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후비용의 정의

기후비용이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손실 전반과 이를 완화하기 위해 투입되는 대응 비용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여기에는 실제로 측정 가능한 비용뿐만 아니라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사회 전체의 영향, 그리고 미래 세대에 전가될 잠재적 비용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한다면, 기후비용은 단지 현재의 손실을 논의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적 위험관리의 지표라 볼 수 있다.
이처럼 기후비용은 기후재난으로 인한 직·간접 피해, 재난 예방을 위한 적응 비용, 그리고 대응 지연으로 인해 누적되는 무대응 비용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해 왔는데, 특히 무대응 비용은 단순히 투자비용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발생하는 누적 손실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제기된 개념이다.
이러한 논의는 1970~80년대 시작된 탄소의 최적 사회적 비용을 측정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으며,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논의와 확산을 거쳐 현재의 기후비용 담론으로 이어졌다. 미국 예일대학교 노드하우스(W. Nordhaus) 교수는 기후경제 모델을 통해 기후변화를 경제적으로 정량화하며, 실제 기후 변화의 영향이 정책 결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그의 기후경제 모델인 DICE(Dynamic Integrated Climate-Economy)는 ‘기후변화’라는 제약 요인을 경제성장 모형에 결합해 기후변화가 경제적 피해로 이어지는 과정을 수치화하고, 최적의 소비와 성장 경로를 제시한 모델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기후비용의 범위는 단순한 탄소 배출 피해를 넘어 재난 복구비용, 사회·경제 인프라의 파손, 금융시작 불안정, 기후적응·저감 투자비용 등으로 확대됐다. 현재 기후비용은 학문적 개념을 넘어 재정·투자 평가와 정책 결정 과정의 핵심 변수이자 판단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기후비용의 정책 내재화를 위한 국제적 흐름

2023년 우리나라의 집중호우, 2024년 유럽의 폭염, 2025년의 텍사스 대홍수 등 연달아 발생한 범지구적 기후재난으로 인해 기후비용을 정책 전반에 내재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기후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기존의 정책·투자 의사결정 과정은 기후위기 대응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으며, 이에 따라 기후비용은 재정 및 투자 판단의 필수요소로 빠르게 부상했다. 특히 텍사스 대홍수는 정책적 차원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이었다.
국제기구 역시 기후위험의 재정·투자 반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IMF는 인프라 투자, 재정사업, 국제 원조사업 등 모든 공공·민간 투자 프로젝트의 평가에 기후위험 요인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예를 들어, 도로나 건설사업의 비용 산정 시 단순 건설비뿐 아니라 기후재해 발생 확률에 따른 보수·복구 비용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OECD는 기후행동과 경제성장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며, 기후 리스크가 재정·투자·프로젝트 평가 프레임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합리적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도적·절차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지구 평균기온이 3℃ 상승할 경우, GDP의 8%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기후 리스크를 정부 재정 리스크 관리체계에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금융안정위원회(FSB) 또한 기후비용이 반영되지 않은 자산평가와 대출 의사결정이 시스템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기후 리스크에 대한 감독·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기후비용의 구성항목

  • 직접 손실
    폭우, 홍수, 화재 등에 따른 인명·재산 손실 등
  • 간접 손실
    노동력 상실, 이주 비용, 지역경제 위축 등
  • 적응 비용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인프라 보강, 방재설비 확충 등
  • 무대응 비용
    대응 지연 또는 미이행 시 피해 확대 및 복구비용 증가 등

기후비용 관점에서 바라본 텍사스 대홍수

앞서 언급한 2025 텍사스 대홍수를 기후비용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그 시사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7월 중부 텍사스 전역에서 정체전선에 의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대홍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규모 인명 피해와 광범위한 재산 손실이 뒤따랐으며, 미국 재무부는 직·간접 손실 규모를 약 25~28조 원으로 추산했다.
기후비용 관점에서 보면 이 피해는 단순한 홍수 피해액만으로 볼 수 없다. 방재 인프라 확충 등의 적응 비용, 기후변화를 간과한 개발 행위가 초래한 무대응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실제 피해 규모는 추산치를 훨씬 넘을 가능성이 크다.
표면적으로는 텍사스가 급경사 지형, 낮은 투수성 토양 등 집중호우에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데다, 홍수 예·경보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후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적 판단이 누적되면서 피해가 확대되었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후비용 관점의 텍사스 대홍수 피해

  • 직접 손실
    • - 인명 피해 최소 130명 이상 사망, 30만 명 이상 긴급 대피
    • - 물리적 피해 주택·상가 침수파손, 도로 침수 등 교통·물류 전반 마비
    • - b>대응 비용 주방위군 투입, 구조활동 및 물자지원, 임시대피소 운영
  • 간접 손실
    • - 경제활동 차질 농업·관광산업 타격, 휴교 및 기업 조업 중단 등
    • - 공급망 영향 석유·화학단지 일부 생산 차질 및 물류 지연
    • - 사회적 비용 보험금 지급 급증, 금융부담 증가, 부동산 가치 하락
  • 적응 비용
    • - 방재 인프라 확충 과달루페강 유역 저류지 확충, 교량·도로 재설계
    • - 경보·대피체계 개선 수문관측망 고도화, 긴급경보 체계 점검 및 개선
  • 무대응 비용
    • - 토지·도시 개발 불투수면 증가, 홍수 위험지대 내 도심 개발로 피해 확대
    • - 시스템 개선 홍수경보시스템 개선 지연으로 경보전달 실패, 인명피해 확대

기후비용 내재화를 위한 정책·투자 프레임 전환

이처럼 기후비용을 고려한 정책·투자 의사결정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의 과제가 되고 있다. 이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거시경제 지표로서의 기후비용을 내재화해야 한다. 기후비용을 단순한 외부효과나 잠재적 비용으로만 보지 말고, 국가 재정 정책의 핵심 지표로 설정하여 재정·경제 정책 평가 프레임워크 전반에 반영해야 한다.
둘째, 인프라 투자 의사결정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간접자본과 같은 대규모 투자사업은 단기 건설비용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전체에 걸친 기후비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기후비용을 ‘순비용 증가’가 아닌 장기적 비용 절감 전략으로 인식하며, 재정사업 평가 기준과 타당성 조사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셋째, 기후변화 적응 투자를 미래 경제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투자로 바라보아야 한다. 인프라 확충, 조기경보 체계 개선 등은 당장의 지출이 아니라 기후재난 발생 시 무대응 비용을 억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안정성과 국제공조 의제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기후비용은 재난관리 차원을 넘어 금융기관의 자산평가, 대출정책, 국가 재정 리스크 관리로 연결되는 금융안정의 핵심 의제다. 이에 따라 자본규제와 공시제도 정비가 필요하며, 파리협정·FSB·IMF·OECD·MDB 등 국제사회의 권고에 부합하는 국제표준·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후비용의 내재화는 단순히 환경정책의 확장이 아니라 국가 재정·경제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하는 축으로서,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를 결정짓는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