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목소리
지난 11월 5일 안동 세계물기념포럼센터에서 가수 경서의 목소리가 바람결을 타고 잔잔히 퍼졌다.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모인 이곳에서 경서는 한 해 동안 수고한 이들을 위해 따뜻한 노래로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반짝이는 햇살 사이로 스며든 그의 목소리에 직원들은 미소를 지으며 귀를 기울였다.
2020년, <밤하늘의 별을>이라는 곡으로 샛별처럼 등장한 가수 경서. 당시만 해도 사람들에게 ‘가수 경서’는 낯선 이름이었지만, 그는 데뷔곡 단 하나만으로 음악방송부터 음원차트까지 모조리 휩쓸며 ‘음원 강자’로 떠올랐다.
“<밤하늘의 별을>이라는 노래는 제가 데뷔하기 딱 10년 전의 노래예요. 당시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노래를 제 목소리로 다시 부를 수 있어서 설렜죠. 동시에 원곡에 못 미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는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은 비결에 대해 원곡의 힘이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사실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건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서정적인 감성에서 비롯된 힘이 더 유효했을 테다.
이후 경서는 자신의 색깔을 이어가기 위해 꾸준히 앨범 작업을 해 왔다. 데뷔곡에 이어 박기영의 <시작>, 마로니에의 <칵테일 사랑> 등의 리메이크 곡은 물론, 옛 연인을 추억하는 <나의 X에게>, 청춘의 몽글몽글한 마음을 담아낸 <고백연습>,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쫓아가는 <내 마음이 너에게 닿기를>, 그리고 한층 성숙한 감정을 담은 <ONGOING>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악은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데뷔 후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온 이유는, 노래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사랑’이다. 경서에게 사랑이란 많은 감정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과 같다. “사랑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왜, 사랑을 할 때는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이잖아요. 하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그 감각을 점점 잃어버려요.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안에는 항상 사랑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지난 10월에 발표한 신곡 <사랑만 해두자>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골몰하며 부른 노래다.
경서의 노래는 마음 속 깊은 곳에 묻혀 있는 감정을 건드린다. 그의 노래를 듣다 문득 미소가 떠오르는 이유는 잊고 있던 ‘사랑’을 다정하게 깨워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따뜻한 선율 속에 깃든 메시지는 분명하게 속삭이고 있다. 연인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사랑을 하자고.
  • 데뷔와 동시에 ‘음원 강자’ 타이틀을 얻었어요. <밤하늘의 별을>이라는 곡으로 큰 사랑을 받을 거라고 예상을 하셨나요? 원곡이 워낙 명곡이라 인기를 조금은 기대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전혀요. 저도, 회사도, 그 누구도 예상을 못했죠(웃음). 데뷔곡으로 <밤하늘의 별을>이라는 곡을 리메이크하게 된 건 저에게 그저 영광이었죠. 잘 될 거라는 예상보다는 오히려 걱정이 됐어요.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이다 보니, 대중들이 제 목소리로 해석한 노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다행히 발매와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어요. 처음엔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얼떨떨하더라고요. 그러다 ‘우와!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좋아해주는구나!’ 싶어 신기하고 안도했던 기억이 나네요.

  • 후속곡에 대한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데뷔곡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대중들의 기대가 높은 상태다 보니 부담이 왜 안됐겠어요. 당시에도 ‘다음 곡에 대한 부담이 없냐’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그때마다 ‘기분 좋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라고 답을 했었어요. 일부러 그 긴장감을 ‘설렘’ 으로 느끼려고 노력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기분 좋은 부담’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아요. ‘경서’라는 가수에 대해 궁금해 하고, 어떤 노래를 가지고 나올지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 지난 10월 신곡 <사랑만 해두자>를 발표하셨어요. 신곡을 준비하는 동안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요. 고민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노래를 부르기 전, 가창자로서 곡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스며들기 위해 가사를 두고 생각을 많이 해보았는데요. 가사를 곱씹다 보니 ‘사랑이 뭘까?’, ‘이 세상에 사랑이 필요할까?’, ‘사랑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같은 질문들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니 나보다 타인을 더 생각하게 되는 마음이 사랑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대신해서 죽을 수 있어?’라는 다소 극단적인 질문을 스스로 해보기도 했는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고민 없이 ‘응!’을 외치게 되더라고요. 무언가를 위해 망설이지 않고 달려드는 마음이야 말로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면 사랑이 왜 필요할까요…. 그건 아직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에요. 지금까지 제가 내린 결론은 사랑이 없어지면 굉장히 많은 것들이 방황하게 될 거라는 거예요. 어떤 관계들은 사라지고, 감정들은 길을 잃고, 어떤 일들은 의미나 목적을 상실하겠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단지 잊고 살 뿐이죠.

  • 경서 씨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많은 사람인가요?

    네. 저는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에요.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 함께 일하는 동료들까지 제 주변의 사람들을 향한 사랑이 늘 가슴 한편에 있어요. 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도요!

  • <밤하늘의 별을>, <넌 내꺼야>, <나의 X에게>까지. 노래 속에 경서 씨만의 확실한 색깔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색깔이 있다면요?

    예전에는 푸른색이라고 대답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도화지’이고 싶어요. 특정한 색깔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색이든 받아내고 표현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도화지’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한마디로, 무엇이든 잘하고 싶다는 거예요. 제 욕심이에요(웃음)!

  • 이번 호 주제가 ‘Gift’ 인데요. 사람들에게 딱 한 곡의 노래만 선물하고 싶다면, 어떤 노래를 주고 싶나요?

    제 노래를 선물해야겠죠? 현재 제가 가장 애정하고 있는 곡인 <사랑만 해두자>를 선물하고 싶어요. 이 노래는 가사가 참 예쁜데요. 특히 ‘사랑하자. 아픔들 없이 사랑만 해두자. 기억하자. 다시는 없을 눈부신 날들. 별일 아닐 거야. 다 괜찮을 거야. 우리는 계속 사랑하기만 하자.’라는 부분을 참 좋아해요. 사실 어떤 아픔이나 걱정 없이 사랑만 하자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 가사 속에 참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라요. 저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고요.
    <사랑만 해두자>라는 곡이라면 이 추운 날씨에, 여러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 경서 씨는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친구 같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사실 어떤 아티스트가 좋은 아티스트일까라는 질문을 생각할 때마다 답이 바뀌더라고요. 그러나 변치 않는 건 사람들 곁에 늘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슬플 때나,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항상 제 노래가 떠오르면 좋을 것 같아요. 노래로서 그들과 함께하고 싶거든요. 그들에게 슬픔을 숨겨 주는, 힘들 때 기대고 싶은, 기쁨을 나누고 싶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