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
지금 바다에선 무슨 일이?

📝글. 박상은 국민일보 기자

  • 참으로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올해 6~8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25.6℃, 평년(23.7℃)보다 1.9℃나 높았습니다. 전국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올여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4일로 역대 3위, 열대야일수는 20.2일로 역대 1위에 올랐습니다. 그야말로 기록적인 폭염이였습니다.
    땅 위에서 보내는 여름이 이토록 힘겨웠는데, 바닷속은 어땠을까요. 올여름 우리나라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23.9℃로 최근 10년 중 가장 뜨거웠습니다. 8월은 평균 해수면 온도가 28.3℃까지 올라 최근 10년 평균(26.2℃)보다 2.1℃나 높았습니다. 이러한 고수온 현상은 서해, 남해, 동해까지 전 해상에서 관측됐습니다. 동해 중부 먼바다와 서해 앞바다에선 최근 10년 평균 해수면 온도보다 4℃ 이상 높은 수온이 나타난 곳도 있었습니다.

  • 바다는 일상에서 가까이 접하기 어려운 미지의 공간입니다. 그러나 ‘펄펄 끓는’ 바다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죠. 특히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여름철 고수온(28도 이상) 현상은 매년 더 빠르게, 더 높은 강도로 찾아오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1~2022년 양식장의 고수온 피해액은 1,250억 원, 저수온 피해액은 268억 원이었습니다. 양식 생물 피해가 가장 컸던 2018년에는 고수온 등 기후재난으로 713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폐사한 어패류는 6,396만 마리에 달합니다.
    올해 여름에는 6월 11일부터 약 3개월간 4,300만 마리 이상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9월에도 이례적인 무더위와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양식 피해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경남 지역의 경우 이미 어패류 폐사 피해액이 500억 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 역시 양식 광어(넙치)의 폐사 규모가 역대 가장 많다고 합니다.

  • 바다 생태계도 달라졌습니다. 난류를 따라 아열대 해양 생물이 북상하면서 최근 경북 포항 인근 바다에선 청새치, 만타가오리에 이어 흑범고래와 고래상어까지 목격됐습니다. 제주는 물론 동해 울릉도 연안에서 관찰되는 어류도 절반 이상이 열대와 아열대성 어류입니다.
    독성을 가진 노무라입깃해파리처럼 달갑지 않은 손님도 늘고 있습니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올해 7월 기준 바다 1ha당 평균 108마리가 발견됐습니다. 관찰을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고수온에 취약한 살오징어 어획량은 2021년 6만t에서 지난해 2만 3,000t으로 급감했습니다. 반면 남해에서 주로 잡히던 방어는 이제 40% 이상이 동해에서 잡히는 등 수산 자원 통계가 빠르게 바뀌는 추세입니다.
    바다의 수온은 태풍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수온이 높아져 대기로 증발하는 수증기가 많아지면 태풍의 강도가 더욱 거세지기 때문입니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는 한반도로 접근하는 태풍의 연간 최대강도가 41년간(1980~2020년) 평균 31% 정도 증가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최근 ‘슈퍼 태풍’으로 불린 제11호 태풍 ‘야기’는 다행히 우리나라를 비껴갔지만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에 이어 중국 남부 지역까지 강타하며 대규모 사상자를 냈습니다.

    사람의 몸도 체온이 1℃ 정도 오르면 각종 이상 신호를 보내오지요. 그런데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거대한 바다의 수온이 1℃ 이상 오르고 있음에도 우리는 지구가 보내는 경고음에 둔감하기만 합니다. 이 숫자가 우리의 생활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입니다.