 파도는 굴의 품질을 높이는데 아주 탁월한 역할을 한다. 굴은 바닷속의 바위나 배의 로프에 붙어 플랑크톤과 유기물 등을 먹고 자란다. 파도의 흐름에 따라 산소와 영양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니 굴은 신선한 먹이를 섭취하며 살이 통통하게 오르게 된다. 또한 거센 물살을 이겨내기 위해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 유속이 빠른 지역에서 자란 굴은 흐물거리지 않고 탱글하다. 마지막으로 바닷물의 자정 작용이 활발해 노폐물이나 균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최대의 장점이 있다. 자연산 굴이 비린 맛이 적고 짭조름한 풍미가 뛰어난 이유도 이러한 환경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거친 바다의 쫄깃한 맛 다시마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다시마 생산지라 불리는 완도, 동해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조류가 세다는 것이다. 파도는 다시마의 생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파도가 거센 지역에서 다시마는 끊임없이 흔들리며 자랄 수밖에 없는데, 물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시마는 자연스레 조직을 단단하고 굵게 만든다. 이는 식감과 연결되어 더 쫄깃하고 탱탱한 다시마가 된다.
식감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파도는 다시마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파도가 세면 영양염류의 순환이 활발한데, 바다 밑에서 올라오는 질소, 인, 칼륨 등의 영양소가 다시마에 풍부하게 공급되는 것이다. 덕분에 다시마의 성장 속도가 빠를 뿐더러 양질의 성분을 다량 축적하게 된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자란 다시마는 식감이 단단하고, 맛이 진하며 영양은 풍부하다.
조류를 거스르며 키운 근육 고등어
고등어의 맛을 가르는 건 ‘어떤 먹이를 먹고 자랐느냐’가 아니다. 바로 ‘어떻게 움직이며 자랐느냐’다. 그리고 그 해답을 말하자면, 파도와 조류가 강한 바다에서 산 고등어가 맛이 좋다.
바닷속에서 고등어는 빠르고 힘차게 유영한다. 특히 산란이나 월동기가 되면 끊임없이 헤엄치는데, 이러한 활동은 고등어의 근육 발달을 촉진시키고, 지방과 단백질이 균형 있게 축적되도록 돕는다. 그 결과 살이 탄탄하고 적당히 기름기가 배게 된다. 고등어 특유의 고소함은 이러한 비결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는 양식 고등어와 비교해보면 맛의 깊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제주 앞바다, 울릉도, 남해안 등에서 잡힌 고등어가 맛있는 이유는 바다를 운동장 삼아 열심히 헤엄친 결과다.
파도를 즐기는 생물 문어
문어는 고요한 바다보다 파도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 바위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격정적인 곳을 좋아한다. 문어가 몸을 숨길 수 있는 바위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가기가 혹독한 환경임이 분명하다. 발판으로 단단하게 몸을 고정시키지 않으면 떠밀려가기 십상이라 스스로 힘을 키우고 움직임이 유연해지도록 훈련한다. 그렇게 바위틈을 여러 번 오가며 몸을 숨기고, 또 먹이를 쫓는 동안 문어는 자연스럽게 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울릉도, 포항 등에서 자란 문어가 유명한 이유도 해류가 강한 지역이기 때문. 거센 파도와 함께 자란 문어는 딱 질기지 않을 정도의 탱탱한 식감을 자랑하게 된다. 특히 숙회나 초무침 등 재료 본연의 식감이 중요한 요리에서 그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