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예술, 그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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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 한솔오크밸리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크기만으로도 압도되는 거대한 미술관 뮤지엄산(Museum SAN)이 등장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관광100선’에도뽑힌 뮤지엄산은 미니멀리즘의 대가라고 불리는 전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자연광이 깊숙이 스며드는 건축적 설계는 공간 전체에 예술적인 감각을 더하는데, 웰컴센터를 나서면 왼쪽에는 십자 모양으로 조각된 빛을 마주할 수 있는 빛의 공간이, 오른쪽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플라워 가든이 있다.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만든 돌산이나 플라워 가든에 이어진 고분 형태의 언덕을 바라보면서 산책하면, 곧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워터 가든이 눈에 들어온다. 현실과 비현실, 자연과 예술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희미하게 만든 뮤지엄산답게 건물이 물에 잠긴 것인지, 물 위에 놓인 것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이어지는 본관에서는 국내 최초의 종이 전문 박물관인 페이퍼 갤러리,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무덤이 있는 스톤 가든, 고요하게 비워낼 수 있는 명상관, 그리고 빛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제임스 터렐관까지 둘러볼 수 있다. 이 공간들을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다.



곳곳에 배치된 얕은 물은 관람 동선과 전시 공간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풀어주며, 예술과 자연, 건축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 예술이 물이 되고, 물이 예술이 되는 정원
워터 가든 -
워터 가든은 안도 다다오 특유의 건축 철학이 담긴 공간이다. 안도 다다오는 자연물을 건축에 적극 도입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자연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울창하고 밝은 숲, 화려하게 피어난 꽃,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 아니라 단지 돌, 물, 바람 등과 같은 자연의 요소를 재배치하는 것이 그의 특성이다. 워터 가든도 마찬가지다. 먼 곳에서 봤을 때는 깊고 차가워 보이는 물이 건축물을 받치고 있는 듯하다. 바람이나 빛에 따라 잔물결을 엿볼 수도 있지만, 아래에 깔린 까만 해미석으로 인해 물의 활발한 움직임보다는 마치 고요한 내면처럼 잔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 연출은 본관으로까지 이어진다. 얕은 물은 본관의 건물 이곳저곳을 감싸고 있다. 돌벽을 쌓아 물을 나누기도 하고 거리 곳곳에 연못을 만들어 두기도 했는데, 뮤지엄산의 독특한 미학은 이곳에서 발휘된다. 물과 함께 있는 건 건축물뿐 아니라 멀리서도 존재감이 빼어난 예술품 ‘아치 웨이(Arch way)’이다. 물의 표면이 너무나 잔잔하기에 아치 웨이의 화려함이 더욱 드러나며, 하늘, 구름, 건물까지 거울처럼 비추어내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 자연과 함께 들이키는 커피 한 모금
카페테라스(Cafe Terrace) -
카페테라스는 뮤지엄산의 대표적인 포토스폿이다. 야외 공간이 훤히 트여 있어 사계절의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산책하다가 지친 다리에 자유를 선사하는 편한 의자, 허기를 달래기 좋은 샌드위치, 디저트, 커피 등이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배우 공유의 커피 브랜드 광고 촬영지로 유명세를 더한 이곳은 커피를 계산하고 나가면, 밖으로 보이는 투명한 물에 절로 카메라를 들게 된다. 중요한 지점은 관람자의 시선을 방해하는 커다란 울타리 없이 그저 놓여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관람자는 커피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면서도 물에 반사된 천혜의 자연과 고요한 물결을 바라보게 된다.
이렇듯 뮤지엄산은 걸을 때도, 예술품을 관람할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익숙하게 물을 마주할 수 있다. 물 덕분에 뮤지엄산에서 전체적인 통일성을 느낄 수 있고, 사색에 잠기거나 고요하게 명상할 수 있다.
뮤지엄산에서 ‘물’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공간 전체를 연결하는 포인트가 된다. 곳곳에 배치된 얕은 물은 관람 동선과 전시 공간 사이의 경계를 부드럽게 풀어주며, 예술과 자연, 건축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이러한 설계는 ‘자연 속의 미술관’이라는 뮤지엄산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준다. 즉, 물은 뮤지엄산의 미학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뮤지엄산
- A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 H 매일 10:00~18:00(매주 월요일 휴무)
- P 대인 23,000원 / 소인 15,000원
- T 0507-1430-9001
카페테라스(Cafe Terrace)
- A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산129-5
- H 평일 10:30~20:30, 주말 09:3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