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한 물관리 여건 악화

기후변화의 심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극한 가뭄과 홍수 등 기후 현상의 변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물을 관리하는 데 드는 난이도와 복잡성 또한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기후위기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분야 중 하나로 물관리가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오랜 가뭄 끝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는 등 상반된 극한 기상 현상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기상이 빠르게 뒤바뀌는 현상은 ‘기후채찍(Hydroclimate Whiplash)’이라 불린다. 이처럼 예측이 어려운 기후 양상은 기존의 물관리 시스템으로는 더이상 대응이 어렵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에 기반한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첨단 기술을 활용한 물관리 시스템의 필요성과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인프라로 여겨졌던 대형 댐들 또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대형 댐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사이에 집중적으로 건설되었으며, 지금은 준공된 지 50년 이상이 지난 노후시설이 많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수지 내 퇴적물이 쌓이고, 댐의 구조적 안정성이 점차 약화되면서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력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제대댐회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노후화로 인해 2050년까지 전 세계 대형 댐의 유효 저수 용량은 약 26%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즉, 기후변화로 물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기존의 기반 시설은 오히려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물을 많이 사용하는 첨단산업의 급성장도 물 수요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산업은 발전하고 있으나, 정작 물공급 시스템은 설비 노후화와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EU 등 주요 선진국조차도 물관리 분야의 전문 인력 고령화와 대규모 은퇴로 인해 인력 공백이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물관리 서비스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는 물 부족, 극한 기후, 노후 인프라, 인력 공백 등 다양한 차원에서 복합적인 위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예측 불가능한 기후채찍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 ‘물관리의 디지털 전환’이 주목받고 있다.

물관리 도전, 디지털 기술이 해낼 것인가

기후위기와 물 부족, 노후 인프라, 인력 공백이라는 복합적 도전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디지털 기술로서 물관리 도전에 대응할 것인가.
첫 번째로, 디지털 기술은 극한 가뭄과 홍수 같은 기후재해에 대한 대응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가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물관리 시스템과 동일한 가상 공간을 구축하여,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한 반응을 사전에 분석하고, 최적의 대응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변 속에서도 안정성과 효과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디지털트윈 기술은, 물관리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두 번째로, 디지털 기술은 물의 생산과 공급 과정 전반의 효율화를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처리 공정에 AI 기반의 자율운영 체계를 도입하면 에너지 관리를 최적화하고, 예상치 못한 사고를 예방하며, 전반적인 공정 운영을 효율화 할 수 있다. 더불어, IoT 센서를 통해 압력, 유량, 수질 등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으며, 이를 AI로 분석함으로써 누수 발생을 최소화하고, 설비의 이상 여부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위성, 드론, 로봇 등을 활용한 정밀 관측은 물관리의 범위를 더욱 확장시킨다. 원수의 수질을 예측하고, 미량의 오염물질조차 조기에 발견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긴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기후재해 대응력 향상, 생산·공급 효율화, 오염 조기 감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물관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관리 디지털 전환 축진 요인

물 분야 전문 인력 고령화·
은퇴로 인한 인적 구조 변화

AI, IoT, Cloud 등
기술의 진보

대형 댐들의 인프라 노후화 로 인한
수량과 수질 측면의 위험

수도요금 인상 억제,
선진국 물 소비인구감소 등
인적 구조 변화

기후변화 로 인한
다각적 물 리스크 직면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물 관련 규제와 정책 요인

출처 : Bluefield Reserch(Global Digital Water Market Forecast 2022-2030, 2022)

AI 정수장의 자율 운영 프로세스

한국수자원공사의 물관리 디지털 기술

한국수자원공사는 극한 기상이변에 대응하고자 물관리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댐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디지털트윈 기반의 물관리 플랫폼 ‘Digital GARAM+’을 개발했다. 이는 댐과 하천의 실시간 기상, 수문 데이터 등을 연계·분석해 가상과 현실 세계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하고 이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종합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두 번째는 정수장의 핵심 영역별로 AI 기술을 도입, AI 정수장을 구현했다. 수량, 수질 등의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 AI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운영 방안을 예측하는 스마트 정수장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8개 정수처리 공정을 단독 또는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이로써 에너지 사용 최적화, 사고 위험 최소화 등의 효과를 견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IoT, AI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 관망관리 솔루션(SWNM)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연간 1.1억㎥의 누수를 저감할 수 있으며, 수질이상 등 사고발생 시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다. 현재 SWNM은 국내 82개 지자체 사업에 성공적으로 추진했으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으로 기술을 확산 추진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물관리 플랫폼 Digital GARAM+
글로벌 디지털 물관리 시장 전망

출처 : Bluefield Reserch(Global Digital Water Market Forecast 2022-2030, 2022)

향후 물관리 디지털 시장의 전망

디지털 물관리는 글로벌 물산업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기존 물시장에 비해 3배가량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Bluefield Research>에 따르면, 전체 물 시장은 연평균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나, 디지털 물관리 분야는 연평균 8.8% 성장하여 2030년에는 73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일찍이 물 인프라가 구축된 선진국 중심으로 주도될 것으로 전망되나, 각 국가별 수도 산업의 분산 수준, 디지털 기술의 성숙도 등에 따라 시장별 차별화된 디지털 물관리 사업모델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디지털 물시장은 전통적 물 기업을 넘어 구글, MS 등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 Siemens, Schneider Electric, ABB 등의 산업 인프라 기업, Oracle, Autodesk 등의 전문 IT 기업까지 산업 각 분야별 디지털 기술의 강자가 모두 참전함으로써 산업 영역과 경계가 모호화되는 빅블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반복적인 기후재난과 인프라 노후화 등의 여건 악화로 각 국가 물관리의 근원적인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디지털 물관리 기술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시장의 선점을 위해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위한 고민은 물론, 물 분야 스타트업 육성 정책을 통한 원천기술 개발에도 집중이 필요한 시점. 한국수자원공사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3대 초격차 기술을 시작으로 국내 스타트업과의 협업 등의 노력을 통해 글로벌 물관리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트윈으로 구현된 화성정수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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