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로 하늘을 들어 올렸지. 어린 너 뒤뚱거릴 때. 내가!
춥고 어두운 밤 불을 보내주신 분이 네 앞에 있지롱.
해도 잡아뒀잖아. 고맙지? 마음껏 놀 수 있잖아.
- <모아나> OST, Dwayne Johnson, ‘You’re welcome’

자연을 다스리는 영웅의 힘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에서 마우이가 처음 주인공 모아나에게 자기소개를 하며 부른 곡의 가사는 온통 자기 자랑으로 가득하다. 마우이의 귀여운 허언처럼 느껴지는 이 가사는 과장이 아니다.
바다의 신 ‘탕가로아(Tangaroa)’와 인간 ‘탕가라’ 사이에서 태어난 마우이는 어린 시절부터 힘이 천하장사였다고 한다. 마우이에 대한 전설은 하와이, 뉴질랜드, 타히티 등 폴리네시아 문화권에 걸쳐 다양한 이야기로 전해져 오지만, 공통된 것 중 하나는 인간을 몹시도 사랑했다는 점이다.
먼저 마우이는 인간들에게 살아갈 터전을 선물해 주었다. 태평양에는 수천 개의 섬이 점처럼 흩어져 있었는데, 이 광활한 바다에서 사람들이 정착하여 자신들의 문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바다 깊이 낚싯바늘을 던져 대지를 끌어 올렸다. 하늘이 너무 낮아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하늘을 들어 올려 인간들이 편히 설 수 있도록 했다. 해가 너무 빨리 지는 탓에 일 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한탄하는 인간들을 보고는 올가미를 던져 태양을 붙잡았다. 그 덕분에 인간들은 사냥과 농사를 하며 여유로운 낮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하세계에서 불을 훔쳐오기도 했다. 불의 여신 ‘마후이카(Mahuika)’에게서 불을 얻고자 지하세계의 불씨를 꺼트린 마우이는 마후이카의 손가락에서 불씨를 하나 얻어냈는데, 그 과정에서 마찰로 불씨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유한한 삶이 안타까웠던 마우이는 죽음의 신 ‘히네누이테포’와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를 물리치면 인간들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그 싸움은 실패로 끝나며 마우이는 끝을 맞게 됐다.

신화 속에 담긴 고민

이처럼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가 그려내고 있는 마우이는 실제 신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애니메이션 속 마우이가 장난기 많은 캐릭터로 묘사되었다면, 신화 속 마우이는 ‘신성한 창조자’에 가깝다. 마우이는 인간에게 유익한 선물을 많이 베풀었을 뿐 아니라 폴리네시아 문화권의 많은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항해길에서, 마을의 축제나 의식 속에서 마우이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고대 폴리네시아인들은 별, 바람, 조류 등을 읽으며 미지의 바다를 개척해 나갔는데, 항해자들은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설 때마다 마우이를 떠올렸다. 그들에게 마우이는 개척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미크로네시아, 사모아, 타히티 등의 전통 카누와 돛에는 마우이의 낚싯바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밖에 태양의 궤도를 바꾼 영웅에 대한 숭배를 하거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할 때, 풍요로운 수확을 바라는 마을 축제나 의식에서 마우이는 항상 그들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함께 하고 있다.
마우이의 영웅적 서사는 단순히 자연을 다스리는 힘에 대한 찬사가 아니다. 그 안에는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지 고민해 온 시간이 함께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