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햇살, 바람, 기다림의 시간이 만들어낸 와인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우리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낸다.
한 해의 끝자락,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자리에 어울리는 한 잔, 와인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글. 조수빈
잊을 수 없는 독특함 포트와인
‘포트와인’은 브랜디를 첨가하여 녹진하고 달달한 맛에 18~20도 정도로 높은 도수가 특징이다. 포트와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과거 백년전쟁이 있다. 백년전쟁에서 영국이 프랑스에 패배하며,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프랑스 영토를 잃게 됐다. 그중 한 곳이 와인 산지로 유명한 보르도였다. 보르도 와인을 구하기 힘들어진 영국은 런던에서 가까운 포르투갈에서 와인을 공급하기에 나섰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날, 포르투갈에서 영국까지 와인을 운송하는 데는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맛과 향의 변질을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도수 높은 브랜디를 와인에 첨가하게 됐고, 이것이 현재 포트와인의 시초이다.
포트와인은 개봉 후에도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으므로 천천히 즐기며 음미하기에 좋은 와인이다. 또한, 풍미가 깊고 단맛이 강하며, 과일 향과 견과류 맛이 진해 디저트 와인으로 내기에 좋다.
겨울이 주는 극도의 달콤함 아이스와인
‘아이스와인’은 겨울철 포도가 얼기를 기다렸다가 수확한 다음 양조한 와인이다. 낮은 기온으로 인해 포도알 속 수분이 얼음이 되어 떨어져 나가고, 남은 당분이 농축되면서 극대화된 단맛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아이스와인은 다른 와인에 비해 양이 적고 비싸다. 대부분의 와인 생산지는 기후가 온화하기에 수확 시기를 늦춘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포도가 얼지 않는 데다 수확할 때도 언 포도가 녹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까다로운 생산 조건으로 인해 독일, 오스트리아, 캐나다 등의 특정 지역만이 아이스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뛰어난 품질의 아이스와인은 균형 잡힌 단맛과 산미를 가지고 있으며, 페어링 음식으로는 단맛이 강하지 않은 다크 초콜릿, 치즈 등을 추천한다.
자유로운 맛과 향 내추럴와인
내추럴와인이란 포도 재배부터 양조 과정까지 화학비료나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은, 말 그대로 자연친화적인 와인을 말한다. 와인 제조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지키는 규정을 따르기보다 와인을 생산하는 사람 개개인의 철학과 개성이 반영된다. 보다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내추럴와인은 정제나 여과되지 않은 채로 병에 옮겨 담기 때문에 침전물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취향에 따라 디캔팅하거나 침전물을 섞어 즐기면 된다. 대체로 일반 와인보다는 혀를 감싸는 타닌감이 적고 가벼운 편이기 때문에 생선이나 해산물 요리에 잘 어울린다.
입안에서 터지는 상큼한 탄산 스파클링 와인
와인은 탄산의 유무에 따라 ‘스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으로 나뉜다. 스파클링 와인은 잔에 따르면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발포성 와인이다.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마구 흔든 후 축포를 쏘듯 코르크 마개를 뻥 터트리는 것을 ‘샴페인’이라 통칭하여 부르는 경우가 많으나, 엄밀히 말하면 ‘샴페인’은 프랑스 상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의 이름일 뿐, 이탈리아의 ‘스푸만테’, 스페인의 ‘까바’, 독일의 ‘젝트’ 등 각 나라와 지역마다 스파클링 와인을 부르는 이름은 다르다.
스틸 와인과 달리 스파클링 와인은 특별한 안주 없이 그냥 먹어도 부담이 없으며, 한 잔 마실 때 입을 간지럽히는 기포 덕분에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마시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