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위한 객관적인 접근
글. 정새배 KBS 기자
지난 10월,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거듭난 후 첫 국정감사가 있었습니다. 탈원전 논란부터 탄소중립과 NDC까지. 당면한 수많은 현안을 두고 여야 간, 정부와 국회 간 공방이 오갔습니다.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주제는 이들 ‘거시적’ 현안이 아닌, 질의 과정에서 짧게 언급됐던 ‘반달가슴곰’ 복원 이슈였습니다. 올해 기준 지리산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반달가슴곰은 모두 93마리, 당초 복원 목표였던 50마리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60% 이상이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최근 옆 나라 일본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곰으로 인한 인명사고 소식이 전해져 오는 터라 불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감에서 지적됐던 건 복원 사업이 ‘감성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복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해수구제 사업을 근거로 들고, 관련 부처의 홍보자료에 ‘대한독립만세’ 등을 적은 것도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곰이 독립운동이라도 했느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습니다.
물론 곰 복원 사업은 당초 생태계의 먹이사슬 전반을 복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습니다. 다만 목표 달성 후에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개체 수, 이를 제대로 추적·통제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 우려스럽습니다. 복원 사업이 이어지는 동안 과학적 예측에 기반한 관리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아쉬움은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수상 태양광 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존의 ‘2030 NDC’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기존의 78GW에서 100GW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태양광 발전을 대폭 확대하는 것입니다.
수상 태양광은 육상 태양광보다 장점이 큽니다. 환경오염, 계통 연결, 전략망 확충 등의 제도적 제약이 덜하다는 점에서 수상 태양광은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가동에 들어간 ‘임하호 수상 태양광’의 경우 기존 수력발전과 연계해 계통 문제는 물론, 산림 훼손 등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국내의 수상 태양광 사업이 순탄하게 시작된 것만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 역시 주민 수용성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임하호 또한 처음에는 주민 반대가 거셌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건 감성의 영역이 아닌, 그동안 진행됐던 과학적 연구의 결과였습니다.
기존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설비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약 10년에 걸친 추적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 인한 객관적인 결과물을 바탕으로 수상 태양광 설비가 수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같은 객관적 결과물에 근거하지 않았다면, 이제나마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수상 태양광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렀을 겁니다.
기후·환경 이슈를 둘러싼 논의가 치열합니다. 수십 년 후로 시간을 건너뛸 수만 있다면 지금의 논의는 아무렇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경로든 지금보다 탄소배출은 줄어들 것이고, 재생에너지 인프라 역시 비교할 수 없이 확대됐을 것입니다. 다만 정책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순간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커지고, 그 피해는 모두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을 주장하든 ‘객관적’ 근거에 우선한 논쟁이 자리 잡길 소망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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