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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소소했지만, 어느덧 지구를 품었다

사거리 큰 도로변에 볕이 잘 드는 가게가 있다. 유리창에는 재미있는 글귀가 붙었다. ‘지구를 위한 편의점’, ‘지구별 옷장’, ‘제로웨이스트’, ‘지구를 살리는 別別(별별) 가게’, ‘지구와 나를 위한 다시 쓰고 오래 쓰는 물건을 만듭니다.’ 가게 앞에 서서 큰 유리창에 붙은 글만 가만히 읽어도 이 가게가 뭘 하는 곳인지 눈치챌 수 있다. 밝은 빛이 가게 구석구석을 밝힌다. 해 그림자가 길어지는 오후가 되자 노란빛이 가게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온다. 진열된 상품 위로 내리쬐는 볕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처럼 따뜻해 보인다.
천, 나무 등 자연 소재로 만든 생활용품이 가게 벽면과 중앙 진열대에 질서정연하게 자리 잡은 <지구별가게>다. 일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천연 소재 제품으로 대체함으로써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나와 지구에 해가 없는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 가게다. 이 가게는 지난 2018년에 문을 열었다. 개업 이후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소락패드(면 생리대)’다. ‘천으로 만든 다회용 생리대는 번거롭고 불편할 것 같다’라는 말에 이경미 대표의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오늘 신었던 양말은 빨아서 다시 신잖아요.” 다른 질문이나 반박이 필요 없는 우문현답이다.

제로웨이스트를 공유하는 공간

‘내 몸과 지구를 살리는 소소한 즐거움’, 브랜드 ‘소락’의 시작은 독특하다. 지난 2016년 여성용품을 살 돈이 없는 저소득층 소녀들이 신발 깔창을 대신 이용한다는 이런바 ‘깔창 생리대’ 뉴스가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지인들이 모여 의기투합했고, 면 생리대를 직접 만들어 소녀들에게 보냈다. 의미 있는 봉사활동으로 시작했던 ‘소락’은 현재 10명의 직원이 140여 개의 면 제품을 만드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소락패드는 100% 유기농 면 원단만 사용한다. 목화를 재배할 때 제초제나 살충제 등 해로운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원단부터 환경과 사람에게 해가 없는 것을 선택한다. 심지어 실도 순면실만 고집한다. 이경미 대표는 이런 원칙에 대해 “현재 사용하는 실은 대부분 아크릴로 만든 실인데요. 이런 실은 생분해되기까지 200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순면실은 5개월이면 생분해돼요”라고 말했다.
가게 한쪽 벽에 ‘우리에게는 새 옷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옷이 필요해서’라는 글이 적힌 ‘지구별옷장’이 자리한다. 더이상 안입을 것 같은, 그러나 버리긴 아까운 옷을 가게에 가지고 와서 개수에 맞게 옷장에서 마음에 드는 옷으로 교환해 가는 방식이다. 이용 금액은 옷 수량에 상관없이 1회 5천 원이다. <지구별가게>는 기본적으로 리필 스테이션 제품, 고체 세제와 치약, 나무 칫솔 등 다른 제로웨이스트 가게처럼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직접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만들어보는 체험 행사도 운영한다.

지구별가게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월랑로 58, 1층

문의 064-711-8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